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1. 자전거 탄 소년(2012)- 어쩌다 천사가 된 사만다

2026-07-02     의약뉴스 이순 기자

[의약뉴스]

11살 시릴(토마스 도렛)은 엄마가 없다. 아니 있었을 것이다. 엄마 없이 태어나는 사람은 없으므로. 하지만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형제의 영화 ‘자전거 탄 소년'의 주인공 시릴에게 엄마는 없다.

영화 내내 한 번도 엄마의 이름이 불려진 적이 없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예 언급이 없다. 다행히 아빠는 있다. 하지만 아빠는 시릴을 버렸다. 그냥 버린 것이 아니라 그토록 아끼는 자전거까지 팔아치웠다.

그리고 줄행랑. 어렵게 아버지를 찾았으나 아버지는 시릴을 챙길 마음도 여유도 없다. 어린 시릴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산 목숨이니 살긴 살 것이다. 죽지 않는 한. 다행히 시릴 앞에는 천사가 나타났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에서 보기 드문 일. 천사가 나타났으니 그의 인생은 이제 피어날 것이다. 과연 시릴은 많은 문제를 헤쳐나간다. 그를 꾀어 강도 짓을 하게 만드는 동네 건달과의 문제도 그가 경찰에 잡혀감으로써 어렵지 않게 끝났다.

다만 그가 건달의 꾐에 빠져 야구 방망이로 내려친 아버지와 아들이 걸린다. 주말 위탁 보모 사만다( 세실 드 프랑스)는 거액을 물어주고 시릴을 구해낸다. 과연 천사가 따로 없다. 괜히 천사인가.

세상은 간혹 자주는 아니지만 어쩌다 사만다 같은 천사가 나타난다. 로또 복권에 당첨되는 것처럼. 못된 길로 빠져나가려는 순간의 고비마다 사만다는 엄마 그 이상의 역할을 척척해 낸다. (물어뜯기고 심지어 칼에 찔리면서도.)

긴 머리 손님의 머리를 단정하게 깎는 미용사처럼. 나무 위에서 떨어졌어도 시릴은 죽지 않고, 크게 다치지 않고 살아났다. 천사의 손길은 세트로 따라 다니는 모양이다. 그는 이제 축구도 끼워주고 같이 영화관에 갈 친구도 생겼다.

▲ 앞서가는 시릴이 잘 따라오는지 사만다를 뒤를 돌아 쳐다보고 있다. 이후 시릴과 사만다는 자전거를 바꿔 탄다.

바비큐를 함께 해 먹을 이웃이 있으니 시릴은 앞으로 가정의 따뜻한 품을 느끼면 성장할 수 있다. 이토록 인간애 넘치면서 결론까지 흐뭇한 영화가 있을까. 비극의 시작과 중간을 거뜬히 뛰어넘어 극적으로 찾아온 행복.

눈물샘 찍는 감동은 이런 것이다. 어쩌다 사만다는 천사가 됐을까. 그 천사는 하필 다른 곳이 아닌 시릴이 사는 동네에 내려왔고 다른 아이도 아닌 시릴을 살려냈다.

가끔은 이런 영화도 봐야 한다. 피비린내 나는 복수와 잔혹한 비인간성만이 극장을 지배해선 안 된다. 칸 영화제는 이 영화의 위대함을 알아보고 상을 줬다.

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출연; 세실 드 프랑스, 토마스 도렛

평점:

팁: 천사는 흔하지 않고 드물다. 그래서 일상에서 접하기 어렵다. 하지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측은지심으로 가득한 사만다 같은 천사들이 도처에 있다.

그들은 악에 맞서기보다는 약자들을 찾아 나서는 일에 관심이 많다. 악인을 선인으로 만들기는 천사라도 버겁기 때문이다. 한편 시릴의 아버지는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다. 경제적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로 가볍게 시릴을 버렸기 때문이다.

어렵게 시릴이 찾아가도 냉정하게 걷어찬다. 걷어찰 땐 차더라도 적어도 이런 말쯤은 해줬어야 한다. ’지금은 아빠가 돈이 없다. 돈 많이 벌면 널 데리러 오겠다.’ 그런데 아빠는 그럴 마음이 없어 보인다.

자식에 대한 미련이 털끝만큼도 없다. 시릴이 친자식이 아니라서가 아니다. (그런 의문을 가질 만한 어떠한 유추를 해볼 근거가 영화에서는 없다.) 부성애는 어디 있는가.

어찌보면 우리 곁의 숱한 아빠를 닮은 평범한 모습.( 훔친 돈을 시릴이 주자 단호히 거절한다.) 하지만 자식에서만큼은 예외다. 아주 냉정하고 차갑다. 그래서 그가 경제적으로 성공했다고 해도 시릴을 찾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제 시릴은 사만다를 엄마로 여기면서 성장해 나갈 것이다. 어색하게 헤어졌던 사만다의 남자 친구가 시릴의 아빠 역할을 대신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시실의 미래는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