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안산병원 피부과 유화정 교수

손발바닥 농포증 산정특례, 생물학적제제 접근성 확대

2025-05-21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의약뉴스]

 

보다 효과적인 치료제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건선 치료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한 생물학적제제들이 치료가 보다 까다롭고 삶의 질에 더 악영향을 미치는 손발바닥 농포증으로 전선을 확대,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1월, 보건복지부는 손발바닥 농포증을 희귀질환으로 지정하고 산정특례를 적용, 생물학적제제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

이제 손발바닥 농포증으로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들이 보다 치료 효과가 뛰어난 생물학적제제를 통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이 가운데 트렘피어(성분명 구셀쿠맙, 얀센)를 시작으로 손발바닥 농포증에 활용할 수 있는 생물학적제제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의약뉴스는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피부과 유화정 교수를 만나 손발바닥 농포증의 질병 부담과 생물학적제제의 임상적 가치 및 산정특례 전후의 변화를 조명했다.

 

▲ 지난 1월, 보건복지부는 손발바닥 농포증을 희귀질환으로 지정하고 산정특례를 적용, 생물학적제제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 이제 손발바닥 농포증으로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들이 보다 치료 효과가 뛰어난 생물학적제제를 통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이에 의약뉴스는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피부과 유화정 교수를 만나 손발바닥 농포증의 질병 부담과 생물학적제제의 임상적 가치 및 산정특례 전후의 변화를 조명했다.


◇악화와 호전하며 일상 생활 제약하는 손발바닥 농포증
손발바닥 농포증(PalmoPlantar Pustulosis, PPP)은 손ㆍ발가락이나 손ㆍ발바닥에 발진이나 물집, 붉은 반점과 함께 무균성의 고름(농포)이 발생해 가려움과 통증을 동반하는 질환으로, 환부의 표면이 딱딱하고 두꺼워지거나 홍반 등의 변화를 동시에 겪을 수 있다.

유화정 교수는 “건선은 보통 전신에 발생하는 반면, 손발바닥 농포증은 주로 손발에 국한해서 물집이 생기는 특징을 보이며, 임상적으로도 건선과는 다른 양상을 나타낸다”면서 “반복적인 염증으로 인해 환자들이 불편함을 겪는 경우가 많지만, 기존 치료법들은 한계가 있어서 만성적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손발바닥 농포증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물집이 처음에는 투명하게 나타나다가 점차 노란색의 고름 형태로 변하는 것”이라며 “물집 외에도 붉은 기가 도는 홍반이나 각질이 함께 생기는 경우도 많다”고 부연했다.

뿐만 아니라 “환자들 마다 증상에 대한 인식이 달라서 일부는 가렵다고 느끼거나 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분들도 있다”며 “특히 발에 병변이 발생하면 걸음을 디딜 때마다 통증이 심해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아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손발바닥 농포증은 수년에서 수십년에 걸쳐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며, 대부분 시간이 흘러도 중증도는 완화되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

이로 인해 일상생활은 물론 경제 활동에도 상당한 제약이 생기기 때문에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서는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의 삶의 질이 건선환자보다 더 좋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유 교수는 “손발에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얼굴에 병변이 발생하는 것만큼 삶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손에 병변이 생기면 악수할 때 손을 내미는 것조차 불편하게 느껴지고, 통증이나 가려움 자체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분들도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더해 “손으로 물건을 들거나 집을 때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발에 병변이 생기면 걷기가 불편해져 일상생활에 제약이 생긴다”며 “이런 이유로 환자들의 삶의 질이 저하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삶의 질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지만, 진단은 쉽지 않다. 환자들도 다른 질환으로 오인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는 전언이다.

유 교수는 “실제로 한포진으로 알고 찾아오시는 환자분들도 있다”며 “사실 임상적으로 감별이 쉽지 않고, 조직 검사를 진행해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손뿐만 아니라 발에도 증상이 나타나고, 손톱까지 침범하는 경우에 손발바닥 농포증을 의심할 수 있으며, 조직 검사에서는 해면화(spongiosis)의 여부나 미세 농양(microabscess)의 발생 여부를 확인해 질환 감별의 포인트로 잡기도 한다”면서 “이처럼 손발바닥 농포증의 감별이 어려운 경우 조직 검사를 통해 최대한 명확한 진단을 내리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선보다 까다로운 손발바닥 농포증, 고식적 치료제로는 한계
손발바닥 농포증은 건선과 발병 기전이 유사한 자가면역질환으로, 이에 손발바닥 농포증을 건선성 질환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러나 건선과 달리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효과를 입증한 대규모 임상 연구는 많지 않다.
 
