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파티마병원 피부과 허은필 교수
아토피 피부염 치료, 새로운 길이 열렸다
[의약뉴스]
같은 기전의 약이라도 환자에 따라 반응은 다르다.
중등도-중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 옵션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꽉 막혀있던 보험급여 기준이 개정되면서 또 하나의 전환점이 마련됐다.
지난 3월, 보건복지부가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약제)’을 개정, 중등도-중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간 교체투약에도 급여를 인정하기 시작한 것.
이에 따라 치료 효과가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부작용이 있어도 치료제를 바꿀 수 없었던 환자들에게 다른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중등도-중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중 생물학적제제에 처음으로 급여를 적용했던 만큼, JAK 억제제로 교체투약하는 수요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가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간 교체투약에 급여를 허용하면서도 동일 계열간 교체는 불허, 생물학적 제제를 투약하던 환자들은 JAK억제제로만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JAK억제제는 생물학적제제에 비해 증상 개선 효과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을뿐 아니라, 생물학적제제에 반응하지 않았던 환자에게도 효과적이라는 연구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실례로 지난 2월, Dermatology and Therapy에는 생물학적제제에 반응하지 않았던 환자 가운데 약 60%가 JAK억제제인 시빈코(성분명 아브로시티닙, 화이자)로 전환한 이후 반응을 얻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이에 의약뉴스는 창원파티마병원 피부과 허은필 교수를 만나 아토피피부염 치료에 있어 JAK 억제제의 가치와 시빈코의 특징, 그리고 변화된 급여기준의 의미를 조명했다.
◇아토피 피부염은 면역 매개 염증성 질환, 극심한 가려움증으로 삶의 질 악영향
아토피 피부염은 완치가 어려운 면역 매개 염증성 질환 중 하나로, 유전적 알레르기 반응에 의해 피부에 염증이 생겨 오랜 시간 지속되며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피부 질환이다.
허은필 교수는 “면역 매개 염증성 질환은 면역계가 자기 조직 또는 무해한 환경 자극에 대해 과잉 반응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면역세포의 기능 이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의 면역 매개 염증성 질환은 염증이 조절됐다가 다시 악화되는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만성적인 경과를 보인다”면서 “아토피 피부염 역시 피부에 가려움증을 동반한 염증이 생기고 오랜 시간 동안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질환”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아토피 피부염은 가려움으로 인해 병변 부위를 긁게 되는데, 이로인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고 스트레스나 전신 감염이나 알러지 등으로 면역 반응 조절 불균형이 오면 가려움, 홍반, 부종 등의 습진 증상이 더욱 악화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아토피 피부염에서 나타나는 가려움증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가려움증과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허 교수는 “가려움증의 원인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환자나 보호자들은 아토피 원인인 알러지만 제거하면 호전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아토피 피부염의 가려움증 원인은 알러지 원인뿐만 아니라 피부장벽, 물리적 자극, 환자 본인의 체질적인 면역학적 불균형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조절이 쉽지 않고, 육안상 피부 병변이 정상인 경우에도 가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한 번 발생하면 가려움증과 긁기의 악순환으로 질환이 만성화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가려움증과 차이점이 있다”면서 “급성기에는 가려움증을 동반한 붉은 반점, 물집, 진물이 생기거나 이차 감염이 동반될 수 있으며, 급성기 이후에는 상처와 각질이 생기고, 만성기에 접어들면 피부가 거칠고 두꺼워져 피부 주름이 뚜렷해지는 태선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무엇보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뿐 아니라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면서 “실례로 극심한 가려움증으로 인해 정상적인 수면이 어려울 수 있는데, 수면 부족은 성장기 소아의 경우 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병변과 함께 가려움증이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주고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설명이다.
◇효과 빠른 JAK억제제 시빈코, 다양한 용량으로 개별화된 전략 가능
중등도-중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는 크게 생물학적 제제와 JAK억제제로 나뉜다.
생물학적 제제는 아토피 피부염에 관여하는 특정 사이토카인을 직접 차단,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지만 JAK억제제에 비해 효과가 늦게 나타나며, 주사제로 투약이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JAK 억제제는 다양한 면역 경로에 작용, 상대적으로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며 경구제로 투약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안전성에 있어서는 여전히 불안감이 존재하고 있다.
