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협상 나선 대개협 “벼랑 끝 심정”

1차 협상 후 기자간담회...최소 5000억 신규 재정 투입 요구

2025-05-16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수가) 계약을 위한 첫 협상을 마친 대개협이 한숨을 쉬었다.

건보공단이 여전히 환산지수 쪼개기 등 왜곡된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으로, 의원급 수가의 원가 이하 구조 개선과 불공정한 협상구조 개편 등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협상 타결이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다.

▲ 대한개원의협의회 수가협상단은 1차 협상 직후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의원급을 대표해 협상에 나선 대한개원의협의회 수가협상단은 1차 협상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협상 분위기와 주요 쟁점, 향후 요구사항 등을 설명했다.

박근태 회장은 “의원급 의료기관이 직면한 위기와 이를 반영한 현실적인 수가 인상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건보공단 측은 여전히 재정 부담을 이유로 소극적인 입장을 고수했다”며 “특히, 환산지수 쪼개기와 같은 왜곡된 방식이 여전히 논의되고 있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다만 “저희의 문제 제기에 대해 최소한 건보공단에서 이를 외면하지 않고 경청하는 자세는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대개협이 이번 협상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요구한 사항은 ▲의원급 수가의 원가 이하 구조 개선 ▲환산지수 쪼개기 폐지 ▲불공정한 협상구조 개선 ▲일차의료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 지원 등이다.

박 회장은 “건보공단 측은 재정 여건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우리는) 의원급 의료기관 붕괴 실상을 설명하며 의원급의 붕괴가 곧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의 위기라는 점을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차의료는 국민 건강의 최전선이지만, 대형병원 쏠림과 정책적 방치로 그 역할이 축소됐다”며 “의원급 의료기관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원가 보전 수준의 수가 인상과 함께 지역 필수의료를 지탱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의사협회 조정호 보험이사(수가협상단 위원)는 의원급 수가 체계가 지역 필수의료에 미치는 심각한 상황을 구체적인 사례로 들었다. 

조 이사는 “1947년에 개원한 대구 최초 소아과의원과 같은 상징적인 의원들이 속속 폐업하고 있고, 2024년 기준 폐업 수는 연간 1070건 이상에 달한다”면서 “의원급 의료기관은 경영 한계에 내몰리고 있으며, 총 진료비 점유율이 20%대로 정체된 상황에서 정책적 지원이 미흡하면 지역 의료공백이 현실화된다”고 경고했다. 

특히 “의원급의 붕괴는 국민의 진료 접근성 저하로 직결되며, 이는 건강보험의 근본적 위기를 의미한다”며 “최소 5000억 원 이상의 신규 재정투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5000억 원은 수가협상 인상분과 별도로 일차의료기관의 정책적 지원을 위한 최소한의 규모라는 설명이다.

이번 협상에서도 환산지수 쪼개기는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박 회장은 “환산지수 차등 적용(쪼개기)은 수가체계의 원칙을 훼손하고, 필수의료 영역에 실질적 지원도 되지 않으면서 오히려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난을 가중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환산지수의 임의적 쪼개기는 진료 왜곡을 초래하고 정책 수용성도 떨어뜨린다”며 “공단에 환산지수는 원칙대로 일괄 적용하고, 행위별 조정은 상대가치점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SGR 모형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대개협 안영진 보험부회장은 “SGR 방식은 급변하는 의료환경, 특히 2024년 의ㆍ정사태와 대규모 재정투입, 지원금 등 복합적 요인을 반영하지 못하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며 “의원급 의료기관의 현실은 SGR 모델로는 설명조차 되지 않아 일률적 적용은 부당하며, 의원급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산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올해도 SGR 방식이 핵심 지표로 유지되고 있다”면서 “이에 수가 밴드 사전 공개, 재정운영위원회 공급자 참여, 현실적 원가분석을 통한 합리적 기준 마련을 요구하며, 의원급 실상을 반영하는 유연한 협상 기준이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개협은 단순 수치 조정을 넘어선 협상 구조의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안영진 부회장은 “현재 협상구조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며, 실질적 논의는 제한적”이라며 “의원급 의료기관이 협상에서 실질적 발언권을 가지려면 재정운영위원회 등 의사결정 구조 개선이 필수적으로, 공급자 대표의 참여와 수가 밴드 사전 공개를 통해 투명하고 합리적인 협상구조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개협 강창원 보험부회장은 향후 수가협상 체계 및 일차의료 수가 개선을 위해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이 반드시 수용해야 할 최소한의 전제조건으로 ▲원가 이하 수가 구조의 근본적 개선 ▲환산지수 쪼개기 등 왜곡된 방식의 중단 ▲기존 SGR 기반이 아닌 각 유형별 현상을 반영한 협상체계 도입 ▲재정운영위 공급자 참여를 통한 협상구조 투명성 확보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박근태 회장은 “매우 험난한 일정이 예상되지만, 국민 건강과 일차의료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