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장학회, 전자현미경 검사 인프라 붕괴 경고
"수가가 원가에도 못 미쳐 병원들 투자 포기"..."진단 정확성 추락"
[의약뉴스] 신장(콩팥) 질환 진단의 필수 과정인 전자현미경 검사 인프라가 붕괴 위기에 처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와 이목이 쏠린다.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가 때문에 병원들이 10억원에 달하는 고가 장비의 신규 도입이나 교체를 포기하면서, 진단의 정확성이 담보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대한신장학회 임범진 일반이사와 황원민 홍보이사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수가 개선을 촉구했다.
학회측에 따르면, 사구체신염이나 이식 후 거부반응 등 주요 신장질환을 확진하기 위해서는 신장 조직검사가 필수적으로, 이 검사는 광학현미경, 면역형광현미경, 그리고 전자현미경(EM) 검사까지 세 가지를 모두 거쳐야 최종 진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중 전자현미경 검사 수가가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돼 있다는 지적이다.
임범진 이사는 “세브란스병원에서 자체 분석한 결과, 전자현미경 수가는 검사에 들어가는 소모품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연간 800건 이상 검사하는 대형병원이 겨우 인건비를 맞추는 정도인데, 그 이하 규모의 병원에서는 명백한 적자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7억원에서 10억원에 달하는 고가 장비의 노후로 교체 시점이 다가온 병원들은 재투자를 포기하고 있다는 것.
특히 약 2년 전, 전국에서 가장 많은 위탁(수탁) 검사를 처리하던 서울아산병원이 적자 누적을 이유로 수탁 중단을 선언하면서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됐다는 전언이다.
과거에는 자체 장비가 없는 병원들이 아산병원이나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소수의 대형병원에 검사를 의뢰했지만, 이제는 대형병원마저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임 이사는 “이 사태는 현재의 의ㆍ정 갈등 이전에 시작된 문제로, 일부 병원은 개인적인 인맥을 통해 겨우 검사를 의뢰하고 있다"면서 "더 심각한 문제는 아예 전자현미경 검사를 포기하고 부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병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자현미경 검사를 생략하면 정확한 진단명을 놓치거나 진단 자체가 불가능한 질환이 많지만 적자를 감내할 수 없어 이를 포기하고 있다는 설명으로, 이는 결국 추정 진료로 이어져 환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황원민 이사는 “정확한 진단 없이 치료하면 신장 기능이 계속 나빠져, 투석을 받지 않아도 될 환자가 결국 투석을 하게 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범진 이사도 “대한민국 정도의 경제 수준을 가진 나라에서 짐작으로 신장질환을 치료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마치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의료 수준으로 퇴보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한탄했다.
심각한 상회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체감하기 어려워 문제의 심각성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아 더 문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간 검사 건수가 3000~3500건 수준으로 많지 않고, 당장 환자들의 불편이 표면화되지 않다 보니 정책 결정자들의 관심에서도 밀려나 있다는 것.
임 이사는 “몇 년째 수가 개선을 요구했지만, 이 문제가 공론화되지 않아 해결이 요원한 상태”라며 “전자현미경 수가를 현실화하는 것이 환자의 안전을 지키고 대한민국 의료의 질을 담보할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