다양한 연구에서 JAK 억제제의 안전성을 지지하고 있지만, 류마티스 관절염에서 보고된 심혈관계 이상반응 논문으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
허은필 교수는 “생물학적제제는 IL-4, IL-13 등 특정 사이토카인을 표적해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반면, JAK 억제제는 염증이 진행되는 단계에서 여러 사이토카인의 신호 전달을 억제하는 차이점이 있다”며 “다시 말해 생물학적제제는 한 물질을 표적하고 JAK 억제제는 진행 단계에서 흐름을 차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주사제인 생물학적제제와 달리 JAK 억제제는 경구용으로 환자의 복약 편의성을 높였다”면서 “무엇보다 JAK 억제제는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것이 큰 장점으로, 생물학적제제는 개선 효과가 4주~12주에 걸쳐 비교적 느리게 나타나는 편인 반면, JAK 억제제는 빠르면 7일 이내에 개선 효과를 보이기도 해 급성기에 빠른 호전을 원한다면 시빈코와 같은 JAK 억제제가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시빈코는 용량이 세 가지라는 것도 장점”이라며 “현재 국내에는 50mg, 100mg, 200mg 세 가지 용량으로 출시돼 있는데, 환자의 나이, 중증도, 기저 질환 여부 등을 고려해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고. 상태가 호전되면 낮은 용량으로 단계적 감량이 가능해서, 실제 임상에서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은 호전된 이후는 처음보다 감량한 용량으로 장기간 잘 유지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전했다.
비록, JAK억제제에 대해 여전히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이 있지만, 시빈코는 4년까지 안전성을 확인한 연구 결과를 보유하고 있어 신뢰할 수 있다는 평가다.
허 교수는 “아토피피부염 치료는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만큼, 치료제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치료제가 사용되기 위해서는 식약처의 엄격한 심사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 만큼,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는 것은 일정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따라서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고려해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치료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시빈코는 글로벌 임상 연구 JADE EXTEND를 통해 4년간의 안전성 프로파일도 확인했다”며 “연구 결과, 최장 4년간의 장기 투여에도 부작용 없이 효과를 유지했는데, 이는 약제 선택에서도 큰 도움이 되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실제로도 “임상에서 포진 외 특이 부작용을 경험한 적은 없다”면서 “포진은 시빈코만의 부작용이 아니며, JAK 억제제의 부작용으로 알려진 혈전으로 인한 심부정맥혈전이나 중대한 부작용은 없었다”고 소개했다.
이외에도 “JAK 억제제는 효과가 빠른 대신 여드름 부작용 우려로 환자들이 부담을 가질 수 있는데, 시빈코는 같은 계열의 다른 약제에 비해 여드름 발생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고, 실제 여드름을 지속적으로 호소하는 분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시빈코,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뛰어난 효과
최근 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는 시빈코가 실제 임상현장(Real-World)에서 더 강력한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돼 이목을 끌었다.
이탈리아 휴마이타스 대학 연구진이 시빈코를 처방받은 중등도-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를 후향적으로 분석한 결과, 무작위 대조 임상연구에서 보고된 것 보다 질병조절률이 더 높았다는 것.
허은필 교수 역시 시빈코가 실제 임상현장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례로 “아토피로 고생하던 20대 후반 남자분이 있었는데, 얼굴과 목, 두피, 상체에 홍반과 태선화가 심했던 분으로, 잠을 잘 수 없는 소양감과 안면 및 목의 피부 병변으로 사회생활도 힘들었던 환자였다”면서 “시빈코 200mg을 투약한 후 호전이 됐지만, 오심이 생겨 약 복용이 쉽지 않았는데, 피부 병변이 개선된 후 100mg으로 감량한 결과, 이후로는 오심도 좋아지고 피부 병변도 거의 호전된 상태를 유지, 사회생활에도 자신감을 갖게 돼 기억에 남는다”고 소개했다.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간 교체투약 허용, 새로운 길이 열렸다.
지난해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는 9년 만에 진료지침을 개정, 중등도-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에서 생물학적제제나 JAK 억제제 사용 시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다른 생물학적제제 또는 JAK 억제제로 변경할 것을 권고했다.
아토피피부염은 증상을 유발하고 악화하는 요인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동반질환까지, 임상 양상이 너무나도 다양한 질환이지만, 아직까지 약제에 대한 바이오마커가 없어 어떤 환자가 어떤 약제에 잘 반응할지 알 수가 없는 만큼, 최적의 치료를 위해서는 치료제간 자유로운 교체투여가 필수적이라는 것.
이후 지난 3월, 보건복지부도 학계의 의견을 수렴해 중등도-중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간 교체 투약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개선했다.
