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관순 미래비전위원장

신약개발 선도국, 충분히 가능하다

2025-04-28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의약뉴스]

 

선택과 집중, 그리고 혁신에 대한 가치 인정

올해로 창립 80주년을 맞이한 한국제약바이오협회(회장 노연홍)가 100주년을 향한 비전과 과제를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나라 신약개발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이관순 지아이디파트너스 대표이사를 위원장으로 지난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창립80주년기념사업 추진 미래비전위원회’를 출범했다.

미래비전위원회는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제약바이오 비전 2030 ‘K-Pharma, 대한민국의 건강한 미래’를 선포하고 ‘혁신, 협력, 신뢰’라는 3대 핵심 가치를 기반으로 2030년 ▲신약개발 선도국 도약, ▲다양한 협력 모델로 글로벌 성과 증대, ▲제조 역량 강화로 국민 건강 안전망 구축이라는 3대 목표를 설정했다.

이어 지난 3월에는 3대 목표 중 첫 번째로 신약개발 선도국 도약을 위한 과제를 공유하는 혁신포럼을 개최, 제약바이오 비전 2030 실현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이에 제약바이오기자단에서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창립80주년기념사업 추진 미래비전위원회 이관순 위원장을 만나 신약개발 선도국을 향한 현재와 과제를 조명했다.

 

▲ 올해로 창립 80주년을 맞이한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100주년을 향한 비전과 과제를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나라 신약개발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지아이디파트너스 이관순 대표이사를 위원장으로 지난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창립80주년기념사업 추진 미래비전위원회’를 출범했다. 제약바이오기자단에서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창립80주년기념사업 추진 미래비전위원회 이관순 위원장을 만나 신약개발 선도국을 향한 현재와 과제를 조명했다.

 

◇신약개발 패러다임 전환 ‘선택과 집중’ 필요
지난 3월, 미래비전위원회가 주최한 혁신 포럼에서 이관순 위원장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다’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진행했다.

최근 글로벌 신약개발 속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글로벌 빅파마들이 신약 개발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자체 R&D 파이프라인을 줄이고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확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R&D 투자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어 속도를 내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관순 위원장은 “글로벌 신약개발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면서 “후보물질 탐색부터 허가단계에 이르기까지 신약개발 전 단계에서 인공지능(AI)가 활용되고 있고, 항체약물접합체(ADC)나 mRNA, 프로탁(Protac), 다중항체 등 다양한 모달리티(modality)이 적극적으로 쓰이고 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오픈이노베이션이 일상화 돼 다국적제약사들의 자체 R&D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글로벌 상위 20개 제약사 가운데 자체 R&D 비율이 절반이 넘는 회사는 4분의 1정도에 불과하며, 오히려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100%를 진행하는 회사가 4분의 1에 이른다”꼬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규제 당국들도 한 국가에서 허가되면 글로벌하게 허가하는 규제조화 프로그램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고, 치료제가 없는 분야에서는 신속심사제도 등을 통해 빠르게 허가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최근 중국에서 수많은 신약을 쏟아내며 우리나라를 앞서가기 시작한 것 역시 이 같은 추세와 관련이 있다는 평가다.

그는 “중국은 시장 자체가 우리나라보다 크고, 인적 자원이나 정부의 지원으로 상당히 효율적으로 R&D를 진행해 비용은 덜 들이고,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R&D 투자 규모도 과거에는 일본이 우리나라의 10배, 미국과 유럽이 100배라고 이야기했는데, 이제는 중국이 우리나라의 10배가 되는 상황”이라며 “실례로 중국의 베이진은 2010년에 설립된 회사인데, 최근 5년간 약 10조원, 연간 약 2조원을 R&D에 투자했고, 신약 프로그램도 약 50개에 이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체적으로 신약 파이프라인이 1650개 인데, (R&D 투자 규모에 비해) 너무 많다”면서 “이제는 숫자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신약 개발 성과ㆍ대기업 진출은 긍정적 신호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제약바이오업체들이 꾸준하게 신약개발 성과를 도출하고 있고, 이 가운데 대기업들이 진입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 평가했다.

이관순 위원장은 “199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에서 매년 1~2개씩 신약이 계속 나오고 있다”면서 “더 많은 약이나 더 질이 좋은 약이 나오면 좋겠지만, 멈추지 않고 꾸준하게 나오고 있는 것은 굉장히 좋은 사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2023년 기준으로 생산실적 상위 2%, 금액으로는 1000억원 이상 하는 대형 품목도 4개나 배출했다”면서 “과거에는 개발에 성공해도 개발비나 건지겠느냐 하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많았는데, 이제는 매출을 늘릴 수 있는 품목들이 나오고 있어 상당히 좋은 사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여기에 더해 “아직은 삼성이나 셀트리온이 중심이기는 하지만, 10여개의 바이오시밀러가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허가됐고, 이 가운데 1조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품목들도 꽤 있어서 이 또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신약의 기반이 되는 CDMO에 있어서도 항체나 ADC, mRNA 할 것 없이 글로벌한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이 역시 우리나라에서 신약개발 인프라가 상당히 많이 축적됐다는 의미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LG나 SK, 삼성 등 기존의 업체 외에도 롯데나 HD현대, CJ, 오리온 등 대기업들이 새로 차명해 일부는 신약 개발에 뛰어들겠다고 한다”며 “이는 제약바이오가 미래 먹거리산업이라고 판단 것으로, 이들의 투자 여력을 고려하면 제약바이오산업에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역설했다.

