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5. 레버런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2026-03-03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의약뉴스]

어차피 죽을 것 고통을 덜어주자는 피츠 제럴드( 톰 하디)의 제의는 사람의 목숨이 달린 문제라고 해도 고민하기에 충분하다.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니고 사실이기 때문이다.

환경은 말그대로 지극히 열악하다. 북풍한설에 먹을 것도 부족하다. 죽어가는 환자를 돌보다가는 산 사람의 생명마저 위태롭다. 하지만 정신 멀쩡한 동료를 생으로 죽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살인자 피츠 제럴드는 묻는다.

▲ 주인공의 삶에 대한 집념과 복수는 과연 죽음에서 돌아자라는 부제에 어울릴 만큼 극적이다.

'동의하면 눈만 한 번 껌벅여. 그럼 죽여 줄게. 어차피 죽는 것. 고통은 한 방에 사라져. 너도 주님을 빨리 만나고 싶지. 아들을 생각해야지. 입을 막으면 끝나. 동의하면 눈만 한 번 꿈벅여. 됐어. 꿈벅였다.'

아니라고 발버둥치는데 동의했다며 실행에 옮기는 존. 아들은 울부짖는다. 살인자에게 저항한다. 아버지를 지켜 주겠다며. 피츠 제럴드는 그런 아들을 칼로 살해한다. 그 장면을 아버지 글래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두 눈 뜨고 다 보았다. 세상에.

하지만 피츠 제럴드는 냉혈한이다. 아들을 살해한 것도 모자라 글래드마저 산채로 묻고는 떠난다. 동료는 아들의 죽음을 알지 못한다. 살인자는 동료에게 인디언 20명이 개울가에 있는 것을 보았다며 어서 뜨자며 살인 현장을 벗어난다.

여기서 부터는 정말 ‘죽음에서 돌아온 자’라는 부제가 어울린다. 아버지가 서서히 일어난다. 마치 진흙에서 새 생명이 탄생하는 천지창조처럼 장엄한 장면이 연출된다.

자, 관객들은 이런 상상을 한다. 글래드가 살아서 자신을 해치려고 했고 아들을 죽인 범인을 때려눕힌다. 그러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할 것이다. 과연 관객의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글래드는 어떻게 해서든 몸을 추스러야 한다. 그래야 복수든 뭐든 할 수 있다. 두 차례나 회색곰의 습격을 받아 만신창이가 된 몸을 스스로 살려 내야한다.

혼자서 어떻게? 이런 물음을 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각본은 짜여저 있으니 영화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수도 없이 죽지 않고 사는 기적이 일어나지만 압권은 추위를 피하기 위해 자신이 타던 말의 배속으로 들어가 숨는 장면이다.

말에서 꺼낸 내장의 붉은 살덩어리가 하얀 눈으로 떨어질 때 복수의 힘은 활활 타오른다. 아버지의 집념은 마침내 대위가 이끄는 부대에 무사히 도착하기에 이른다. 마지막까지 돌보고 죽으면 묻어 주라는 대위의 말을 충실히 따랐다며 거짓말로 둘러대면서 대위를 속였던 피츠 제럴드는 글래드가 살아 돌아왔다는 것을 눈치챘다.

부대 금고를 훔쳐 그는 달아났다. 궁지에 몰린 사슴처럼 숲속으로 도망쳤다. 이제 추격이다. 대위와 글래드는 발자국을 따라 어느 한 지점에서 서로 떨어져 피츠 제럴드의 흔적을 뒤진다.

그 와중에 대위는 살인자의 총에 죽고 이제 두 사람의 마지막 대결이 남아 있다. 손도끼와 대검의 대결이 볼만하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피츠 제럴드의 시체가 흐르는 강물에 떠내려갈 때 인간의 광기는 사라지고 비로소 안식이 찾아왔다.

아내의 영혼이 글래드를 안심 시킨다. 대자연의 압도적인 풍광이 인간 존재의 허무를 덮어준다.

감독: 알레 힌드로 곤잘레스 아냐리투

출연: 레오라르도 디카프리오, 톰 하디

평점:

팁: 미군의 인디언 학살과 인디언들의 복수. 아들을 죽인 아버지의 복수.

복수의 마음은 인간을 초인간으로 만든다.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긴 아버지는 뿌리깊은 나무처럼 끝내 쓰러지지 않고 살아서 아들의 살인자를 처단한다.

복수의 힘은 이렇게 대단하다. 이제 환영에서만 떠오르는 아내를 볼면목에 생겼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감독은 감독상을 받았다.)

연예 대상에서 입수를 여러 번 한 배우가 수상을 하는 것처럼 그도 수도 없이 한 겨울 강물 속으로 뛰어든 끝에 원하던 것을 손에 거머쥐었다.

아무리 촬영이라고 해도 추웠을 것이다. 그것을 잘 견뎌냈다. 이런 역을 하기는 이미 대배우의 반열에 오른 그가 해낸 것은 단순히 상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의 연기와 집념 그리고 복수의 광기가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