이에 따라 중등도-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이 치료제 선택의 부담을 덜고 반응이나 부작용에 따라 비교적 자유롭게 치료제를 변경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관련, 허은필 교수는 교체투여 급여화는 아토피피부염 치료 환경에 상당히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 이유로 “이전까지는 기존 약제를 투여하다가 효과가 충분하지 않거나 부작용이 발생했을 경우, 다른 치료제로 바꾸고 산정특례를 다시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면서 “하지만 3월부터 생물학적제제와 JAK 억제제 간 교체투여 급여화가 현실화되면서 의료진과 환자에게 새로운 길이 열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교체 투여에도 급여가 적용되면서 이제는 첫 번째 치료제 선택시 가격 요인을 배제하고 개별 환자의 특성과 치료제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바탕으로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는 것.
뿐만 아니라 그동안 교체투여 급여 제한으로 생물학적 제제의 효과가 썩 만족스럽지 못했거나 부작용이 나타나도 참고 투약했던 환자들이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됐다는 평가다.
실례로 “산정특례를 새로 받는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경우, 초기에 즉각적인 효과를 봐야 한다면 빠르게 개선 효과를 나타내는 시빈코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면서 “또한 생물학적제제에서 효과가 충분하지 않았던 환자들이 시빈코로 전환해 증상을 빠르게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으며, 이후 환자의 상황에 따라 부담 없이 생물학적제제로의 변경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빈코는 경구 복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사제를 꺼리는 환자들에게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전이 같아도 효과나 안전성은 환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다만, 학계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동일계열간 교체투약에는 급여를 인정하지 않는다.
생물학적제제를 투약하던 환자는 JAK억제제로, JAK억제제를 투약하던 환자는 생물학적 제제로 전환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기전이 동일하다 하더라도 안전성 프로파일이 다르고, 환자에 따라 나타나는 효과도 다를 수 있다면서 동일 계열 내 전환시에도 급여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실례로 복약 순응도가 뛰어나고 질병 조절도 잘 되지만, 특정 약제에 대한 부작용이 나타나 투약을 이어가기 어려운 환자라면 다른 계열로 전환하는 것보다 동일 계열 내에서 부작용 양상이 다른 약제로 전환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허 교수는 “생물학적제제와 JAK 억제제 간 교체투여에 대한 급여가 적용된 것은 분명 고무적인 변화”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동일 계열 간의 교체투여는 급여 기준에서 제외돼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했다.
그 이유로 “실제 진료를 하다보면 같은 작용 기전의 약물이라 하더라도 환자에 따라 반응이 다르다”면서 “예를 들어 한 가지 JAK 억제제 계열의 약물에 치료 효과가 없었지만, 다른 JAK 억제제에서는 좋은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급여 기준이 보다 유연하고 환자가 더 좋은 치료 옵션, 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바람을 전했다.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아토피 피부염, 가까운 피부과 의사와 상담해야
비록 아직은 동일 계열 내 교체 투약에 한계가 있지만,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제들이 줄지어 등장하고, 급여 기준 역시 맞춤형 치료가 가능한 방향으로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아토피 피부염의 완치가 불가능한 것도 현실이지만,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로 효과적인 치료제들이 늘고 있는 만큼, 전문의들과 상의하며 꾸준하게 치료를 이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 허 교수의 당부다.
허은필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아토피 피부염은 경미한 환자에서부터 중증 환자까지 피부염의 정도도 다양하고 환자도 증가 추세”라고 밝혔다.
또한 “임상에서 진료하다 보면 아토피피부염 환자나 보호자들이 알러지 원인을 찾아서 제거하면 아토피 피부염이 완치된다고 생각하고 오시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러나 아토피 피부염은 접촉성 피부염처럼 원인만 제거하면 완치되는 피부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전보다 상태가 좋아졌다고 판단해 약 복용을 스스로 중단하는 환자들도 계신데, 그렇게 되면 증상이 다시 나빠지고, 치료 기간도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아토피피부염은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에 “만성 염증성 질환인 만큼, 현재 호전됐다고 완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의 정도에 따라 꾸준하게 관리를 해야 하며, 따라서 접근성이 좋은 집 근처의 피부과 전문의와 적절하게 상담하며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가운데 “최근에는 JAK 억제제, 생물학적제제 등 다양한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환자 개인의 상태에 맞춘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졌고, 급여 환경도 점점 개선되고 있어 희망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아토피피부염의 치료는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뿐 아니라 삶의 질까지 향상할 수 있기 때문에 희망을 가지고 치료를 이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