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사회 대전환, 국가 책임엔 공감 ‘어떻게’는 빠져

재가복귀ㆍ생애말기 등 현장 모델 제시...“분절된 제도ㆍ재정부터 통합 관리해야”

2025-07-15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초고령화사회를 맞은 우리나라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제인 ‘돌봄사회로의 대전환’을 위한 로드맵이 제시됐지만, 전문가들의 날카로운 지적이 쏟아졌다. 

국가 주도의 공공성 강화라는 방향에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지만, '어떻게'라는 방법론과 재정 문제를 두고는 첩첩산중의 과제가 놓여있음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ㆍ한정애ㆍ백혜련ㆍ서영석ㆍ이수진ㆍ김윤ㆍ전진숙 국회의원과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위원장 황병래), 건강돌봄시민행동은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돌봄사회로 대전환,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 김원일 운영위원.

이날 발제를 맡은 건강돌봄시민행동 김원일 운영위원은 돌봄사회로의 전환이 더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임을 통계와 현실을 통해 역설했다. 

그는 “2025년이면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10년 격차는 곧 돌봄 필요 기간을 의미한다”며 “1인 가구 1000만 시대, OECD 1위의 노인 빈곤율 등 모든 지표가 돌봄의 국가 책임을 가리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현재의 돌봄 시스템이 이러한 변화를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했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공급의 95%를 차지하는 민간 중심 시장 구조는 돌봄을 상품으로 전락시키고 지역 격차를 심화시켰다”면서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사회서비스가 분절적으로 운영돼 서비스 사각지대를 만들고, 돌봄 노동의 가치는 ‘비전문 여성 노동’으로 절하돼 인력난과 높은 이직률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고착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위원은 국가 책임을 기반으로 한 전면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했다. 구체적인 해법으로 ▲안정적 재원 마련과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한 ‘지역 의료ㆍ요양ㆍ돌봄 발전기금’ 조성 ▲보편적 권리보장을 위해 장기요양보험 대상을 ‘노인’에서 ‘전 국민’으로 확대 ▲요양보호사, 간병인 등 분절된 자격을 ‘통합돌봄지원사’로 통합해 전문성과 서비스 질 제고 ▲이용자 중심의 통합 서비스를 설계ㆍ연계하는 ‘공공 케어매니저’ 도입 등 4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총론 공감, 그러나 디테일이 문제”

▲ 더불어민주당 남인순ㆍ한정애ㆍ백혜련ㆍ서영석ㆍ이수진ㆍ김윤ㆍ전진숙 국회의원과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건강돌봄시민행동은 15일 ‘돌봄사회로 대전환,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어진 패널토의에서는 발제 내용의 방향성에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각론으로 들어가자 현실적인 한계와 구체적인 대안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상지대 보건의료경영학과 송현종 교수는 “돌봄이 필요한 시기 자체를 늦추는 ‘예방’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성과평가가 어려운 돌봄 서비스의 특성상, 모니터링을 단순화하고 재정적 인센티브와 강력히 연계해 서비스 질을 관리하는 현실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중앙대 간호대학 장숙랑 교수는 “방향은 맞지만 어떻게'가 빠졌다”고 꼬집으며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장 교수는 “장애아동, 퇴원환자, 생애말기 환자 등 사각지대는 여전하다”며 “정부의 장애인 건강 주치의 사업은 참여율 0.5%로 실패했고, 재가 호스피스는 전무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안으로 ▲퇴원 전 종합계획을 수립해 재가복귀를 지원하는 ‘다학제 팀 모델’ ▲임종기 가족을 위한 ‘생애말기 가족돌봄 유급휴가’ 신설 등 구체적인 현장 모델을 제시하며 “뜬구름 잡는 논의가 아닌, 현장에서 작동 가능한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아가 국회 김은정 입법조사관은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김 조사관은 “2032년이면 장기요양보험 적립금이 소진될 정도로 재정 위기는 심각한 현실”이라며 “안정적 기금 마련을 위해 국고보조 확대는 물론, 별도의 목적세 신설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건복지부, 행안부 등 부처별로 흩어진 돌봄 예산을 통합관리하고,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재원을 운용하도록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며 “분절된 재정의 칸막이를 허무는 것”이 시급한 정책 과제임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