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는 것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선순환을 꿈꾼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 김완호 회장ㆍ롯데장학재단 장혜선 이사장ㆍ피아비한캄사랑재단 스롱 피아비 대표
[의약뉴스] 지난 6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캄보디아 프놈펜에 위치한 캄보디아청년연맹연합회(UYFC) 본부 회관은 국경을 초월한 인술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와 롯데장학재단, 피아비한캄사랑재단이 공동 주최한 ‘신격호 롯데 해외의료봉사’가 현지 주민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진행된 것.
이번 봉사단에는 아쉽게도 함께하지 못한 얼굴이 있었다. 바로 피아비한캄사랑재단의 대표이자 캄보디아의 당구 영웅인 스롱 피아비 선수다.
그녀는 같은 기간 한국 강원도 정선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린 ‘PBA-LPBA 챔피언십’ 투어에 출전 중이었다.
비록 몸은 떨어져 있었지만, 스롱 피아비 선수는 놀라운 집중력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프놈펜 의료 현장에 감동을 더했다.
봉사단 귀국 후 롯데장학재단 장혜선 이사장은 대한정형외과의사회 김완호 회장과 스롱 피아비 선수를 초대해 축하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의료계의 전문성과 대기업 재단의 재원, 현지 네트워크가 결합한 ‘글로벌 사회공헌 3자 협력 모델’의 주역들을 만나 캄보디아 현장의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완호 회장 “K-메디컬 어벤져스, 캄보디아 주민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바꿨다”
김완호 회장은 올해로 2회를 맞이한 이번 봉사에서 성형외과와 치과 등으로 진료과를 확대한 배경에 대해 “지난해 첫 봉사 때 정형외과 질환으로 찾아오신 분들을 진료하면서, 이분들이 단순히 관절만 아픈 게 아니라 치아 손상이나 선천적ㆍ외상성 기형 등 복합적인 의료 소외 상황에 놓여 있음을 목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캄보디아 국민들이 우리를 필요로 한다면 더 온전한 치유를 전하고 싶다는 마음에 올해는 성형외과와 치과 전문의들께 동참을 요청했고, 감사하게도 흔쾌히 손을 잡아주셨다”면서 “과의 경계를 허문 ‘K-메디컬 어벤져스’의 협력 덕분에 한 공간에서 주민들의 삶의 질을 입체적으로 바꾸어 놓는 진정한 종합 의료 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었다”고 소회했다.
이 가운데 정형외과의사회는 현지의 열악한 의료 환경을 고려, 포터블 X-ray 장비를 동원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그에 맞는 초음파 유도하 주사 치료와 맞춤형 처방을 제공했다.
김 회장은 “농업에 주로 종사하는 캄보디아 주민들은 육체노동 강도가 높아 무릎이나 척추의 퇴행성 질환이 심각한 수준이지만, 극심한 빈부격차와 낙후된 시설 탓에 일반 서민들은 병원에 가서 X-ray 한 장 찍어보지 못하고 약으로 버티거나 무작정 참고 살아가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온 가족의 부축을 받으며 간신히 걸어 들어왔던 어머니가 치료 후 스스로 걸어 나가시는 모습을 보았다"면서 "무엇보다 ‘치료될 수 있다’는 희망을 드린 것이 그분들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은 가장 실질적인 변화”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봉사단은 의료봉사에 머물지 않고 현지 의료진과 수술 시연 및 증례 토론까지 진행했다. '고기를 주는 것보다 고기 잡는 법을 공유하는 지속 가능한 인술을 지향한다'는 철학이 바탕이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캄보디아 현지 정형외과 의사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단기 연수를 제공하거나 국내의 우수한 학술 대회와 매칭해 주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며 “현지 의사 한 명을 제대로 교육하는 것이 결국 수천 명의 캄보디아 환자를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구축한 3자 협력 모델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 회장은 “의사들이 오직 ‘환자 진료’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완벽한 톱니바퀴”라며 “롯데장학재단의 전폭적인 재정 지원 덕분에 최고급 약품과 장비를 구비할 수 있었고, 피아비한캄사랑재단이 현지 관공서 협조, 병원 섭외, 통역 스태프 배치 등 탄탄한 현장 운영력을 발휘해 주어 오직 의료의 전문성에만 100% 집중할 수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다사다난한 국내 의료계의 상황을 언급하며 “프놈펜의 40도에 육박하는 찜통더위 속에서 온몸이 땀으로 젖어가며 환자들을 돌볼 때, 역설적이게도 제 마음속에 가장 큰 평안과 행복이 찾아왔다”면서 “국내의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나 인술에만 집중하는 시간은 타인을 위한 베풂이자, 지친 자신을 치유하는 거룩한 회복의 과정이었다"고 소회했다.
