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천자 대법 판결, 무분별한 업무 확대 경계해야”

오지은 변호사. "사법적 판단 요구 많아질 것"...철처한 대비 당부

2025-04-29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간호사 골수천자 행위에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의 판결을 두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와 이목을 끈다.

대법원의 판결을 오해해 의료직역간 무분별한 업무 확장을 경계해야한다 경고다.

법률사무소 선의 오지은 변호사는 최근 대한의료법학회 월례발표회에서 '종양전문간호사의 골수 검사 업무 범위와 대법원 판결의 의미'라는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 간호사 골수천자 관련 대법 판결에 대해 의료직역간 무분별한 업무 확장을 경계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A대학병원이 상고한 의료법 위반 사건에 대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낸 바 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간호사와 전문간호사를 구분, 전문간호사가 되기 위한 교육 과정 및 자격시험을 거쳐 해당 분야(종양)에 더 높은 전문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또한 보건복지부령인 전문 간호사 자격 인정 규칙(제11호)에서 종양 전문 간호사의 업무로 처치, 주사 등 종양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 중 의사 등의 지도하에 수행하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음을 전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규정이 의사의 입회 및 지도 감독 하에 이뤄질 수 있는 진료 보조로서의 의료행위를 의미하는 것이지, 의사가 직접 해야 할 의료행위까지 전문 간호사가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는 설명이다.

오 변호사에 따르면, 대법원은 ▲골수 검사 행위의 본질 및 난이도 ▲환자의 상태 및 위험성 ▲의료 현장의 실태 ▲행위자(간호사)의 자격과 숙련도 ▲의사의 구체적인 지도ㆍ감독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숙련된 전문 간호사가 일반적인 의사의 지도ㆍ감독 하에 골수 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진료 보조 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오 변호사는 “의료법이 의료인 면허 범위 외 행위를 금지하면서도 직역 간 경계를 일의적으로 명문화하지 않은 것은 의료행위의 다양성, 의학 기술변화 등을 반영한 입법 정책적 선택으로, 유연한 법 해석을 전제로 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전문간호사가 해당 병원의 절차 및 지침에 따라 골수 검사를 수행했고, 그 과정에서 환자에게 위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정을 고려, 무면허의료행위라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취지로 판단했다는 것.

이는 해당 행위 자체를 전면 합법화한 것이 아니라, 특정 상황에서의 유죄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란 설명이다.

오 변호사는 “대법원은 의료법상 면허 범위 해석에 있어 고정적 기준이 아닌 실질성과 합리성을 우선하는 유연한 법리를 재확인했다”며 “간호사의 자격과 숙련도, 의료 현장의 현실 등을 반영한 실질적 법 해석을 통해 형벌 법규의 남용을 방지하고자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처럼 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종양 전문간호사 자격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종양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는 간호사 자격을 인정받은 것일 뿐, 비록 의사의 지시가 있었다 하더라도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직접 할 수 없는 것은 종양 전문간호사든 일반 간호사든 동일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을 인용했다. 

이를 통해 간호사의 면허 범위를 벗어나는 행위는 전문 간호사 여부와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마취 전문간호사가 의사 지시 없이 독자적으로 마취를 시행했다가 환자가 사망해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나, 일반 간호사가 의사 없이 건강 검진을 시행했다가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 받은 사례 등, 법원에서는 간호사의 면허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해왔다는 것. 

그는 “이번 대법 판결은 간호사의 골수 검사 시행을 전면 허용한 것이 아니다”라며 “환자의 체구가 작거나 소아인 경우, 검사 과정에서 위험성이 높은 경우 등에는 의사가 골수 검사 현장에 입회해 구체적인 지도 감독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대법원의 단서 조항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현행 의료법이나 곧 시행될 간호법에도 명시되지 않았음에도 전공의 부재 상황을 이유로 PA에게 여러 의료행위들이 맡겨지는 현장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그는 “그 간호사들이 일반 간호사인지 전문 간호사인지 여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업무를 부여하고 있다”면서 "이는 법적 근거가 없는 위험한 시도이며, 만약 환자에게 문제가 발생할 경우 법적 책임 소재가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오해해 전문간호사가 아닌 일반 간호사에게까지 의사가 부재하거나 부족하다는 점을 근거로 포괄적이거나 불분명하게 업무를 지시ㆍ위임할 경우, 의료법상 면허 제도를 잠탈하고 환자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러한 지시나 위임이 의료기관의 업무 과중을 이유로 이뤄진 경우, 이를 지시한 의사 또는 의료기관에 대해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고의가 문제될 수 있다"며 "법적 책임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이에 오 변호사는 향후 간호사 혹은 전문간호사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며 의료기관의 철저한 대비를 촉구했다.

그는 “대법 판결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 특히 그 과정에서 의사의 전문적 판단이나 지도 위임 등이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관한 문제 제기가 많아질 것을 예고한다”며 "의료기관 내에서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설정할 때 ▲구체적인 간호사들의 숙련도 ▲환자 안전에 최선을 다하는 방향 등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간호사에게 진료 보조 또는 진료 지원 업무를 지시할 때 의사의 지시ㆍ위임의 구체성, 간호사의 숙련도 등을 고려한 환자안전 최우선 업무 범위 설정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이번 대법 판결을 계기로 의료 현장이 직면한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업무 재정립 논의가 시급하다”며 “판결의 특정 상황에 한정된 취지를 오해해 무분별한 업무 확장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