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검사 다종 선별심사 해명에도 의료계 “진료 위축 불가피" 냉랭

간담회도 평행선..."한 명의 잘못으로 대다수가 피해"

2025-05-21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심평원이 2025년도 선별집중심사 항목에 검사 다종(15종 이상) 포함한 배경에 대해 해명하며 간담회까지 진행했지만, 의료계에서는 여전히 냉랭한 분위기다.

무조건적 심사 조정이 아닌 요양기관의 자율적 개선 유도가 목적이라는 해명에도 진료 위축 가능성과 정책 시행 방식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떨치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 심평원이 의협에 보낸 공문.

갈등은 지난해 12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25년도 선별집중심사 대상 항목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새롭게 추가된 항목 중 검사 다종(15종 이상)이 의료계의 집중적인 반발을 샀다. 

대한내과의사회(회장 이정용)는 지난 1월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15종이라는 기준은 현실적인 임상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비합리적 기준으로, 일차의료기관과 필수의료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박근태) 또한 3월 “검사 항목을 단순 숫자로 제한하는 것은 심각한 진료권 침해”라며 “국가검진 항목만으로도 15종에 육박하고, 수술 전 필수검사는 30~40종에 이르는 경우도 있어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 환경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 문제를 제기했다.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심평원은 지난 3월 말, 전문기자단과의 간담회를 통해 공식적인 해명에 나섰다.

당시 심평원 심사운영실은 “선별집중심사는 진료비 증가, 오남용 가능성 등 적정 진료 유도가 필요한 항목을 대상으로 요양기관의 자율적 개선을 지원하는 사전 예방적 심사”라며 “무조건 심사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15종 이상 검사를 다빈도로 시행하는 기관을 선별ㆍ중재함으로써 요양기관 스스로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심평원은 의료계와 간담회를 개최하는 한편, 최근 대한의사협회에 발송한 공문을 통해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와 관련, 대한내과의사회 이정용 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 3월 심평원장과 진행한 간담회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내과의사회 회장 겸 대한내과학회 부회장 자격으로 간담회에 참석해 검사 다종 15종 기준의 불합리성에 대해 강하게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시 간담회는 서로의 입장만 확인한 채 평행선을 그었다는 전언이다.

다만 "심평원 측이 과도하게 검사를 시행한 4개 기관의 샘플 자료를 제시했는데, 의사들이 봐도 심각하다고 느낄 만한 사례가 있었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15종이라는 검사 항목을 정한 고시가 없어 불합리한 선별집중심사 항목인 만큼, 이를 철회를 요청했지만 심평원은 철회는 어렵다는 입장이었다”면서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라며, 삭감은 하지 않되 필요한 경우 자료 제출을 요청하고 지속적으로 해당 기관을 들여다보겠다 언급했다"고 전했다.

▲ 지난 3월 열린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내과학회, 내과의사회의 간담회.

이 가운데 심평원이 발송한 공문에 대해서는 “과도한 심사는 하지 않고 자율적인 자정을 요청하는 내용이어서 회원들의 불안감을 일부 해소시킬 수는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전처럼 20종, 25종씩 검사를 하는 것은 어려워질 것"이라며 "환자의 상태를 봐가면서 신중하게 검사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종 검사에 대한 집중심사로 인해 진료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떨치지 못했다.

그는 “당시 간담회에서 심평원장이 복지부 고시를 바꾸는 것은 어렵지만, 심평원 내부 시행규칙을 바꾸면 심사가 수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면서 “심평원이 300개 기관에 통지서를 보냈고, 하반기에는 20~30개 기관에 자료 요청을 할 것으로 보여 또다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우리 같은 의사가 봐도 검사가 심한 의료기관은 스스로 줄이는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한 명이 잘못했다고 99명의 대다수가 피해를 보는 방식은 원치 않는다"며 "의협 차원에서도 회원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