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김교웅 의장

비가역적 위기, 의료계 나아갈 길 모색해야

2025-04-23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김교웅 의장은 지난해 취임 후 유례없이 다사다난한 시간을 보냈다.

정기총회를 포함해 총 3번의 총회를 개최했고, 이 가운데 의협회장이 불신임되는 사건까지 겪었다.

김교웅 의장은 최근 정기총회를 앞두고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 만나 지난 1년간의 소회와 현재 의료계가 처한 위기 상황,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진솔한 입장을 밝혔다. 

▲ 김교웅 의장.

 

◆대한의사협회 제77차 정기대의원총회

김교웅 의장은 지난해 정기총회에서 대의원회 의장으로 선출된 이후 1년 동안 정기총회를 포함해 세 차례의 총회를 개최한 것은 지난 한 해 의료계가 얼마나 엄중하고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고 역설했다.

그는 “의장으로 선출될 당시 불신임은 하지 않겠다는 개인적인 다짐이 있었다”면서 “결과적으로 불신임 상황까지 가게 된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이 의료계에 상처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이를 핸디캡이 아닌, 오히려 남은 2년의 임기를 더욱 겸허한 자세로 채워나가야 할 숙제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이번 주말에 열리는 제77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는 일차의료 활성화와 의료전달체계 확립, 공중보건 및 필수의료 대책 등이 주요 의무분과 주제로 상정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의료전달체계를 주요 안건으로 꼽은 이유는 현재 의료계가 겪고 있는 문제의 근본 원인이 의료전달체계의 부재에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지금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만 작동했어도 이런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민들이 의사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현상 역시 사실은 체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로, 1차 병원이 제대로 활성화돼야 환자가 3차 병원으로 쏠리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필수의료 대책 역시 시급한 과제라는 설명이다.

김 의장은 “누가 산부인과, 흉부외과를 하겠나”라며 “저도 외과 출신이지만, 요즘 분위기에서 이 과를 선택할 사람이 많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흉부외과 의사가 병원에 있어야 심장내과에서도 안정적으로 진료가 가능한데, 사람이 없다면 시스템 자체가 무너진다”며 특정 필수의료 과목의 인력 부족이 전체 의료 시스템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경고했다.

아울러 이번 총회에서는 대외협력 강화도 주요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 

그는 '국민 설득을 위해 유튜브 등 국민 눈높이에 맞는 소통 방식을 활용하라'는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의 조언을 언급하며 “의학적 언어가 아닌 쉬운 말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효과적인 홍보 및 소통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 미래의료의 희망이자 위기의 핵심
이번 정기총회에 상정된 의대생 준회원 자격 부여 안건과 관련, 김교웅 의장은 현재 의정 사태를 겪으며 의협에 의대생의 목소리를 더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는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의료를 더 망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학생들이 더 이상 피해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학교로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고 전했다.

다만 대표자 대회에서 선배들의 역할을 묻던 학생 대표의 발언을 두고는 “그 질문에 대해 선뜻 대답할 수 있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더해 “지금은 대학병원에서는 전공의가 없어도 병원이 돌아간다는 말이 나온다”면서 “전공의 없는 대학병원은 수련 병원이 아닌 준종합병원에 불과하며, 교수의 역할 축소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궐기대회 등 집단행동에 부정적인 개원가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단지 우리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의 희생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지금의 의료 환경은 10년 후 의료 환경이고, 그렇기 때문에 학생ㆍ전공의 중심으로 얘기하는 것”이라면서 “이를 단순히 학생만 챙긴다고 볼 것이 아니라, 지금 사안의 핵심이 그쪽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젊은 의사들이 나와야 우리 의료가 발전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면서 “지금 전공의가 없으면 나중에 교수도 생길 수 없고, 결국 의료 자체가 무너진다”고 역설했다.

미래의료 시스템 유지를 위해서라도 젊은 의사들에게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다.

다만, 현재 의료계의 상황은 회복 불가능한 위기에 빠져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김 의장은 “지금 이 상황은 비가역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특히 흉부외과, 산부인과 같은 필수의료 과목은 앞으로 아무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놨다.

