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대란 정부 지원금, 수가협상 뜨거운 감자 부상
공단 재정위 "비급여성 보상 반영 원칙 마련"...병원계 “재정지원 목적 왜곡”
[의약뉴스]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수가) 협상이 본격화된 가운데, 의ㆍ정 갈등 사태 이후 투입된 정부 지원금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정부 지원금 등 비급여성 보상을 향후 수가협상에 반영하기 위해 원칙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병원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
병원계는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기반으로 해야 할 수가협상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고, 국가 정책 목적에 따라 지원한 예산의 성격까지 왜곡할 수 있다며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정기석)과 병원 유형 수가협상단(단장 유인상)은 지난 16일 2026년도 유형별 수가협상 1차 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병원계는 의ㆍ정 사태 이후 극심한 경영난을 호소하며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보상을 촉구했다.
유인상 단장은 1차 협상 후 “2024년 병원급 진료비는 전체 0.7% 증가에 그쳐 전 유형 평균 3.4%에 크게 못 미쳤고, 상급종합병원은 8.8%나 감소했다”면서 “정부지원금은 대부분 인건비로 소요되거나 상환해야 할 선지급금 성격이 강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인건비 상승률이 매출 증가를 훨씬 웃돌아 대부분의 병원이 영업이익 감소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국민 의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수가협상에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병원계의 절박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정부지원금 연계가 향후 수가협상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 강도태 위원장은 지난 19일 전문지기자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정부 지원금이나 과거 시범사업, 정책가산 등 청구서 형태로 집계되지 않는 보상들이 수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이러한 형태의 지원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워크숍 등 충분한 논의를 통해 장기적인 원칙을 정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올해 수가협상이 끝난 후 다음 수가협상부터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빠른 시일 내에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재정운영위원회의 방침에 대해 병원계는 수가협상의 근본 원칙을 뒤흔드는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 병원계 관계자는 “건강보험에서 지출된 재정을 기준으로 수가를 논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정부 예산은 건강보험법상 지출 목적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예산으로 지원한 것으로, 코로나19 당시 시설 개보수 비용을 예산에서 지원한 것은 건보 재정으로 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차이를 분명히 했다.
이에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아닌, 국가의 특정 목적 사업으로 병원에 지원된 예산을 수가협상 시 진료비 증가분으로 간주해 밴드나 순위를 정하는 기준으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며 “재정운영위원장이 기타 병원 수입을 확인할 필요는 있겠지만, 이를 수가협상 원칙에 포함하는 것은 향후 병원계에 들어오는 모든 예산 지원이 수가에 연동될 수 있다는 위험한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병원계 관계자 역시 “수가협상은 건강보험 재정 지출의 증가분을 가지고 따지는 것인데, 예산으로 들어온 세금까지 연동한다면 극단적으로 시ㆍ도립 의료원의 인건비 중 지자체 지원분도 수가에서 제외해야 하느냐는 논리까지 나올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받지 않고 다른 예산에서 나온, 특히 한시적인 지원금까지 수가협상의 원칙을 만들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당시 지원금은 병원 인프라 유지를 통해 24시간 365일 진료에 기여하고 국민 건강을 위해 쓰인 돈인데, 이를 수가협상에 반영한다는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의ㆍ정 갈등의 후폭풍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지원금의 수가 연동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 가뜩이나 어려운 병원계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이 원칙이 어떻게 정립되느냐에 따라 향후 수가협상의 전체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