◆장혜선 이사장 “현장에서 찾은 주도적 확신, 나눔의 선순환으로 이어져야”
장혜선 이사장은 이번 해외의료봉사가 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지를 이어받은 수동적인 사업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장 이사장은 “할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시작한 사업이라기보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해 직접 기획하고 만든 사업”이라며 “글로벌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장학사업도 중요하지만, 먹고사는 문제와 아플 때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기존에 없던 사업을 직접 만들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확신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제 역량을 확인하고자 국내 의료진의 캄보디아 해외의료봉사 현장을 직접 찾았다”며 “그곳에서 의료진과 환자들을 만나며 사업 추진의 확신을 얻었다”고 전했다.
이번 봉사에서 의료 지원 외에도 아동 위생 교육과 도서관 리모델링을 함께 챙긴 이유에 대해서는 “현장에 가보니 우리가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본적인 배움이나 생활습관 등을 교육받지 못해 모르는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알고 실천해야 하는 것들인데 칫솔조차 없는 아이들이 많았다”며 “의료봉사 현장에 진료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많이 모여 있었고, 그 시간을 활용해 꼭 필요한 위생 교육을 연계해 진행했다”고 발혔다.
대규모 글로벌 프로젝트를 이끌며 파트너들과 소통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으로는 ‘마음의 결합’을 꼽았다.
장 이사장은 “의료봉사는 의사들을 모으는 일부터 현지 공간 마련, 환자 안내까지 재단 혼자 감당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이번 사업은 대한정형외과의사회, 피아비한캄사랑재단, 그리고 재단이 각자의 자리에서 힘을 보태고 무엇보다 서로의 뜻이 하나로 모였기 때문에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장 이사장이 그리는 글로벌 사회공헌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나눔의 선순환’이다.
그는 “나눔의 선순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마음”이라며 “작은 도움을 받더라도 그 안에는 감사한 마음이 있어야 하고, 같은 방식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 나라나 사회, 혹은 주변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국제 정세와 치안 불안 등 현장의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서는 “저희가 겪는 어려움보다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분들이 더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라며 “김완호 회장을 중심으로 함께해 주신 의료진과 여러 관계자분들이 있었기에 사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스롱 피아비 대표 “한국 의료진의 뛰어난 기술과 따뜻한 마음에 감동”
스포츠 스타에서 ‘캄보디아 나눔의 아이콘’으로 변신한 스롱 피아비 대표는 “운동선수로 활동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늘 제 마음속에는 고국 캄보디아가 있었다”며 “제가 받은 사랑을 다시 사회에 돌려드리는 것이 제 책임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단 설립 이후 어려운 이웃들을 직접 만나며 봉사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면서 “한국의 의료진과 후원자가 함께해 주시는 모습을 보며 국경을 넘어선 따뜻한 나눔의 힘을 매번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봉사에서 병원 섭외부터 환자 모집, 통역 및 자원봉사자 배치 등 현지 실무 전체를 총괄한 스롱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불편함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이었다”고 소회했다.
이를 위해 수개월 전부터 세 주체가 현지 UYFC 본부와 긴밀히 협의하며 체계적으로 자원봉사자 교육 및 환자 접수를 진행했다는 전언이다.
그는 “예상보다 많은 환자가 방문해 일정 조율이 쉽지 않았지만, 모든 분들이 협력해 주신 덕분에 큰 사고 없이 봉사를 마칠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현지 주민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깊은 감동을 표현했다.
스롱 대표는 “이틀 동안 900명이 넘는 주민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몇 시간씩 걸려 진료소를 찾았다”며 “경제적ㆍ환경적 이유로 병원을 자주 찾지 못하는 분들이라 한국 의료진이 직접 찾아와 무료 진료를 해준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해했고, 오랜 시간 기다리면서도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을 보며 의료봉사가 단순한 치료를 넘어 희망을 전하는 일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밝혔다.
특히 “캄보디아는 농업과 육체노동이 많은 환경이라 관절과 척추, 골절 등 정형외과 질환이 흔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이번 정형외과의사회와 롯데장학재단의 의료봉사는 많은 주민들이 전문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고, 한국 의료진의 뛰어난 의료기술과 따뜻한 마음이 함께 전달되어 큰 의미가 있었다”고 거듭 감사를 전했다.
사단법인 피아비한캄사랑이 꿈꾸는 최종 목표는 일회성 지원을 넘어선 ‘자립’이다.
스롱 대표는 “의료, 교육, 복지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도움을 드려 캄보디아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특히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앞으로도 롯데장학재단과 함께 한국과 캄보디아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