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홍역 '백신 사각지대' 방역 새 변수로

백신이력 없는 경우 절반 넘어...휴가철 맞아 해외유입 큰 폭 증가

2025-07-17     의약뉴스 이대호 기자

[의약뉴스]

퇴치된 것으로 인식되던 홍역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여름철 해외여행을 앞두고 홍역 감염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이는 최근 국내 홍역 환자 수가 증가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해외 유입 사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1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월 5일 기준 국내 홍역 환자 수는 총 6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7명)보다 38.3% 증가했다. 이 중 46명(70.8%)은 해외 유입 사례였으며, 특히 베트남발 감염자가 42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같은 상황은 홍역 유행 국가로의 여행이 국내 감염 위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베트남 등 일부 동남아 국가는 아직 홍역이 풍토병으로 남아 있으며, 지역별 예방접종률 격차도 존재한다.

이런 점을 감안해 의료계 안팎에선 여행지 선택 시 단순 관광 정보 외에도 현지 감염병 발생 상황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방역 현장에서 더 우려하는 부분은 국내 성인층의 ‘백신 공백’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국내 홍역 환자의 76.9%가 19세 이상 성인이었으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55.4%)은 백신 접종 이력이 없거나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접종 누락을 넘어 성인층 전반의 면역 공백 가능성을 시사한다.

▲ 질병관리청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며, 홍역 감염 예방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어린 시절 예방접종을 마쳤다고 해서 누구나 면역을 갖췄다고 보긴 어렵다. 국내 예방접종 체계가 주로 아동을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성인의 면역 상태는 상대적으로 확인이 어려운 구조다.

이러한 배경에서 질병관리청은 13세 이상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접종 여부가 불확실할 경우 항체 검사를 받거나 4~6주 간격의 2회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홍역은 기침이나 재채기만으로도 쉽게 전염될 정도로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로, 이러한 조치는 감염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예방적 대응이다.

특히 12개월 미만 영아, 임신부,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에게는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 가운데 생후 6~11개월 영아는 예방접종 권장 시기가 되지 않았더라도, 유행 국가를 방문해야 하는 경우 ‘가속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되고 있다.

한때 ‘사라진 감염병’으로 여겨졌던 홍역은 해외 유입과 성인 백신 사각지대라는 새로운 변수 속에서 다시금 방역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홍역 백신 접종 안내와 예방수칙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해외여행 중에는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위생 수칙을 지키고, 귀국 후 3주 이내 발열·발진 등 증상이 나타나면 의료기관을 찾아 해외여행력을 알릴 것을 당부했다. 의료진에게도 홍역 의심 환자에 대한 신고와 감시 협조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