대한임상고혈압학회 이혁 회장

사각지대 청년층부터 개원가 생존권까지 지킨다

2026-08-05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창립 20주년을 맞이한 한국임상고혈압학회가 조직 개편과 함께 일차의료 현장의 체질 개선에 나선다.

가정혈압연구회로 출발해 원로들을 중심으로 운영해 온 기존의 틀을 깨고, 연차와 진료과, 지역의 경계를 허문 평의원회 체제를 도입한 것.

30대 남성 1인 가구의 고혈압 유병률 급증과 정부의 검체검사 수가 개편안 등 내외적 이슈 속에서 한국임상고혈압학회를 이끄는 이혁 회장은 향후 학회 운영 방향과 일차의료 현장의 당면 현안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한국임상고혈압학회 이혁 회장이 향후 학회 운영 방향과 일차의료 현장의 당면 현안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문턱 낮춘 학회, 소수 임원 중심에서 회원 전체 참여 체제로
이혁 회장은 이번 정관 개정 및 평의원회 체제 신설이 학회 발전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 평가했다.

고혈압에 관심 있는 의사라면 연차나 경력, 지역과 진료과에 관계없이 누구나 학회 활동에 참여해 평의원이 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없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그동안은 학회를 만드신 창립 멤버 선생님들이 대부분 은퇴하신 뒤 명예교수나 상임고문위원 등으로 계시면서, 이분들을 중심으로 운영해 온 구조였다”며 “이번에 평의원회 체제로 전환하면서는 고혈압에 관심 있는 회원이라면 연차나 경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학회 활동을 통해 학학문적 지식을 쌓아갈 수 있고, 누구든 평의원이 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수의 임원 중심 운영에서 벗어나 진료과와 연차, 지역의 경계를 허물고 더 많은 의사 회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라며 “이렇게 학회의 문턱을 낮춰서 앞으로 10년, 20년을 더 내다보고, 국민들의 고혈압 관리에 가장 앞장서서 노력하는 학회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30대 남성 1인 가구 관리 사각지대, 맞춤형 가이드라인과 캠페인 전개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남성 1인 가구의 고혈압 유병률은 인구 1000명당 33.3명으로 다인 가구 남성(24.6명)보다 높았다.

이 회장은 배달음식 위주의 식습관, 고위험 음주, 불규칙한 생활에 쉽게 노출되는 반면 식습관을 조언해 줄 동거인이 없다는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3년간 학회가 염분 섭취 줄이기 캠페인을 전개해 국내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는 성과를 거뒀으나, 여전히 자가 관리가 어려운 청년층 1인 가구를 위한 선제적 개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건강검진을 통해 새롭게 고혈압을 진단받은 젊은 남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교육해서 가정혈압을 스스로 측정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고, 관심도를 높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유튜브 콘텐츠와 유인물을 제작해 회원 병원들을 통해 배포함으로써, 이런 1인 가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회적 스트레스와 혈압 연관성 실태조사, 디지털 헬스케어 도입도 추진
학회는 미국 9ㆍ11 테러 이후 뉴욕 구조대원들의 심혈관질환 유병률이 증가한 연구 사례에 주목, 국내 사회ㆍ정치적 스트레스가 국민 혈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태조사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9ㆍ11 테러 이후 뉴욕 소방관과 구조대원들을 추적한 World Trade Center Health Registry 연구들에서 고혈압ㆍ심혈관질환 유병률이 뚜렷하게 증가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며 “최근 우리나라도 선거, 증권시장의 극심한 등락 같은 사회적ㆍ경제적 이슈가 반복되면서 국민들이 겪는 스트레스가 상당히 커졌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에 “임상 차원에서 이런 임상적 관찰들을 모아 설문 형식의 실태조사를 진행하거나, 다른 학회와 연계해 좀 더 진전된 형태의 연구ㆍ논문으로 발전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AI 기반 심초음파 및 경동맥 초음파 기술의 일차진료 현장 도입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장은 “AI 기반 심초음파ㆍ혈관초음파는 숙련도에 따라 편차가 컸던 판독을 표준화하고, 일차진료 현장에서도 짧은 시간 안에 상당한 정확도로 심혈관 위험을 선별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에 “가정혈압계ㆍ웨어러블 기기와 연동한 원격 모니터링, 그리고 이런 AI 기반 위험도 예측 프로그램을 학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 고혈압 환자들의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힘쓰고자 한다”고 밝혔다.

 

◆검체검사 수가 개편안엔 유예기간 필요성 제기

▲ 이혁 회장은 정부의 검체검사 위ㆍ수탁 제도 개편안에 대해 일차의료 진료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며 유예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시행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의 검체검사 위ㆍ수탁 제도 개편안에 대해서는 일차의료 진료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 회장은 “정부가 27년 만에 검체검사 위ㆍ수탁 제도를 개편하면서 위탁검사관리료를 폐지하고 위ㆍ수탁기관 검사료를 별도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했는데, 이는 20여 년간 안정적으로 운영되어 온 검체검사 체계를 일방적으로 흔드는 조치”고 지적했다.

특히 “고혈압 등 만성질환은 정기적인 검체검사로 관리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인 만큼, 이 기능이 흔들리면 그 여파가 클 수밖에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내년도 검체 수가가 175% 수준에서 150% 수준으로 깎이고, 궁극적으로는 검체검사로 얻는 의원의 실질 수익이 현행의 25~30%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검체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설명하고 진단해 온 대부분의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수익구조가 악화돼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이에 유예기간을 두고 단계적 시행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 회장은 “정부 계획대로면 2027년에 150%, 2028년에는 110%까지 단계적으로 낮아지는데, 일단 150% 수준에서 2~3년 정도 시행해보고 그 결과를 지켜본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에 “학회 차원에서는 2~3년 뒤 제도 시행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를 정부로부터 받아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제약사들의 학술대회 부스 지원금 제도에 대해서도 개선을 촉구했다.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지원금은 오랫동안 동결됐다는 것.

그는 "학술단체의 공익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부 규제 완화, 세제 혜택, 공적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오는 11월 광주에서 추계학술대회 개최
한편, 한국임상고혈압학회는 일차진료 실전 지침서인 고혈압 시놉시스30 출간에 이어 오는 9월 대국민 고혈압 건강도서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

도한 11월에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제30차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해 지역 의료진과의 학술 연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고혈압은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환자 두 명 중 한 명은 아무런 증상이 없다”며 “환자분들께는 혈압 치료는 시작이 빠를수록, 목표 혈압을 낮게 잡을수록 훨씬 더 좋다는 말씀을 당부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또한 일차의료 현장의 의료진을 향해서는 “짧은 진료 시간 안에서도 혈압 수치뿐 아니라 환자가 왜 치료를 지속하기 어려운지 그 맥락을 함께 살펴봐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