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T-EBV-N, 운명이라 여겼던 재발을 예방 가능한 영역으로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혈액내과 전영우 교수
[의약뉴스 in 시카고]
95% vs 56.3%
발병률은 낮지만 치료법이 마땅치 않아서 고된 항암, 방사선 치료를 견디고도 재발을 운명으로 여겼던 림프절 외 NK-T 세포 림프종(ENKL)에 국내 연구진들이 희망의 싹을 틔웠다.
바이젠셀이 개발한 자가 EBV 특이 T세포 치료제 VT-EBV-N가 관해 후 공고요법이라는 접근법을 통해 재발의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
재발 고위험군 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2상에서 4년간 대조군의 환자 중 40% 이상이 재발한 상황에서 VT-EBV-N 치료를 받은 환자는 21명 가운데 단 한 명만 재발했다.
특히 대조군의 25명 중 6명이 사망하는 동안 VT-EBV-N 치료군에서는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전례 없는 성과에 주목한 미국임상종양학회는 30일, 연례학술회의(ASCO 2026) 구연 발표장으로 초청했다.
이제 림프절 외 NK-T 세포 림프종에서 재발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 예방 가능한 영역이 됐다는 평가다.
의약뉴스는 ASCO 2026 현장에서 이 같은 연구 성과를 발표한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전영우 교수를 만났다.
◇림프절 외 NK-T세포 림프종, 재발은 운명이었다
최근 혈액암 분야에서는 CAR-T와 이중항체, 항체약물 접합체 등 혁신기술이 대거 접목되면서 생존율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림프절 외 NK-T세포 림프종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 같은 기술들을 접목하기 어려운 질환이기도 하지만, 워낙 유병률이 낮아 관심도 받지 못했다는 것.
전용우 교수에 따르면, 림프절 외 NK-T세포 림프종의 미국 유병률은 인구 10만 명 당 0.06명에 불과하며, 상대적으로 유병률이 높은 아시아에서도 인구 10만 명 당 0.22명으로 극히 드문 질환이다.
전영우 교수는 “NK-T세포 림프종은 상당히 흉포한(흉악하고 포악한) 암으로, 항암화학요법으로 관해에 이르더라도 대부분 재발하며, 재발한 경우 확립된 표준 치료는 없다”면서 “다른 혈액암은 이중항체나 CAR-T, 이식 등 다양한 옵션이 존재하지만, NK-T세포 림프종은 이러한 치료제를 적용하기 어렵고 이식을 한다 해도 재발이 흔하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재발한 환자에서는 면역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신약개발을 주도하는 서양에서는 유병률이 너무 낮아 관심조차 없어서 관해 후 재발은 운명이라 여겼다”고 부연했다.
결국 림프절 외 NK-T세포 림프종에 대한 해법을 찾으려면 아시아에서 나설 수밖에 없었고, 결국 국내 연구진이 그 역할을 우리나라 연구진이 해냈다는 의미다.
◇VT-EBV-N, CAR-T 기술과 백신 효과의 결합
전 교수는 자가 EBV 특이 T세포 치료제인 VT-EBV-N와 CAR-T는 유사한 방식으로 제조하지만, 표적이나 목적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VT-EBV-N은 EBV 증식과 관련이 있는 림프절 외 NK-T세포 림프종의 특징을 공략한다.
CAR-T가 외부합성 물질을 세포에 주입하는 방식이라면 VT-EBV-N은 순수하게 환자의 세포만을 활용, mRNA 기법을 통해 암세포와 결합한 EBV(엡스타인-바 바이러스)를 공격하도록 설계했다는 것.
전 교수는 “EBV는 한국인의 약 95%에서 발견되는 흔한 바이러스로 그 자체가 질병을 유발하지는 않는다”면서 “하지만 암세포 내에서는 LMP1과 LMP2a라는 항원을 발현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체내 면역 기능이 LMP1과 LMP2A를 제거하지 못해 결국 재발에 이르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VT-EBV-N는 환자의 수지상세포에 mRNA기법으로 LMP1, LMP2a를 노출시켜 4주간 T세포를 교육, 이를 증식해 체내에서 LMP1과 LMP2a를 강력하게 공격하도록 만든 것”이라며 “CAR-T는 외부 합성물질로 시간이 지나면서 체내에서 대부분 사라지지만, VT-EBV-N는 순수한 환자의 세포로, 부작용이 적고 센트럴 메모리를 통해 자녀세포도 LMP1과 LMP2A를 공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CAR-T가 체내에 가득한 암세포를 공격해 관해를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VT-EBV-N는 이미 관해에 도달해 암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보이지 않던 암(미세잔존질환, MRD)이 다시 증식해 재발하는 것을 막는 것이 목적”이라며 “기술적으로는 CAR-T와 유사하지만, 치료 목적이나 센트럴 메모리를 통해 지속적으로 예방효과를 유도한다는 측면에서는 백신과 유사하다”고 부연했다.
