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5년간 변화없는 '공보의 제도' 지속 가능성 위협

대공협, 연구보고서...복무기간 24개월 단축 시 지원율 획기적 제고

2025-04-29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의료취약지 해소와 보건 위기 대응의 한 축을 담당해 온 공중보건의사 제도가 인력 감소와 비효율적 운영 문제로 지속 가능성을 위협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장기간의 복무 기간이 지원 기피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됐으며, 복무 기간을 24개월로 단축할 경우 인력 확보에 획기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회장 이성환)는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의 연구발주를 받아 의과 공중보건의사 감소 대책 및 복무기간 단축 효과 분석이란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공중보건의사 제도는 도입 이후 지역 의료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배치 기준과 역할에 변화가 없어 일부 지역에서는 민간 의료기관과 경쟁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의료 공백이 발생하는 양극화 현상을 겪고 있다. 

여기에 신규 지원 감소와 기존 인력의 업무 과중이 겹치면서 제도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팀은 전국의 공중보건의사 320명과 의과대학생 2469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대공협 중앙운영이사회 소속 공중보건의사 5인과 심층면접(FGI)을 병행하여 제도의 운영 실태와 문제점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 공중보건의사 응답자의 전원이 공중보건의사 수 감소를 인지하고 있었으며, 75.6%는 인력 증대가 업무 부담 완화에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주요 개선 방안으로는 급여ㆍ수당 인상(98.4%), 복무 기간 단축(97.2%), 법적 책임 완화 제도(95.6%) 등이 꼽혔다. 

특히 복무기간에 대해 대부분 큰 부담을 느꼈고, 67.2%가 12~18개월 단축을 희망했으며, 업무 수행 중 법적 책임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도 70.6%에 달했다. 공중보건의사 배치 타당성에 대해서는 57.8%가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주변 민간 의료기관과의 경쟁적 관계가 배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역할 변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89.1%)는 높았으나, 상당수(69.4%)는 진료와 보건 사업의 분리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과대학생 대상 설문 결과는 복무기간 단축의 중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의대생들의 군 복무 희망 역종으로 군의관ㆍ공보의(29.5%)가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현재의 긴 복무기간(97.9%) 때문에 지원을 망설이며 현역병으로의 이탈을 고려하는 비율이 높았다. 

군의관ㆍ공보의 복무기간 단축 필요성에 대해 96.7%가 공감했으며, 복무기간 부담을 매우 크게 느낀다는 응답도 74.5%에 달했다. 무엇보다 복무기간을 현행 36개월에서 24개월로 줄였을 때 공중보건의사 희망률이 8.1%에서 94.7%로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나, 기간 단축이 지원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핵심 요인임이 통계적으로 확인됐다. 

▲ 의무 복무기간의 부담감(왼쪽)과 의무 복무기간의 적정 단축 기간.

의대생들은 지역 의료 위기의 원인으로 비현실적인 수가(79.1%), 생활 인프라 미비(75.7%), 부적절한 진료 환경(61.7%) 등을 꼽았으며, 단순 의대 정원 확대(99.1% 부정적)나 공공의대 설립(90.6% 부정적)보다는 기존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연구팀은 공중보건의사 제도는 장기 복무와 낮은 처우, 비효율적인 배치 구조 등 복합적인 문제로 인력 수급 불안정을 겪고 있으며, 복무기간 단축이 인력 확충의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처우 개선 및 법적 보호 강화, 민간 의료기관과의 기능 중복을 피하기 위한 중앙 정부 주도의 합리적인 배치 기준 수립 및 관리 체계 개선이 시급하며, 복무 이후 지역 의료 체계와의 연계 강화를 통해 지역 내 지속 가능한 의료인력 기반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아울러 공중보건의사의 역할을 단순 진료 외 감염병 대응, 건강 증진 등 다양한 공공보건 영역으로 확장하고 전문화를 지원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이에 연구팀은 구체적인 정책 제언으로 ▲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을 36개월에서 24개월로 단축하여 지원율 제고 ▲급여 현실화, 법적 보호 강화, 근무 환경 개선을 통한 처우 및 신뢰도 향상 ▲보건복지부 산하 공중보건의사 배치적정성위원회 설치 등 배치 기준 개편 및 중앙 관리 체계 구축 ▲복무 중 지역 공공의료기관 협업 확대 및 전역 후 지역 정착 유인 강화를 위한 연계 프로그램 강화 ▲감염병 대응 등 다양한 공공보건 분야로의 직무 다양화 및 전문화 지원을 제안했다. 

연구팀은 “군 복무 대체제도인 공중보건의사 제도가 도입된 지 45년이 지났지만, 배치와 역할, 보상과 처우에 대한 큰 틀에서의 변화가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며 “이는 많은 의대생에게 공중보건의사를 전공과 지원에 실패했을 때 선택하는 차선의 선택지로 인식하게 만들고, 낮은 처우와 긴 복무기간 부담으로 인해 현역병으로의 지원률이 상승하고 신규 공중보건의사 수가 급감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규 공중보건의사 수 급감은 현역 복무 지원율 상승과 맞물려, 현재 복무 중인 공중보건의사들의 업무 과중과 직무 및 생활 만족도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순회 진료 증가, 보건 사업 중단 등으로 연결되어 지역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를 현실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대부분 전문 수련을 받지 않은 젊은 의사인 공중보건의사에게 3년의 복무기간은 1차 진료 경험 및 미래 진로 계획의 중요한 시기”라며 “현재 복무기간 중이나 전역 이후 지역 공공병원이나 상위 기관과의 연계 프로그램이 부족하여, 많은 공중보건의사가 전역 후 전공 수련을 위해 대도시로 이탈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지역의료 체계의 지속적인 의료 자원 유출을 의미한다”며 “지역에서 관심 분야를 발견한 공중보건의사가 지역 필수의료 자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복무기간과 전역 이후 정착을 연계하는 제도적 지원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