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거슬러 올라온- 장어의 꿈

2025-06-14     의약뉴스 이순 기자

[의약뉴스]

▲ 아직 어린 장어 한 마리가 살려고 발버둥 친다. 억센 손에 잡힌 녀석의 꿈은 사라졌다. 채 피기도 전에.

장어의 꿈은 이런 것이었을까.

나고 자란 고향이 그리워 찾은 한강 하구.

뜨거운 해를 피해 어둠이 찾아오자 산책에 나섰다.

그리고 걸려 들었다.

차고 날카로운 가시.

본능적으로 몸부림쳤다.

그럴수록 미늘은 더 견고하게 주둥이를 파고들고

점점 더 밝은 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생전 처음 경험해 보는 나쁜 기운.

그리고 물이 없으면 살지 못하는 뭍으로 끌려나왔다.

억센 손가락이 입에 걸린 미늘을 제거한다.

살았다. 

날 살려주려나 보다.

착한 인간.

주변에 몰려든 무리가 환호한다.

"자연산 장어다." 

침 넘어가는 소리 꼴깍 꼴깍.

무언가 잘못됐다. 

나는 곧 한 번 가면 올 수 없는 그물 속에 갇혔다.

이러려고 거친 물살 헤치고 여기까지 왔나.

아직 난 어리다.

겨우 사춘기를 벗어난 청소년인데.

내 꿈은? 

사라진 장어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