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고혈압 생존율 향상, 국가 지원에 달렸다”

대한폐고혈압학회...정책 개선ㆍ신약 접근성ㆍ조기 진단 등 종합 전략 제시

2025-07-12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폐고혈압 환자의 생존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질병 코드 재분류와 신약 접근성 확대 등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와 이목이 쏠린다.

대한폐고혈압학회(회장 정욱진)는 11일, 코엑스 마곡 컨벤션센터에서 ‘완치를 향한 헌신(Dedicated to Cure PH)’을 주제로 제10회 학술대회(PH Korea 2025)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16개국 40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해 폐고혈압 극복을 위한 다각적인 해법을 논의했다.

이 가운데 학회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폐고혈압 환자의 생존율을 가로막는 제도적 한계를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종합 전략을 제시했다.

▲ 대한폐고혈압학회는 11일 코엑스 마곡 컨벤션센터에서 제10회 학술대회(PH Korea 2025)를 개최했다.

 

◆제도 개선 없인 ‘생존율 향상’ 요원...“전문질환군 A 지정해야”
학회가 요구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질병 분류 체계의 개선이다.

국내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2%로 과거보다 향상됐지만, 일본 등 85%를 넘는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 중 하나로 왜곡된 건강보험 분류 체계를 꼽았다.

폐고혈압학회 김대희 총무이사는 “현재 한국형 포괄수가제(K-DRG)의 전문질환군 분류는 수술ㆍ시술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며 “고난도 약물치료가 핵심인 폐동맥고혈압은 '기타 순환기 질환'이라는 일반 코드로 묶여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분류가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개편 방향과 맞물려 더 큰 문제를 낳을 것이란 지적이다. 

상급종합병원이 중증ㆍ희귀질환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폐고혈압이 ‘전문질환군’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대학병원 내 전문 의료팀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미국 데이터에 따르면 전문센터 진료 시 사망률이 30~40% 감소한다”며 “폐동맥고혈압을 ‘전문질환군 코드 A’로 분리 지정하고, 상급종합병원이 전문센터를 유지ㆍ육성할 수 있는 정책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0년 넘게 진전이 없는 신약 접근성
신약 접근성도 생존율 향상을 가로막는 큰 장벽이라는 지적이다. 해외에서 표준 치료제로 쓰이는 약물들이 국내에서는 허가와 급여 등재에 발이 묶여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는 것.

장항제 보험이사는 약가 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부와 제약사 간의 간극을 신약의 접근성이 개선되지 않는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며 “정부가 희귀질환에 대한 정책적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유연한 심사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만 그는 “해외에서 이미 표준 치료로 사용되는 신약들이 국내에서도 점차 허가 및 보험 등재 절차를 밟고 있다”며 “일부 약제는 급여화를 위한 평가 단계에 진입한 상태로, 조만간 국내 폐고혈압 치료 옵션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기 진단이 희망...‘폐,미리’ 캠페인으로 인식 개선 총력
학회는 폐동맥고혈압 생존율 개선을 위해 대국민 인식 개선을 통한 조기 진단율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허란 홍보이사는 “폐고혈압은 증상이 모호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조기발견이 생존율과 직결되는 만큼, 검증된 의학 정보를 담은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유튜브 등으로 확산하고, 의료진용 교육 자료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폐,미리(Family)' 희망 캠페인을 통해 실제 조기 진단 성공 사례가 늘고 있다"며 "내달에는 국회 정책토론회를 열어 폐고혈압 문제의 공론화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욱진 회장은 “폐고혈압은 더 이상 방치할 난치병이 아니라 조기에 진단하고 전문적으로 치료하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정부, 의료계, 환우회가 함께 실질적인 치료 환경 개선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학회가 구심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