여기에 더해 “CAR-T는 체내에 암세포가 가즉한 상태에서 제조해 투약하기 때문에, 제조과정에서 환자가 사망 등 위험에 빠질 위험이 있지만, VT-EBV-N는 관해 상태에 있는 환자에게 예방을 목적으로 투약하기 때문에 제조 과정에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위험하지 않다”며 “관해에 이른 환자는 1년 정도의 여유가 있기 때문에 연구는 관해 후 6개월 이내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4년 무재발생존율 95%, 전체생존율은 100%
임상 1상에서 10명의 환자에게 VT-EBV-N을 투약한 결과 4년간 단 한 명만 재발하고, 재발한 환자를 포함해 10명 모두 4년간 생존했다는 데이터를 확보, 아이디어를 현실화한 연구진은 보다 과감하게 임상 2상을 설계했다.
워낙 드문 질환이어서 현실적으로 일반적인 규모의 3상을 진행하기는 어렵다고 판단, 임상 2상에서부터 대조군을 설정, 3상 못지않은 데이터를 확보하고자 한 것.
전 교수는 “시쳇말로 3인분과 같은 1인분”이라며 “통계는 임상 2상 수준으로 하되, 퀄리티 컨트롤은 3상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조군에게 단순히 위약을 투약하면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어서 동일하게 세포를 채취한 후 LMP1과 LMP2를 공격하도록 교육하는 과정만 배제해 동일하게 주입했다”고 강조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5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2상에서 VT-EBV-N를 투약한 21명의 환자 가운데 20명이 4년간 재발 없이 생존한 것. 특히 이 기간 사망자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던 것.
반면, 대조군에서는 25명의 환자 가운데 약 4분의 1이 2년 안에, 4년 후에는 거의 절반의 환자가 재발하거나 사망했다.
혈액 검사상에서도 대조군의 환자는 EBV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 반면, VT-EBV-N를 투약한 환자들은 초기에 반짝 증가한 이후 4년간 상당히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전 교수는 “VT-EBV-N를 투약한 환자에서 초기에 증가하는 것은 암세포가 공격을 당하면서 EBV가 잘게 잘려나간 탓으로, 이 EBV는 기능을 하지 못한다”며 “다만, 아직 생존한 EBV와 구분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검사상으로는 EBV가 잠깐 증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암세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의미로, VT-EBV-N가 장기적으로 바이러스를 억제 백신처럼 작동하며 재발을 예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는 설명이다.
그는 “사실 연구를 시작할 때는 경향성만 보여줘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고 평가했다.
미국임상종양학회 역시 전례없는 성과에 주목, 이 연구를 구연 발표 연구(Oral Abstract)로 선정했다.
특히 미국임상종양학회에 제출한 초록은 2년간의 추적관찰 결과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구연 발표로 채택, 연구의 가치를 인정했다.
그리고 전 교수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ASCO 현장에서 두 배 연장한 4년간의 추적관찰 결과에서 2년 전과 다름없는 무질병생존율과 전체생존율을 보고했다.
◇예방이 최선의 전략 “허슬 플레이보다 안정적인 수비가 더 뛰어나다”
전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재발을 운명이라 여겼던 림프절 외 NK-T 세포 림프종에서 통계적으로 예방이 가능한 전략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재발하면 고통스러운 추가 치료 과정이 불가피할 뿐 아니라, 아직까지 그 결과도 만족스럽지는 못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환자들은 재발을 반복하면서 비싼 항암제를 투약해야 하고,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 강도 높은 항암도 투약해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발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재발을 예방하면 90%는 생존할 수 있다“며 “야구 선수가 허슬플레이로 공을 잡아내면 화려하게 보이지만, 진짜 잘하는 플레이는 미리 자리를 잡고 안정적으로 잡아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경부암 등 EBV의 영향이 큰 암종으로 확장 가능성
한편, 전 교수는 VT-EBV-N의 기술이 다른 질환으로 확장될 수도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두경부암이나 이식 후 림프증식성 질환(PTLD)처럼 EBV의 영향이 큰 경우 결절 외 NK-T 세포 림프종처럼 VT-EBV-N의 기술이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전 교수는 “두경부암은 림프절 외 NK-T세포 림프종보다 더 험악해서 삶의 질도 크게 떨어진다”면서 “연구가 필요하고, 림프종보다 효과가 제한적일 수도 있겠지만, 환자만 잘 고르면 비슷한 데이터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추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