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7. 레옹(1994)-우리도 그들처럼
[의약뉴스]
리들리 스콧 감독은 ‘델마와 루이스’를 한 짝으로 묶어 두 여자의 세상을 향한 분노를 드러냈다. 의기투합한 두 여자가 부러웠던지 뤽 베송 감독은 마틸타( 나탈리 포트만)의 입을 통해 델마와 루이스를 언급한다.
털어 놓는 상대는 레옹( 장 르노). 그들도 하는데 우리라고 못하겠느냐, 그들처럼 해보자는 심사다. 하지만 레옹은 거절한다. 꼬마 여자를 살인 동업자로 끌어들일 수는 없다. 아무리 냉혹한 킬러라 해도.
그렇다면 어린 마틸다는 어쩌다 이런 지경에 까지 왔을까. 하루 전으로 돌아가 보자. 마약상 아버지 때문에 마틸다의 가족이 몰살당한다.
패기를 일삼는 아버지와 양육에는 관심이 없는 새엄마나 제멋대로인 의붓언니는 부패 경찰 스탠( 게리 올드만)의 총에 죽는다. 부모의 원수를 갚자는 것일까. (그러나 마틸다는 그것 때문은 아니라고 한다. 어차피 스탠이 아니었으면 자신이 죽였을 거라는 부친에 대한 원망을 토해낸다. 새엄마나 의붓언니도 마찬가지. 4살 남동생만이 눈에 밟힌다.)
레옹은 어쩔 수 없이 마틸다의 제의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총기 교육. 둘은 이제 델마와 루이스처럼 한 배를 탄 운명이다. 중년 남자 레옹과 12살 소녀 마틸다. 이 이상한 조합이 끝까지 가리라고 생각하는 관객은 많지 않을 터.
하지만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책 ‘롤리타’의 주인공 롤리타( 롤리타의 나이도 12살이다.)와 험버트 험버트(레옹처럼 그도 중년이다.)처럼 사탄의 유혹에 빠져 금단의 열매를 따먹지 않을까 심히 두려운 건 사실.
영화는 책과는 달리 거기까지는 가지 않는다. 다만 사랑의 감정이 두 사람에게 있고 점차 무르익었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모든 금지된 사랑이 그렇듯이 파국은 피할 수 없다.
레옹은 안다. 그래서 마틸다를 책임지고 싶다. 자신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돈이 필요하다. 살인중개업자에게 맡겨놓은 돈을 내가 죽으면 주라는 유언을 남기는 이유다.
마약상이며 마약 중독자이고 마약 단속 경찰인 스탠과의 최후의 일전이 볼만하다. 물론 그 이전의 많은 권총 솜씨는 서부극의 명수 존 웨인이 울고 갈 정도의 현란한 솜씨를 자랑한다.
화려한 액션과 그 이면에 숨겨진 몸은 아이지만 마음은 어른인 마틸다와의 몸은 어른이지만 정신은 소년 수준에 머물러 있는 레옹. ( 다 컸으니 나이만 먹으면 된다는 마틸다와 나이는 먹었으나 크지 못한 레옹.)
사랑을 말할 때 서로를 향한 순수함이 애잔한 감정을 일으킨다. 전쟁으로 세상이 어지럽고 비까지 와 마음 깊은 곳까지 축축하게 젖어 있는 오늘 같은 날 '레옹'을 보면 작은 위로가 된다.
국가: 프랑스
감독: 뤽 베송
출연: 장 르노, 나탈리 토트만
평점:
팁: 극장판 영화는 잘린 부분이 많이 있다. 아마도 미성년 마틸다의 등장 때문일 것이다. (첫 경험은 사랑하는 사람과 하고 싶다는 마틸다.) 둘은 부녀지간 이상의 감정을 서로 느끼고 있다. 두 사람이 내뱉는 사랑한다는 말은 남녀 간 사랑을 말할 때 쓰는 그 사랑이다.
신의 영역인 늙은 남자와 어린 소녀의 사랑, 그것은 감독판에만 허용되는 장면이다. 극장에서는 많은 부분이 잘려나갔다. 영화를 이해하는 데 핵심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궁금한 관객들은 잘린 부분을 찾아서 보면 된다.
굳이 이 정도를? 하고 반문할 수도 있고 싹둑 잘리기를 잘했다고 할 수도 있다. 모든 것은 관객이 바라보는 잣대에 달려 있고 그것은 관객 하나하나의 감수성에 의해 판단될 것이다.
한편 레옹이 아끼던 화분을 학교 앞 잔디밭에 심는 마틸다는 뉴욕의 삭막한 도시 속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어린 소녀에게 과연 그 어려운 일은 가능할까. 어쨌든 영화는 화려한 액션과 미묘한 긴장 속에서 마지막까지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