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자단체, 수가협상 제도 전면 개편 한목소리
깜깜이 협상ㆍSGR 모형 문제 지적...건보공단 “전 유형 타결은 상호 신뢰와 양보의 결과”
[의약뉴스] 13일 열린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 체결식에서 공급자단체장들이 한목소리로 현행 수가 협상 구조의 전면 개편을 촉구했다.
전례 없는 의료대란 속에서 전 유형 타결이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깜깜이 밴드와 불합리한 SGR(지속가능한 목표진료비 증가율) 모형이 대표하는 현 제도의 한계를 더는 용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정기석)은 13일 서울강원지역본부에서 대한의사협회 등 7개 공급자단체와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체결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건보공단은 상호 신뢰와 양보를 전 유형 협상 타결의 동력으로 꼽았지만, 공급자단체들은 협상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다면서 근본적인 제도 개선 없이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건보공단 “균형점 찾으려 노력” vs 공급자단체 “미래 위한 투자로 인식해야”
먼저 정기석 이사장은 “아직 비상 진료 체계가 끝나지 않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8년 만에 전 유형이 타결된 것은 의미 있는 성과”라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타결을 이뤄주신 각 단체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협상에서는 유형별 균형점을 찾고, 가입자와 공급자 간의 간극을 줄여나가며, 저평가된 행위의 수가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향후 보건의료체계 발전을 위해 의료계와 머리를 맞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급자단체장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은 “현행 수가 협상 구조는 재정운영위원회의 밴드 결정만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방식이 해마다 반복돼 공급자에게 피로감과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직격했다.
이어 “단순한 인상률 논쟁을 넘어 의료의 본질적 가치에 부합하는 보상체계와 지속 가능한 제도운영을 위한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며 “의료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병원협회 이성규 회장 역시 “의료위기 상황에서 병원계가 사회적 책무를 다했지만, 가입자로부터 그 역할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토로했다.
이에 “깜깜이 협상이라고 부르는 관행을 깨고 투입 재정을 사전에 공지해야 하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SGR 모형의 지속적인 개선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도 개선엔 한 목소리, 방향성엔 동상이몽
현행 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각 단체가 처한 현실에 따라 방향성은 조금씩 달랐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박태근 회장은 “이번 결정은 모두가 어려운 상황을 함께 나누려는 치과계의 책임감을 담은 결과”라면서도 “정책적 사각지대에 놓인 치과 유형에 대한 보장성 강화와 수가 현실화를 병행하는 정책적 배려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한의사협회 윤성찬 회장은 “의ㆍ정갈등 여파로 SGR 모형의 불균형이 발생해 한의계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먼서 “1.9%라는 역대 최저 인상률을 수용한 것은 보장성 확대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재정위가 제시한 부대 의견인 한의 보장성 강화가 실질적으로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약사회 권영희 회장은 “전 유형 타결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양보와 타협의 성과”라고 평가하면서도 “의료대란 이후 각종 정책 지원에서 소외된 약국에 대한 별도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