여기에 더해 전공의의 공백을 진료보조인력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진짜 심각한 상황”이라며 “교수가 정년퇴직하면 그 과 자체가 사라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젊은 의사들이 일하면서 그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환경이 중요한데 그것이 쉽지 않다”며 “젊은 의사들이 겪는 고통이 훨씬 더 큰 만큼, 선배 의사들이 옆에서 그들을 도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택우 집행부와의 관계

▲ 김교웅 의장.

현 김택우 집행부가 다소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내부 불만에 대해 김교웅 의장은 “실제로 옆에서 지켜보면 저도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모습은 집행부가 지금의 전공의나 의대생이 곧 미래의 의료를 책임질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직접 결정할 수 없고, 그들의 의견을 더 반영해야 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두둔했다. 

외부에서는 미온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그만큼 젊은 층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의장은 “결국 회장이 결론을 내리겠지만, 그 결론에 젊은 의사들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며 “결정 전에 이들을 협의체에 참여시키고 충분히 논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정부와 기존 의사들 모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년 동안 세 차례 총회가 열리고, 의협 회장 불신임이 반복되는 상황에 대해 김 의장은 의료계가 겪는 평화롭지 못한 현실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탄핵 거론 시기가 점점 빨라지는 현상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정치도 마찬가지지만, 민주사회에서는 다양한 의견과 시각차가 있고 논쟁도 있어야 한다”면서도 “의료계는 늘 여유가 없고 힘든 상황이 반복되어 왔기에 회장에 대한 비판과 탄핵 얘기가 언제든 따라붙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우리가 감내해야 할 의료계의 현실로 집행부가 대의원회, 시도회장단과의 소통을 통해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면서 "소통이 잘 되면 이러한 논란도 수그러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치적 상황 변화에 대한 대응과 협의체 구성 시급
지난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집행부에 대통령 탄핵에 따른 변화에 긴밀히 대응하라고 주문한 것과 관련, 김교웅 의장은 정치적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의대 정원을 3058명으로 확정해버린 현실을 언급했다. 

그는 “정부가 수급 추계위원회를 중심으로 사태를 끌고 가려 하지만, 우리는 그 조직이 편향되어 잘못됐다고 본다”며 “정부 뜻대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에 2027년 결국 증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의협 집행부가 강력하게 협의체 구성을 주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의료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지속가능한 논의 구조를 만들기 위한 협의체가 꼭 필요하며, 정부도 이에 응답해야 한다는 것.

특히 “대통령 선출 전이라도 협의체를 만들고 기본틀을 갖춰놔야, 새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갑작스러운 정원 결정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게 된다”며 “조기 대선 가능성 등 정치적 변동성을 고려할 때 지금이 협의체 구성을 위한 골든타임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대규모로 궐기대회에 참여하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강력한 신호라고 해석했다. 

김 의장은 “집행부는 이를 단순히 성공적인 집회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젊은 의사들의 무게를 느껴야 한다”며 “지금은 젊은 의사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구조, 신뢰를 줄 수 있는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젊은 의사들을 중심으로 강경 투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투쟁의 목적과 방식을 명확히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투쟁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라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올바른 의료 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투쟁은 그 과정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시점에서 강경 투쟁의 효용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 의장은 “만약 지금 투쟁 없이 학생들이 돌아가고, 전공의들이 복귀하면 정부나 복지부는 끝났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정부가 필수의료 살리기, 지역의료 강화 등 근본적인 대책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을 것이기에 어쩔 수 없이 강경 투쟁이라는 수단을 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의 미래를 향한 함께의 가치 강조

김교웅 의장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회원들에게 간곡한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지금 의료계 상황이 매우 어렵다 보니 회원들의 관심도가 떨어진 측면도 있지만, 집행부와 대의원회 모두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며 “현재의 위기 극복은 몇몇 사람의 힘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로, 회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함께해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의료는 단지 의사들만의 것이 아니라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공공재이자, 나아가 국가의 미래”라며 “의사로서의 자부심을 잃지 말고, 다시 한번 대한민국 의료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 수 있도록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응급실 환자 선별과 같이 필요한 환자에게 필요한 진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있어 의사도, 국민도 같이 소통하고 함께 개선해나가야 한다”며 “의료계와 국민이 함께 힘을 합쳐 더 나은 의료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