유 교수는 손발바닥 농포증 관련 임상 연구가 많지 않은 이유에 대해 “손발바닥 농포증은 유병률 자체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라면서 “한국에서는 유병인구가 만 명이 채 되지 않고 일본에서도 약 0.12%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건선은 주로 전신에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들이 심각성을 인지하고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지만, 손발바닥 농포증은 증상이 손발에 국한되어 있고 병변의 범위가 적을 경우, 환자들이 이를 그냥 가지고 지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병원을 찾는 빈도도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제한적인 데이터 안에서 건선과 유사한 방법으로 치료를 진행했지만, 치료 성적은 좋지 않았다.

유 교수는 “기존에는 손발바닥 농포증을 건선과 비슷하게 치료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두 질환 모두 면역 반응의 과잉으로 발생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비슷한 치료 방식으로 접근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손발바닥 농포증에는 주로 스테로이드나 비타민 D 제제를 많이 사용한다”면서 “그러나 바르는 약제는 깊은 염증에는 다소 효과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으로는 광선 치료가 있는데, 환자가 내원해서 일정 주기로 빛을 조사받아야 하기 때문에 주 1~2회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면서 “특히 직장인들은 주기적인 병원 방문이 쉽지 않아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도 잦다”고 지적했다.

또한 “증상이 좀 더 심각한 경우에는 면역억제제를 고려하게 되는데, 대표적으로 사이클로스포린, 메토트렉세이트, 아시트레틴과 같은 약물이 사용된다”면서 “이들 약물은 전신 면역을 전반적으로 억제하는데, 각 약물의 특성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처방 시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기존 치료의 한계를 설명했다. 

사이클로스포린은 장기간 사용 시 신장 독성이, 메토트렉세이트는 간 독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아시트레틴은 임부 또는 임신 계획이 있는 여성 환자의 경우 복용이 불가하고, 복용 중단 시점부터 3년 동안은 헌혈이 불가하기 때문에 남성 환자도 사용이 제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데이터는 부족하지만, 건선에서 강력한 효과를 보인 생물학적제제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었다.

유 교수는 “손발바닥 농포증은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특징이 있어 환자분들이 증상이 호전됐다가도 다시 재발하는 경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면서 “보통 증상이 가라앉아 피부가 깨끗해졌다가 갑자기 물집이 올라오고, 그 물집이 농포로 변해 딱딱해져 각질로 벗겨진 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증상이 나타나는 패턴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처럼 염증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환자분들이 지속적인 불편을 겪는 편”이라면서 “그러나 생물학적제제의 경우 이러한 호전과 재발의 반복 주기를 길게 하고, 증상이 나타나는 범위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생물학적제제는 손발바닥 농포증에서 염증을 유발하는 국소적인 면역 체계만 차단할 수 있어 특정 부작용에 대한 위험은 줄이면서 보다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대표적으로 사례가 IL-23 억제제인 트렘피어(성분명 구셀쿠맙, 얀센)”라고 강조했다.

 

▲ 유화정 교수는 “산정특례가 적용되면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줄었고, 치료 효과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됐다”면서 “다시 말해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에게 트렘피어라는 새로운 치료 옵션이 생겼고, 더 효과적인 치료로 전환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넓어진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강조했다.


◇트렘피어, 생물학적제제 최초 손발바닥 농포증에 적응증 획득
이처럼 생물학적제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가던 가운데 트렘피어는 2019년, 생물학적제제 중 최초로 손발바닥 농포증에 대한 적응증을 추가, 임상 현장에서 근거를 바탕으로 생물학적제제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얼였다.

트렘피어는 인터루킨(Interleukin, IL) 23억제제로, IL-23은 Th17 세포의 확장 및 생존을 유도, 염증성 사이토카인 방출을 촉진해 국소 조직 염증유발에 관여하며, 손발바닥 농포증에서도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일본 연구진은 트렘피어를 통해 IL-23을 억제하면 손발바닥 농포증의 염증 조절 기전을 차단, 관련 증상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란 가설에서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 159명을 대상으로 PPP3001 3상 임상을 진행했다.

연구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트렘피어 치료 16주차에 손발바닥 농포증 영역 심각도 지수(Palmoplantar Pustulosis Area Severity Index, PPPASI)가 기저시점 대비 15.3점 감소, 위약군의 7.6점 보다 두 배 이상 개선된 것.

또한 치료 84주차에는 트렘피어 100mg 투여군의 평균 PPPASI 점수가 기저시점 대비 77.53% 개선된 것으로 보고됐다.  

