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 EU 승인
아밀로이드 베타 표적 항체...질병 진행 지연 입증
[의약뉴스]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의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마침내 유럽에서 승인을 획득했다.
에자이와 바이오젠은 유럽 집행위원회가 유럽연합(EU)에서 아밀로이드 베타(Aβ) 단일클론항체 레켐비의 판매 허가를 결정했다고 1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유럽 집행위원회의 결정은 유럽연합 회원국 27개국과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노르웨이에서 유효하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의 근본 원인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로서 유럽연합에서 판매 허가를 받은 최초의 의약품이다.
구체적으로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MCI) 및 경증 치매를 임상적으로 진단받은 성인 환자 중 아밀로이드 병리 존재가 확인되고 아포지단백 E ε4(ApoE ε4) 비보유자 또는 이형접합 보유자를 대상으로 허가를 받았다.
아포지단백 E는 인간의 지질 대사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며 알츠하이머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유럽의약품청은 레켐비 투여 환자에서 관찰된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 부작용 발생 위험 때문에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치료제로 광범위하게 허가하는 것을 거부한 적이 있다.
다만 아포지단백 E ε4 유전자 사본이 하나만 있거나(이형접합 보유자) 보유하지 않은 사람은 아포지단백 E ε4 유전자 사본이 2개인 사람(동형접합 보유자)보다 레켐비 투여 후 부종 및 잠재적 출혈을 수반하는 ARIA 발생률이 낮다. 유럽의약품청은 재심사를 거쳐 ApoE ε4 비보유자 또는 이형접합 보유자에서는 레켐비가 제공하는 혜택이 위험성을 상회한다고 결론 내렸다.
에자이에 의하면 레켐비는 독성 프로토피브릴(가용성 Aβ 응집체)에 우선적으로 결합해 제거할 뿐만 아니라 Aβ 플라크(불용성 Aβ 응집체)를 표적으로 삼고 감소시키는 유일한 Aβ 단일클론항체다. 프로토피브릴은 뇌에 축적돼 신경 손상을 유발하는 Aβ의 주요 독성 형태 중 하나다.
유럽에서 레켐비 승인은 주로 글로벌 Clarity AD 임상시험의 임상 3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레켐비는 ApoE ε4 비보유자 또는 이형접합 보유자에서 18개월 차에 CDR-SB(임상적 치매 평가 척도-박스 총점)로 평가된 임상적 저하를 위약 대비 31%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CDR-SB는 기억력, 지남력, 판단 및 문제 해결, 사회 활동, 가사 및 취미, 개인 관리 등 6가지 영역을 평가하는 전반적인 인지 및 기능 척도다.
또한 레켐비는 2차 평가변수인 18개월 시점에 ADCS MCI-AD(알츠하이머병 협력 연구-경도인지장애 관련 일상생활 수행능력 척도)로 평가된 저하를 위약 대비 33% 줄인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주입관련반응, ARIA-H(헤모시데린 침착), 두통, ARIA-E(부종)이었다.
에자이의 나이토 하루오 최고경영자는 “오늘 결정으로 레카네맙은 유럽연합에서 초기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최초의 치료 옵션이 됐다. 치매 분야에서 약 40년 동안 쌓아온 당사의 유산이 이 중요한 이정표로 이어진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 이 질환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솔루션의 일부가 되고자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에자이는 각국 급여 당국 및 의료제공자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레카네맙 치료 대상자들이 최대한 빨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환자뿐만 아니라 환자를 돌보는 가족과 유럽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레켐비는 미국, 일본, 중국, 한국, 홍콩,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 영국, 멕시코, 마카오, 오만, 대만에서 승인을 받았고 14개국에서 허가 심사가 진행 중이다.
에자이는 레카네맙의 개발과 전 세계 허가 제출을 주도하고 있으며 바이오젠과 제품을 공동으로 상업화하고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최종 의사결정 권한은 에자이가 갖고 있다.
레켐비는 올해 1월에 미국에서 4주에 1회 투여하는 정맥주사 유지요법으로 추가 승인된 바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주 1회 유지요법을 위한 레켐비 피하 자동주사기 제형의 심사도 진행 중이며 올해 8월 31일까지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