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료계, 수술실 CCTV 실효성 두고 동상이몽

검 “솜방망이 처벌이 불법 유인, 생체인증 등 보완해야”...의 “CCTV는 환상, 불신만 조장"

2025-06-28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의 실효성을 두고 법조계와 의료계가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검찰은 현재의 솜방망이 처벌로는 대리수술 등 불법행위를 막을 수 없다며 처벌 강화와 시스템 보완을 주장했지만, 의료계는 CCTV가 가진 본질적 한계와 부작용을 지적하며 과도한 형사처벌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맞섰다.

대한의료법학회와 보건의약식품 전문검사 커뮤니티는 27일, 대검찰청에서 ‘의료형사법의 최신 쟁점 고찰’을 주제로 공동 학술대회를 열어 수술실 CCTV와 간호사 업무 범위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 김지수 검사.

이 자리에서 발제를 맡은 창원지방검찰청 김지수 검사는 현행법의 허점을 지적했다. 

그는 “의료기관 입장에서 무면허 의료행위로 중한 처벌을 받기보다 촬영 의무 위반으로 인한 경한 처벌을 받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유혹에 빠질 위험이 있다”면서 “법 도입에도 객관적 증거 확보는 요원해지고, 영상 유출로 인한 사생활 침해 위험만 새로 발생하는 결과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환자 요청에도 촬영을 거부하거나, 고의로 수술 장면을 가리거나, 촬영 영상을 30일 이내에 삭제해도 처벌은 500만원 이하 벌금에 그친다는 것.

이에 실효성을 확보할 방안으로 ▲수술실 출입구 CCTV 추가 설치 및 안면ㆍ홍채 등 생체정보 인식 시스템 도입 ▲외부인 출입 시 사전 신고ㆍ허가제 ▲고의적 촬영 방해 행위 처벌 규정 신설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어진 토론에서 의료계 패널들은 CCTV의 실효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정형준 원장(원진녹색병원ㆍ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CCTV로 불법행위의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겠다는 것은 애초부터 과도한 기대이자 디지털 기술에 대한 환상”이라고 일축했다.

그 이유로 “CCTV는 수술의 정밀도를 판단할 수 없으며, 대리수술 경각심을 주는 정도가 기능의 전부”라며 “오히려 환자-의사 불신 조장, 의료비 상승, 과소진료 위험 등 사회적 손해가 막심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행위 평가는 동료평가(peer review)에 의존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수술 행위의 동기가 수익성 추구였는지, 공익적 목적이었는지에 따라 법적 평가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신동일 원장(왼쪽)과 정형준 원장.

신동일 원장(돌봄의원ㆍ서울시의사회 부회장) 역시 “비의료인의 불법행위는 현행 CCTV 규정만으로도 충분히 예방 효과가 있다"며 “오히려 의사의 과실 없음을 증명하는 자료로 기능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여기에 더해 대법원 재판연구관의 논문을 인용, “외국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은 우리나라의 의료과실 기소율과 유죄율이 필수의료 기피의 근본 원인”이라며 “과도한 형사처벌이 의료진의 방어적 진료를 조장하고 있다”고 법조계의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간호사 업무 범위 구체화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졌다. 정부가 PA 간호사 업무 범위로 45개 행위를 제시했지만, 현장에서는 절차적 문제와 임상적 위험에 문제를 제기한 것.

정형준 원장은 “간호사의 자격, 교육, 관리ㆍ감독 논의를 전제하지 않은 채 병원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업무 범위부터 정하는 것은 목적과 절차가 뒤죽박죽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동일 원장은 “새 기준에 따라 간호사가 복수천자나 절개ㆍ배농까지 할 수 있게 됐는데, 이는 저혈압 쇼크 등 위험이 따르는 침습적 시술”이라며 “예외적인 응급상황을 경험하지 못한 인력이 간과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곧 환자의 악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사회적 합의에 따라 진료지원인력이 수행한 의료행위로 인한 악결과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