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교육은 하드웨어, 전공의 수련은 소프트웨어가 문제”

미래의료포험 조병욱 위원장,...“독립적 통합기구 설립해야”

2025-07-14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의대 정원 증원 사태가 수십 년간 묵혀왔던 대한민국 의학교육과 전공의 수련 환경의 구조적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의학교육은 강의실, 실습 기자재 등 ‘하드웨어(인프라)’의 문제로, 전공의 수련 환경은 근무 제도, 조직 문화 등 ‘소프트웨어(시스템)’의 문제로 각각 분리해서 접근해야 하지만, 이과정을 총괄할 독립적인 ‘컨트롤 타워’가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 조병욱 위원장.

대한병원의사협의회(회장 주신구)는 13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전국의사 의료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발제를 맡은 미래의료포럼 조병욱 정책정보위원장은 의학교육과 전공의 수련의 문제를 이같이 진단하고,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혁을 촉구했다.

먼저 조 위원장은 의사 면허 취득까지의 과정인 의학교육의 문제를 하드웨어 부족으로 요약했다.

그는 “기초의학 교수 부족은 20년도 더 된 이야기”라며 “해부학, 생리학 교수가 없어 한 명의 교수가 여러 대학을 출강하는 형태로 겨우 유지되고 있고, 실습용 카데바(해부용 시신) 역시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해 지방 의대는 확보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수도권은 늘리지 않고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 위주로 정원을 대거 늘렸는데, 실습할 시신조차 부족하면 교육의 질적 저하는 불 보듯 뻔하다”며 “이제 ‘지방 의대 교육의 질이 더 낮다’는,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말을 해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대학병원을 신축하거나 증축할 때 학생들을 위한 실습실이나 토의실을 만들어주지만, 병원 규모가 커지면 가장 먼저 학생 공간부터 줄여 병원 운영에 필요한 공간으로 바꿔버린다”며 “학생들은 힘이 없어 저항조차 못 한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나아가 “정부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서 예산을 늘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 6월 교육부 전체회의에서 의대 교육 시설 예산 1342억 원을 전액 감액했다”며 “인프라에 투자할 돈이 사라진 상황에서 교육의 질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정부의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반면, 전문의를 양성하는 전공의 수련 환경에 대해서는‘소프트웨어(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 80시간을 기준으로 제시한 전공의 특별법으로 인해 전공의들이 대우는 받지 못하고 수련 기회만 박탈 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전공의 특별법은 근로기준법을 벗어나 주 80시간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모순적인 법”이라며 “주 77시간을 일해도 월급을 시급으로 환산하면 최저시급에 육박하는 것이 대한민국 전공의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80시간 규제로) 정규 시간을 넘기는 수술에 전공의가 참여할 수 없게 되니, 교수들은 처음부터 PA나 펠로우와 수술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켰다”며 “결국 전공의들은 수술을 배우고 싶어도 들어가지 못하는, 교육 기회의 박탈이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의국(醫局) 문화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의국은 도제식 교육이 이뤄지는 집단 문화로, ‘1~2년 차 때 고생하면 3~4년 차 때 보상받는다’는 내부 논리로 과도한 근무를 정당화한다”며 “이 문화가 깨질 것을 우려해 누구도 업무 분담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한다”고 힐난했다.

이어 “전공의 수련 환경을 진정으로 개선하려면, 이 의국 문화를 철폐하고 개개인의 수련을 보장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할 것인지 의료계 스스로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이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이 ‘컨트롤 타워의 부재’에 있다며, 강력한 총괄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현재 의학교육은 교육부, 전공의 수련은 보건복지부로 나뉘어 있고, 의평원이나 수련평가위원회 등은 강제성 없는 기구에 불과하다”며 “두 부처가 서로 책임을 미루거나 '나 몰라라' 하는 사이 수십 년간 문제가 방치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한 공간에서 총괄 관리해야 시너지가 나듯, 의학교육 역시 학부부터 전문의 취득 후 연수 교육까지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독립적이고 강력한 총괄 기구가 있어야만 제대로 된 개선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