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지역사회, 재가 임종 해법 모색
‘재택ㆍ완화의료 심포지엄’서 병원-지역사회 연계 모델 성과 공유...‘제도 개선 시급’ 한목소리
[의약뉴스]
내 집에서 맞이하는 존엄한 마지막
대부분의 국민은 익숙한 ‘내 집’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길 원하지만, 10명 중 8명은 병원에서 임종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간극을 메워 환자가 살던 곳에서 존엄한 삶을 마무리하도록 돕기 위해 병원과 지역사회가 머리를 맞댔다.
서울대병원(병원장 김영태)은 18일 ‘삶의 마지막을 함께 준비하는 돌봄-재택의료와 완화의료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병원 완화의료ㆍ임상윤리센터(센터장 김범석)와 공공진료센터(센터장 조비룡)가 공동 주관한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집에서 편안히 임종하도록 돕는 병원과 지역사회의 협력 모델과 실제 적용 경험을 공유했다.
◆치료 종결은 돌봄의 끝이 아닌 시작 “병원이 연결고리 돼야”
첫 발제를 맡은 서울대병원 재택의료클리닉 이선영 교수는 ‘국내 병원 기반 재택의료와 재가 임종의 실천’을 주제로 병원의 역할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대부분 환자는 생애 마지막까지 질병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다”며 “‘치료가 어렵다’는 말을 들은 후에도 환자는 조절되지 않는 증상과 반복되는 급성 문제로 고통받지만, 기존 진료과와 관계가 단절돼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할지 모르는 돌봄 공백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7년간 폐암 치료를 받다 말기 판정을 받은 79세 환자 사례를 들어 병원 기반 재택의료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 환자가 집에서 더 지내고 싶다는 희망을 밝히자 서울대병원 재택의료팀이 연계해 돌봄을 제공했다.
이 교수는 “재택의료팀은 10개월간 13차례 외래 진료와 8차례 가정 방문으로 통증과 호흡곤란 증상을 조절하고, 산소 치료 처방과 노인장기요양보험 연계 등을 지원했다”며 “응급실 방문 위기도 있었지만, 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환자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고, 20년간 살던 집에서 평안히 임종을 맞았다”고 소개했다.
이 사례를 포함, 서울대병원 재택의료팀이 돌본 환자 중 올해 상반기 사망자의 약 40%가 재가 임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병원 치료 종결이 환자와의 관계 단절이 돼서는 안 된다”며 “병원은 환자가 지역사회에서 적절한 돌봄을 받도록 연계하고 관리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이것이 병원과 지역이 함께하는 재택의료 네트워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지역사회 힘, 제도가 뒷받침해야”..."수가 개선ㆍ호스피스 확대 시급"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추혜인 원장은 ‘지역사회에서의 재택의료와 재가 임종’을 주제로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했다.
추 원장은 “항암 치료가 어렵다는 말을 듣고 울던 노부부를 택시 기사님이 우리 의원으로 데려다준 사례가 있다”며 “택시 기사님처럼 지역 주민 모두가 돌봄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역에서는 병력 파악도 제대로 안 된 말기 환자를 만나는 경우가 흔하고, 집에서 임종하면 경찰 조사를 받는 등 법적 문제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며 “사망이 예견된 질환의 환자일수록 오히려 병원에서 사망할 확률이 높은 것이 한국의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재가 임종이 지역사회에 안착하기 위한 과제로 ▲비암성 질환까지 호스피스 대상 확대 ▲병동 없는 지역 의원의 ‘가정형 호스피스’ 제공 허용 ▲1차 의료 방문진료 시 암환자 산정특례 적용 ▲생애 말기 돌봄 교육 수가 신설 ▲모든 의료기관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조회 권한 확대 등을 주문했다.
특히 추 원장은 “방문 진료비 4만 8700원이 부담스러워 입원을 택하는 암 환자도 있다”며 “산정특례가 적용되지 않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재가 임종은 아름다운 판타지가 아니라 돌보는 가족의 고통과 헌신이 따르는 현실”이라며 “좋은 죽음 이전에 '좋은 삶'을 끝까지 지키도록, 환자의 바람을 존중하고 실제 돌보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회적 인식 변화와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