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시애틀의 잠 못이루는 밤(1993)- 미친짓인줄 알면서도
[의약뉴스]
돌아보면 인생은 우연의 연속은 아닐지라도 우연의 지배를 받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 우연은 기대 이상의 것이어야하고 현실로 나타나야 한다.
좌석표가 없던 시절 기차를 탔는데 말 글대로 천생연분이 옆자리에 앉아 있다거나 하찮은 도움을 줬을 뿐인데 그 사람이 재벌의 아들이어서 진 빚을 다 갚아 줬다는 그런 상상말이다.
그런 우연은 필연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한 줄기 빛과 같은 따뜻한 감성를 불러 일으킨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지만 여기 소개할 노라 에프론 감독의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우연이 영원한 사랑으로 이어진 경우다.
그러니 뭇 청춘남녀는 물론 누구라도 그 때 그 시절을 그리워하지 않을 수 없다. 손전화가 없던 시절이니 라디오 방송의 사연 소개는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어린 아들이 아버지를 걱정하는 대목에 이르면 청취자들은 아들은 물론 아버지도 감성이 풍부하고 인정많은 사람으로 상상속의 나래를 펴기 마련이다.
하필 그 때 애니( 멕 라이언)도 그 방송을 듣고 눈물을 찔끔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내를 잃은 남편과 어린 아들이 왠지 모르게 측은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시애틀에 사는 샘( 톰 행크스)은 방송 이후로 시애틀의 잠 못이루는 샘씨라는 호칭으로 전국적인 인물로 부상한다. 애니는 그에게 흥미를 느낀다.
하지만 결혼을 약속한 남자가 있다. 가족 소개도 끝났다. 근사한 곳에서 근사한 반지도 받았다.
라디오 사연은 이어진다. 애니는 듣고 또 들으면서 직접 그를 만나러 시애틀로 달려간다. 무엇이 애니를 그렇게 했을까. 그녀 말대로 미친짓인 줄 알면서도 그러는 것은 어떤 거대한 운명의 힘에 끌렸기 때문이다.
애니는 그곳에서 다른 여자와 있는 샘을 보고 실망하지만 해변에서 아들과 노는 자상함을 보고는 자기가 생각한 이상형의 남자로 여긴다.
아들은 애니에게 답장은 쓴다. 발렌타인 날에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만나자고. 아들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몰래 가고 아버지는 아들을 쫓고 애니도 거기에 도착한다.
거칠게 표현한 대충 줄거리가 이렇다. 앞서 우연 어쩌고저쩌고 했으니 그 우연이 어떻게 결말이 났는지도 말해야겠다. 먼저 아들과 샘이 만난다. 뒤이어 애니와 눈이 마주친다. 샘은 말한다. 나 지금 가야 하는데 같이 갈까요? 대답은 당연히 예스.
세상이 싫고 모든 것이 귀찮고 시간이 남아 돌아 무엇을 할지 몰라 미칠 지경일 때 킬링 타임으로 추전할만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연히 복권 당첨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영화다.
말도 안 되는 우연이 여러번 겹치다 보면 혹시 아는가. 필연적으로 당첨이 될지. 심심풀이 땅콩으로 혹은 전날 묘한 꿈을 꿨다면 복권 사는 심정으로 영화를 보는 것도 괜찮다.
국가: 미국
감독: 노라 에프론
출연: 멕 라이언, 톰 행크스
평점:
팁: 지금도 라디오 편지 사연은 많은 애청자를 거느리고 있다. 그만큼 남의 이야기에 호기심이 발동한 결과다.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은 어떤 우연으로 평생의 짝을 만나고 헤어지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아들은 아버지와 애니의 중매쟁이가 됐다. 죽은 어머니가 미워서가 아니다. 잠 못 이루는 아버지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애니는 방송을 듣고 편지를 쓰고 편지를 받는 일이 미친짓이라고 했다. 하지만 어떤 거부할 수 없는 운명에 끌려 나가는 자신을 멈출 수 없었다.
아들의 중매는 성공했다. 이 코너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러브 어페어’를 보면 이 영화의 여운을 즐기는데 도움이 된다. 좀 더 세련됐고 더 웃기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