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 덜 알려진 약물의 비밀

Ⅴ.노란색 황달은 빌리루빈 때문

2002-12-04     의약뉴스


빌리루빈(bilirubin)이 세포의 핵심 항산화 물질(antioxidant)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규명됐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Johns Hopkins Univ)의 과학자들은 연구를 통해 독성 물질로 알려진 '빌리루빈'이 건강에 유익한 작용을 나타내는 기전을 규명하는데 성공하였다.

이 같은 내용은 미국의 저명한 학술지 PNAS(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온라인 판 최신호에 소개되기도 했다.

빌리루빈이 생성하는 효소가 강력한 항산화제로 작용해 산화로 인한 세포 손상을 방지하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 판명된 것이다.

황달(jaundice)이 발생했을 때 노란색이 나타나는 이유는 바로 빌리루빈 때문이다. 이 물질이 정상보다 약간 더 많을 경우, 건강하게 되며 신생아의 경우에는 뇌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된 사례가 있었으나 핵심적인 역할에 대해서 뚜렷한 설명이 부족했다.

이번 연구결과로 뇌졸중(stroke)을 비롯해서 심장마비(heart attack)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심장 우회로술(heart bypass surgery)을 시술 받은 이후, 나타나는 인지 감퇴(cognitive decline) 등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기술 개발이 가능할 전망이다.

빌리루빈은 노란색의 독성 물질로 알려진 헤모글로빈(hemoglobin)의 분해 산물로 생성된다. 이전, 세포에 손상을 유발하는 유해성 산소와 활발하게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으나 이 물질이 세포의 핵심 항산화 물질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이유는 세포에 존재하는 산화 물질에 비해 양이 적어서 산화 물질에 대항할 수 없기 때문에 세포를 보호하기에 역부족이라는 것.

그러나 소량의 빌리루빈만으로도 매우 강력한 항산화 작용이 유도된다는 사실을 이번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또한 연구진은 이 효소의 RNA를 조작하는 실험을 통해 빌리루빈을 생성하는 효소가 결핍될 경우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가를 면밀히 조사했다.

빌리루빈의 생성 과정에는 빌리베르딘 환원 효소(biliverdin reductase)가 관여하는데 이 효소가 결핍될 경우, 세포 손상이 증가하면서 암 세포 발달과 뇌 세포 손상이 증가하고 소량의 과산화수소(hydrogen peroxide)를 처리하더라도 세포가 사멸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빌리루빈의 항산화 작용 손실로 세포에 엄청난 손상이 유발된 것이다.

이 같은 작용은 '글루타치온'(항산화 물질 중 가장 황산화력이 강한 물질)보다 훨씬 강력해서 "하나의 빌리루빈 분자가 글루타치온 10,000 개의 기능을 감당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빌리루빈이 이처럼 강력한 항산화력을 나타내는 파워는 마치 미량의 프레온 가스가 성층권에 있는 다량의 오존을 파괴하는 모습과 유사하다.

하나의 빌리루빈 분자는 자유라디칼(free radical) 산소를 제거한 후 반복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극히 소량으로도 이 같은 강력한 항산화력을 나타낼 수 있다고 한다.

하나의 산화 물질이 빌리루빈과 반응 하면 빌리베르딘이 형성된다. 그런데 이 물질에 '빌리베르딘' 환원 효소가 작용하면 빌리루빈이 다시 만들어진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하나의 빌리루빈으로 다량의 산화 물질이 제거된다.


차영미 기자 (lovemee@newsmp.com)

정보제공: 해외과학기술동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