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도수치료 반값 돼도 환자 부담 1.8배” 시뮬레이션 공개
15일 긴급 기자회견 개최...“관행수가 깎여도 환자 부담은 증가”
[의약뉴스] 정부가 도수치료 등 비급여 항목의 ‘관리급여(선별급여)’ 전환을 강행하자, 의협이 이를 ‘국민 기만극’으로 규정하고 구체적인 비용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하며 반격에 나섰다.
이번 정책이 겉으로는 국민 의료비 절감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대폭 늘리고 민간 실손보험사의 지급률만 획기적으로 낮춰주는 ‘실손보험사 구하기’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회장 김택우)는 15일 의협회관에서 ‘정부의 관리급여 정책 강행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회견에는 이태연 부회장, 이봉근 보험이사, 최순규 대한신경외과의사회장, 백경우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장 등이 참석했다.
◆“도수치료비 낮춰도 환자 돈은 더 나가”
의협은 이 자리를 통해 ‘관리급여 지정 후 도수치료 금액 부담 변화’ 시뮬레이션 자료를 공개했다.
이태연 부회장은 현재 관행 수가 10만 원인 도수치료를 예로 들었다. 현재는 환자가 병원에 10만 원을 지불한 뒤 실손보험(1~2세대 기준 본인부담 20% 가정)을 통해 환급받으면, 실제 환자 부담금은 2만 원이고 실손보험사가 8만 원을 부담한다.
그러나 정부안대로 도수치료를 관리급여로 지정해 수가를 4만 원(산재ㆍ자보 수가 수준)으로 책정하고 본인부담률 95%를 적용하면 상황은 역전한다.
4만 원의 95%인 3만 8000원 중, 다시 실손보험의 본인부담 면책 규정(예: 5세대 등 연동 시)을 적용하면 환자가 최종적으로 부담할 금액은 3만 6100원으로 기존 2만 원보다 부담이 약 1.8배 늘어난다는 지적이다.
반면 실손보험사 부담액은 기존 8만 원에서 1900원으로 97% 이상 급감하며, 건강보험 재정에서는 기존에 없던 2000원의 지출이 새로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정부는 가격 통제로 총진료비를 낮추겠다고 하지만, 결국 통제는 국가가 하고 비용은 국민이 더 내는 기형적 구조”라며 “이 정책의 유일한 승자는 지급액이 1900원으로 줄어드는 민간 보험사뿐이며, 그들은 뒤에서 웃고 있을 것”이라고 힐난했다.
◆"법적 근거 없는 관치 의료, 필수의료 붕괴 가속"
의협은 관리급여 제도가 법적 근거가 부실하며, 의료 현장의 현실을 무시한 ‘관치 의료’라고 주장했다.
이태연 부회장은 “정부가 신설한 관리급여는 명목상 급여지만 본인부담률 95%를 적용해 사실상 비급여와 다를 바 없으며, 국민건강보험법 어디에도 근거가 없는 위법적 제도”라고 지적했다.
또한 “행정부가 법률적 근거 없이 선별급여로 위장해 관리급여를 신설하는 것은 국민의 치료권과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고 법률유보 원칙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성토했다.
임상 현장에서도 쓴소리가 이어졌다.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 백경우 회장은 “암 환자나 인공관절 수술 후 재활 환자 등 침습적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들에게 도수ㆍ운동 치료는 필수적”이라며 “낮은 수가와 획일적 급여 기준을 강제하면 병원은 치료를 포기하게 되고, 결국 피해는 치료 선택권을 박탈당한 환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 최순규 회장 역시 “비급여는 본래 신의료기술 도입을 위한 창구였는데, 정부는 이를 부도덕한 과잉 진료의 온상으로만 몰아가고 있다”며 “신경성형술 등 유용한 보존적 치료가 사장되면 결국 환자들은 수술대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관리급여 철회하고 예비지정제 통한 자율 정화 맡겨달라”
의협은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라, 의료계 주도의 자율 정화 기전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른바 '예비 지정 제도'다.
이봉근 보험이사는 “정부가 우려하는 일부 ‘과잉 진료’ 사례가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를 빌미로 전체를 통제하기보다, 비급여 체계 내에서 의협과 학회가 주도해 적정성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전문가 심사를 통해 자율 규제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의협은 정부에 법률적 근거 없는 관리급여 신설을 즉각 철회하고 비급여 관리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며, 관리급여 대신 현행 비급여 체계 내에서 자율 규율이 가능한 '예비지정제' 도입을 논의하자고 요구했다.
나아가 의협은 정부가 의료계의 제안을 무시하고 정책을 강행할 경우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 참여 거부를 포함한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