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AI ‘골든타임’, 데이터 활용 빗장 열어야”

이주영 의원 주최 정책토론회...“고품질 데이터, 최대 경쟁력” 구슬 꿰어 보배로 만들 국가 전략 시급

2025-07-17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현재 우리나라가 보유한 방대한 고품질 의료데이터의 잠재력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며, 파편화된 데이터를 통합하고 활용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과 사회적 합의가 시급한 '골든타임'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17일 한국인공지능ㆍ소프트웨어산업협회와 함께 국회의원회관에서 ‘의료데이터 활용도 제고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데이터 활용을 가로막는 기술적ㆍ제도적 장벽을 진단하고, 이를 넘어설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문이 쏟아졌다.

▲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17일 한국인공지능ㆍ소프트웨어산업협회와 함께 국회의원회관에서 ‘의료데이터 활용도 제고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첫 발표자로 나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단(BIKO) 엄보영 사무국장은 ‘데이터 기반 정밀의료 혁신’을 위한 국가적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엄 사무국장은 “BIKO 사업은 단순히 많은 데이터를 모으는 것을 넘어, 데이터가 국민, 산업, 사회에 잘 쓰일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사업”이라며 “총 77.2만 명 규모의 참여자를 목표로 임상정보, 유전체, 공공데이터 등을 통합해 질병 예측과 맞춤형 치료를 구현하는 정밀의료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계의 신뢰, 연구계의 도전, 산업계의 실험, 정부의 뒷받침이 하나로 연결될 때 진정한 변화가 가능하다”며 다자간 협력을 촉구했다.

산업 현장의 목소리는 더욱 절실했다. LG화학 생명과학본부 이희봉 전무는 ‘글로벌 혁신 신약개발’을 위한 국가 차원의 통합 플랫폼 구축을 강력히 제안했다.

이 전무는 “한국은 심평원과 건보공단의 데이터를 비롯해 세계적 수준의 고품질 데이터를 보유했지만, 병원마다 데이터가 파편화돼 있어 신약 개발에 활용하기 어렵다”고 ‘데이터 파라독스’를 지적했다.

그는 해결책으로 ▲의료기관 간 상호 운용 가능한 표준화 플랫폼 구축 ▲정부 주도 데이터 허브를 통한 기업ㆍ연구자 데이터 제공 ▲가명처리 데이터의 국외 이전 허용 등 규제 개선을 꼽았다. 

이에 더해 “고품질 데이터를 가진 한국의 상황이 가장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유현경 전무와 카카오헬스케어 제갈한철 부사장은 AI 기술로 데이터 활용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자신했다.

유현경 전무는 “의료 데이터의 97%가 비정형 상태로 활용되지 못한 채 잠자고 있다”며 “생성형 AI는 방대한 텍스트, 의료 이미지 등을 분석해 숨겨진 인사이트를 찾아내는 강력한 도구”라고 설명했다. 그는 MS의 ‘패브릭’과 같은 플랫폼으로 데이터 통합부터 분석, 가치 창출까지 전 과정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갈한철 부사장은 RWE(실제 임상 근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신약 허가, 적응증 확대 등 RWE의 가치가 전 세계적으로 입증되고 있다”며 “데이터 준비부터 분석, 인사이트 도출까지 ‘토탈 헬스케어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해 연구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 등 카카오헬스케어의 핵심 기술을 소개하며 안전한 데이터 활용 환경 구축을 약속했다.

나아가 국회 입법조사처 김은정 조사관은 주요국의 현황을 비교하며 한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입법적 시각을 제시했다.

김 조사관은 “미국(민간 주도), 영국(Opt-out), 일본(민간 중개), 핀란드(공공 통제) 등 각국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해법을 찾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데이터 활용 촉진’과 ‘개인정보 보호’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각국의 사례를 참고해 데이터 접근 절차, 거버넌스, 사회적 합의 모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한국형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