그 이유로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그간 쌓아놓은 생산 인프라나 GMP 퀄리티 등 노하우를 고려하면, (대기업 진출은) 위협이 아니라 기회”라며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파트너십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 이관순 위원장은 베이진과 헹루이의 사계를 들어 최근 10여년 사이 우리나라를 추월해 글로벌 제약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중국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국가 단위 경제개발 전략과 제도적 지원, 벤치마킹 필요
이관순 위원장은 베이진과 헹루이의 사계를 들어 최근 10여년 사이 우리나라를 추월해 글로벌 제약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중국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진은 2010년 항암제 신약개발 기업으로 설립, 업력이 15년에 불과하지만, 그 사이 3개의 글로벌 신약을 개발했으며, 최근에는 연간 R&D 투자액이 평균 2조원에 이르고 있다.

이제는 주주 가운데 중국인이 8.5%에 불과, 명실상부 글로벌 빅파마로 거듭났다는 설명이다.

베이진과는 달리 헹루이는 1970년 제네릭 전문 회사로 출발했으나 2008년 신약개발 전문기업으로 전략을 수정, 현재 14개 글로벌 R&D 센터에서 5000명의 연구 인력을 가동 중이며, 전세계에서 8번째로 많은 147개의 R&D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관순 위원장은 “중국정부의 제약산업 육성정책을 보면 지방정부에서부터 중앙정부에 이르기까지, 또 조세나 R&D, 인력 지원, 심지어 규제당국의 허가까지 아주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면서 “조세 감면을 통해 R&D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했으며, 허가 절차도 대폭 개혁하고 인원도 늘려 심사에 소요되는 시간도 크게 단축했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더해 “인재 유치를 위해 해외에서 활동 중인 과학자의 급여나 스타트업에 대한 펀딩, 인센티브 등을 통해 수천명의 과학자들이 중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했다”며 “그 결과 개발 중인 신약의 수가 미국에 이어 2위까지 올라갔고, 임상시험은 연간 1000여 건에 이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약바이오산업의 체질 개선과 신약의 혁신가치 반영 필요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가 너무나 많다는 것이 이관순 위원장의 지적이다.

특히 최근 자본시장이 경색돼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도 크게 줄어 신약개발 생태계 복원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는 전언이다.

그는 “최근에 자본시장이 굉장히 얼어붙어서 신약개발에 대한 밴처캐피탈투자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면서 “우수한 파이프라인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투자로 신약개발 생태계를 복원해야 하며, 초기 단계에서부터 기획창업에 따른 유망 신약개발 벤처들의 창업을 활성화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혁신 신약에 대한 가치 인정 역시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다. 정부에서 신약에 대해 적정한 가치를 보장한다면 국내 허가 신약이 늘고, 결국 글로벌 신약으로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신약개발은 속도의 싸움”이라며 “아직까지도 정부에서 혁신의 가치에 대해 제대로 인정을 해주지 않고 있는데, 정부에서 신약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주면, 국내에서 허가받는 신약의 수가 늘 것이고, 이 가운데 일부는 글로벌 신약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글로벌 진출 신약에 대한 이중가격제를 전면 시행하고, 일본에서 시행학 있는 약가인하 적립제를 도입, 반복으로 약가를 인하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기간 후 한 번에 인하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으며, 신약의 가치 산정에는 각 업체에서 투입한 R&D 비용도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그는 제약바이오 업체들도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네릭만으로는 연속성이 없다는 쓴소리다.

그는 “현재 제네릭 중심에서 신약 부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제는 중견사들도 효율적인 방법으로 신약개발에 나서야 하는데, 가장 좋은 모델이 오픈이노베이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벤처가 여러가지로 어려운 상황이고, 제약회사들은 제대로 된 신약 파이프라인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각자의 분야의 장점을 살리는 ‘제약바이오 이어달리기’를 하기에 가장 좋은 시점으로, 여기에 정부가 펀드나 국가신약개발 지원금을 적극적으로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여기에 더해 “신약 개발 인력은 더욱 부족한 상황으로, 특히 AI분야와 새로운 모달리티 분야의 인력 부족이 심화될 것”이라며 “제약바이오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운영, 보다 과감하게 신약개발에 특화된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관순 위원장은 ‘신약개발 선도국’이라는 목표를 보다 구체적으로 매년 1~2개의 글로벌 신약을 허가받는 것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제약바이오산업의 체질개선과 함께 신약의 혁신에 대한 정부의 보상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2030년 블록버스터 신약 5개 이상 배출, 신약개발 선도국 도약
이관순 위원장은 ‘신약개발 선도국’이라는 목표를 보다 구체적으로 매년 1~2개의 글로벌 신약을 허가받는 것으로 제시했다.

우리나라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연구개발비율을 15%까지 끌어올리면 글로벌 신약 개발 1~2개를 개발할 수 있는 수준으로, 2030년에는 5개의 블록버스터 신약을 배출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 단위의 컨트롤타워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단 중국뿐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일본도 국가가 챙기면서 육성해야 할 산업, 즉 미래의 먹거리 산업은 국가가 컨트롤 타워를 가동하고 있는 경우가 가장 많다”면서 “우리나라도 국가바이오위원회를 만들었으니 위원회에서 신약개발을 국가적인 아젠다로 만들어 국가 차원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해 신약개발, 제약바이오가 미래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될 수 있도록 국가차원에서 육성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다른 한 편으로는 “신약개발의 각 주체들이 어느 단계에서 가치창출을 극대화 할 수 있는지 고민해 신약개발의 속도를 높이고, 한정된 자원을 집중 투입해 신약개발의 생산성을 향상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학ㆍ연에서 바이오텍으로, 국내 제약사로, 다시 글로벌 제약사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 즉 제약바이오 이어달리기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나아가 “인력의 퀄리티나 인프라를 볼 때 신약 개발에 굉장히 재능이 많은 것이 우리나라”라며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매출의 15% 정도를 R&D에 투자하면 연간 7~8조로 1년에 1~2개 신약을 배출하는 글로벌 10~20위권 수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