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의원 “의료대란, 정부 섣부른 증원정책이 화근”

젊은 의사 포럼 참석...전공의 사직ㆍ병역 문제 법적 대응, 감사원 감사 전망 밝혀

2025-05-19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젊은 의사 포럼에 참석한 최재형 전 국회의원(전 감사원장)이 현 의료 사태가 정부의 성급한 의대 정원 증원정책에서 비롯됐으며 이로 인해 복잡한 법률적 문제와 시스템적 허점이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최재형 전 의원은 17일 코엑스에서 열린 젊은 의사 포럼에 연자로 나서 전공의 사직 및 병역 문제 등 법적 쟁점과 함께 의료계의 소통 강화 필요성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분석을 제시했다.

▲ 최재형 전 의원.

먼저 최 전 의원은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이후 정부가 발령한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이 초래한 법적 교착 상태를 주요 쟁점으로 꼽았다. 

그는 “정부 명령 자체의 위법성을 직접 다투기보다, 사직의 효력을 법적으로 인정받아 퇴직금 청구 및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의사들의 자존심과 존엄을 지키는 길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약 1000명의 전공의가 참여, 소송가액 140억원에 이르는 소송이 진행 중이며, 일부는 오는 6월 13일 첫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이 가운데 최 전 의원은 정부 명령의 근거인 의료법 제59조 제1항과 관련,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라는 요건의 충족 여부는 주관적 해석의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전공의들의 사직은 과거의 집단 휴진과는 성격이 다르며, 의료계의 암울한 미래에 대한 절망감에서 비롯된 개인적 결단에 가깝다”며 “의사로서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때 현장을 떠날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근거로 제시한 대법원 판례는 새로운 의료기술 시술 금지에 관한 것으로,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과는 사안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최근 사직 전공의들의 병역 이행 문제 역시 심각한 법적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국방부가 지난 2월 관련 훈령을 개정하면서, 약 3300명의 의무사관후보생 중 현역 군의관으로 즉시 충원되는 약 880명을 제외한 2400여 명의 보충역 편입이 지연돼 최장 4년간의 대기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

그는 “정부가 예측 가능한 기준 없이 이들을 무기한 대기시키는 것은 현역 입영자와의 형평성에 어긋날 뿐 아니라, 장기간 경력 단절로 인한 직업 선택의 자유 및 행복추구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위헌적 처사”라며 "이에 대한 헌법소원과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갑작스러운 인원 증가에 대한 정부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최소한의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은 행정의 기본 책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행정편의주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더해 의대생들의 휴학 상황에 대해서도 “수업을 받을 권리가 있다면, 특정 상황에서는 수업을 받지 않을 권리도 고려될 수 있다"면서 “의대생들의 휴학 역시 전공의 사직과 마찬가지로, 외부에서 보는 집단행동이라는 프레임보다는 개별적인 고뇌와 결정이 모인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가 대학 지원 및 감사권을 이용해 학교 측에 학생들의 복귀를 압박하는 것은 대학 자율성을 침해하는 부당한 행위"라면서도 "법적으로 학칙에 따른 유급ㆍ제적 처분을 뒤집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피력했다.

한편, 국회의 요청으로 진행 중인 의대 정원 증원 관련 감사원 감사에 대해서는 “정원 결정 과정에 절차적 하자, 회의록 부재 등 불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이 드러날 것”이라면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독립성 침해 여부, 증원된 정원을 감당할 수 있는 대학의 인적ㆍ물적 교육 설비 확보 문제, 전공의ㆍ의대생 미복귀 시 정부 대책의 실효성 등도 주요 감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감사원이 적정 의대 정원 규모 자체를 판단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끝으로 최 전 의원은 의료계의 대국민ㆍ대정부 소통 능력 부족을 뼈아프게 지적했다. 

그는 “의대 정원 확대가 의료 접근성을 높일 것이라는 정부 주장이 국민에게 더 설득력 있게 다가가고 있으며,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명분이 약하다는 인식이 존재한다”고면서 “의료계가 평소 국민, 언론, 정치권, 정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신뢰를 구축했다면, 현재와 같은 극단적인 정책 충돌과 사회적 불신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이어 “이는 기성 의료계의 책임이 크지만, 미래 의료계를 이끌어갈 젊은 의사들은 이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내부에서만 공유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외부 소통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