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협상 1차전, 공급자 “SGR 모형 한계, 밴드 확대” 한 목소리
의료대란 후폭풍 속 협상 스타트...유형별 온도차 속 공통된 불만 토로
[의약뉴스]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을 위한 공급자 단체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1차 협상이 지난 15일과 16일 양일간 진행됐다.
공급자 단체들은 장기화된 의정 갈등의 여파와 경영난을 호소하며 SGR(진료비 증가율 목표관리제) 모형의 한계와 전체 밴드(추가 소요 재정)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의원 유형 “환산지수 쪼개기 결사반대, SGR 밴드 상향돼야”
의원 유형 협상단을 이끄는 박근태 단장은 지난해 이뤄진 환산지수 쪼개기 방식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천명했다.
박 단장은 “작년에 1.9% 중 1.5%는 진찰료만 상승시키고 0.4%만 환산지수를 일괄 인상했다”면서 “2023년 진료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이러한 방식의 불합리성을 확인했으며 2차 협상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상급종합병원 진료비가 급감하고 의원급 진료비가 증가한 현상에 대해서는 “의대 정원 문제로 병원으로 가실 분들이 의원급으로 흘러들어온 일시적 현상”이라며 “상급종합병원도 정부의 비상 지원금 등으로 충분히 보상받았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SGR 수치상으로도 올해 인상분은 작년보다 훨씬 높게 나와야 한다”며 전체 밴드 상향 조정을 촉구했다.
의원급에만 추가로 5000억 원 정도의 재정이 더 투입돼야 한다는 주장을, 이외에도 재정소위원회와의 간담회 및 공급자 단체의 재정소위 참여도 거듭 강조했다.
◆한방 유형 “진료비 증가는 통계적 왜곡, 8% 이상 인상 목표”
한방 유형 수가협상단 유창길 단장은 건보공단이 제시한 한방 진료비 증가 데이터에 대해 통계적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유 단장은 “첩약 시범사업 등 일시적 정책 요인과 의료대란으로 인한 대체 수요 발생이 진료비 증가로 나타난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한의원은 5년간 수진자 수가 유일하게 감소했고, 경영 수지 개선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일시적 증가분은 구조적 보장성 강화가 아니다”라며 "“관련 데이터를 준비해 2차 협상에서 제시하고, 한의원의 어려운 실상을 제대로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의협은 8% 이상의 환산지수 인상률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한방병원과 한의원의 수가협상 분리 평가도 지속적으로 요구할 방침이다.
◆치과 유형 “SGR 대안 없어 사용, 합리적 밴드 확대가 최선”
치과 유형 수가협상단 마경화 단장은 현행 SGR 모형의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대안이 없어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마 단장은 “개선 모형을 쓰자니 일부 단체가 반대하고, 다른 대안은 제시되지도 않았다”며 “결국 현재로서는 SGR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가장 좋은 방법은 추가 소요 재정, 즉 밴드를 합리적으로 키우는 것”이라며 “의ㆍ정 사태 등으로 조 단위 돈이 들어가는데, 작은 밴드로 막으려 하니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밴드가 커지면 유형 간 불균형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며 “의ㆍ정 사태로 피해를 본 유형과 묵묵히 일한 유형을 분리해 접근하는 투 트랙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병원 유형 “의ㆍ정 사태 직격탄, 생존 기로”
병원 유형 수가협상단 유인상 단장은 의ㆍ정 사태 이후 의료기관들이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24년 병원급 진료비는 전체 0.7% 증가에 그쳐 전 유형 평균 3.4%에 크게 못 미쳤고, 상급종합병원은 8.8%나 감소했다”며 “정부 지원금은 대부분 인건비로 소요되거나 상환해야 할 선지급금 성격이 강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인건비 상승률이 매출 증가를 훨씬 웃돌아 대부분 병원이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등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민 의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수가협상에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약국 유형 “역대급 경영난, 참담한 수치 보상해야”
약국 유형 수가협상단 오인석 단장은 “건보공단이 제시한 데이터만 봐도 약국 상황이 너무 어렵다”며 “참담한 수치가 보상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논리를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의약품 품절과 수급 불안정이 장기화되면서 부대 비용 발생과 막대한 손해가 누적되고 있다”며 “매년 어렵다고 하지만 올해는 정말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건보공단 재정이 30조 원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이 여력을 풀어 약국의 어려움을 해소해줘야 한다”며 “5% 이상 인상률을 기대하며, 무엇보다 전체 밴드 폭을 키우는 데 공단이 더 많은 에너지를 써주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전했다.
나아가 “공급자들이 건강해야 건강한 공급을 할 수 있다”며 “타 유형의 어려움이 약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우려되지만, 모든 공급자가 밴드 확대를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현실화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1차 협상부터 각 공급자 단체는 저마다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수가 인상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특히 SGR 모형 자체에 대한 불신과 함께 전체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밴드 확대론을 공통적으로 제기, 향후 재정운영위원회의 결정과 최종 협상까지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