84주차에 기저시점 대비 PPPASI 점수가 50% 이상 개선됐음을 의미하는 PPPASI-50 달성률은 88.9%, 75% 이상 개선됐음을 의미하는 PPPASI-75는 68.9%에 달했다.

비록 생물학적제제로 증상이 100% 호전되는 환자들이 적지 않은 건선과 비교하면 아직 아쉬움이 남는 치료 성적이지만, 일상 생활에 제약이 큰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들이 보다 많은 시간을 증상 없이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다.

유 교수는 “손발바닥 농포증도 생물학적제제를 통해 치료 성적이 개선됐지만, 아직 건선만큼은 빠르게 호전되지는 않는 면이 있다”면서 “회복 속도나 반응에서 조금 더딘 경향을 보이기도 하며, 환자마다 반응도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록 손발바닥 농포증에서는 건선만큼 빠르게 효과가 나타나지 않지만, 생물학적제제를 통해 증상이 호전됐다가 악화되는 주기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면서 “즉, 환자들이 증상 없이 지낼 수 있는 ‘무질병(disease-free)' 기간이 길어지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실례로 “가장 드라마틱했던 사례로 발에 물집이 자주 생겨 걷기도 힘들어하시던 한 중년 여성 환자분이 트렘피어 투여 후 증상이 크게 개선된 경우가 있었는데, 이 환자분은 트렘피어 투여 이후 보행이 훨씬 편해졌다고 말씀하셨다”면서 “이처럼 트렘피어 투여 환자분들은 보통 물집이 생기는 빈도가 줄어들고, 증상이 나타나는 주기도 길어져서 일상생활이 크게 나아졌다고 기분 좋게 이야기하신다”고 전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PPP3001 결과를 근거로 지난 2019년 트렘피어를 생물학적제제 중 최초로 손발바닥 농포증 치료제로 허가했고, 2021년부터는 보험급여도 적용하고 있다.

트렘피어는 현재 유일하게 손발바닥 농포증에 급여가 적용되는 생물학적제제로, 만 18세 이상 중증도-중증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에서 ▲PPPASI 12 이상, ▲아시트레틴 또는 메토트렉세이트 또는 사이클로스포린을 치료용량으로 3개월 이상 투여했음에도 반응이 없거나 부작용 등으로 치료를 지속할 수 없는 경우 혹은 ▲광선요법으로 3개월 이상 치료했음에도 반응이 없거나 부작용 등으로 치료를 지속할 수 없는 경우에 급여를 인정하고 있다


◇산정특례로 생물학적제제 접근성 개선
여기에 더해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1일부터 손발바닥 농포증을 희귀질환으로 지정, 산정특례를 적용해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총 진료비의 10%로 낮췄다.

산정특례 대상은 ▲신청일 기준 1년 이내 피부 조직검사 결과 손발바닥 농포증을 명백히 배제하는 조직 판독소견이 확인되지 않는 환자로, ▲6개월 이상 중등증-중증 손발바닥 농포증으로 치료방법(아시트레틴, 메토트렉세이트, 사이클로스포린, 피부광화학요법(PUVA), 중파장자외선(UVB)) 중 2가지 이상을 선택해 도합 6개월(24주) 이상 치료받았음에도 PPPASI 12점 이상의 임상소견을 보이고 있는 환자다.

기존에 급여로 생물학적제제 치료를 받고 있어 산정특례 신규등록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환자도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생물학적제제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산정특례 등록이 가능하다.

단 이 경우 내달(6월) 30일까지(제도시행일로부터 6개월 내) 산정특례를 신청해야만 한다.

유 교수는 “트렘피어의 경우, 산정특례 적용 전에도 보험이 적용됐으나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상당한 편이었다”면서 “이로 인해 치료 효과가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경제적인 이유로 기존 치료로 돌아가기를 희망하는 환자들도 많았다”고 전했다. 

특히 “생물학적제제는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전에는 비용 부담으로 환자들이 충분히 치료를 지속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다행히 이번에 산정특례가 적용되면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줄었고, 치료 효과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다시 말해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에게 트렘피어라는 새로운 치료 옵션이 생겼고, 더 효과적인 치료로 전환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넓어진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강조했다.

다만, 아직까지 손발바닥 농포증에서는 건선만큼 드라마틱한 결과를 얻기는 어려운 만큼, 보다 더 효과적인 치료제를 찾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 교수는 “현재 손발바닥 농포증 치료는 아직 건선에 비해 효과가 드라마틱하지 않기 때문에, 분자생물학적 차원에서 염증 경로와 질병 발병의 매커니즘을 더 정확히 파악해서 보다 표적화된 치료가 이뤄질 수 있으면 좋겠다”며 “또한, 주사제를 포함해 환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이 늘어난다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