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의사의 절규 “사명감으로 버티는 것도 한계”
더블유여성병운 이석수 원장...“인프라 붕괴로 산부인과 운영 직접 타격” 경고
[의약뉴스] 산부인인과 의사들 사이에서 한계가 왔다는 하소연이 터져나왔다.
저수가와 고위험, 그리고 고강도의 진료환경에서 사명감 만으로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토로다.
특히 국내 분만 인프라가 붕괴되고, 고위험 임산부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의 고령화가 진행돼, 이대로라면 인력 부족 문제가 의료기관 운영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도 이어졌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김재연)는 6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더블유여성병원 이석수 원장은 산부인과에 내재된 문제로 분만을 접을지 고민 중이라 토로했다.
그는 “산부인과에 내재된 문제는 이미 오랜 시간동안 곪을대로 곪은 상태로,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수가는 말할 것도 없고, 살인적인 수준의 소송배상액과 저출산으로 인한 신생아 감소로 산과 병원은 고사 위기에 내몰린 지 오래”라며 “분만을 포기한 산부인과 병원은 날이 갈수록 늘고 있고, 심지어 지역의 대표적인 산과 병원마저 문을 닫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언론에 산모가 분만할 병원을 찾지 못하거나 조산 위험의 산모가 전국 각지를 떠도는 상황이 보도되는데,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종합병원의 인력 부족”이라며 “전공의가 없는 상황에서 대학병원의 전문의만으로 환자등을 감당하기에는 이미 한계가 온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산과에서 환자를 받더라도 다음으로는 신생아 중환자실이 기다리고 있다”며 “니큐(NICU)라고 부르는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중증의 신생아를 보게 되는데, 24시간 밀착진료를 하기엔 인력이 부족하고, 시설 역시 한계에 부딪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례로 “최근 우리 병원에서도 진통으로 온 34주 초산모를 전원하기 위해 전국의 병원들에 전화했으나, 수용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얻지 못해 우리 병원에서 분만하는 참담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며 “출산 후 1분 1초가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는 조산아를 광역시 수준에서 전원할 수 없다면, 과연 산모와 신생아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국가가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나”라고 성토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수술을 담당하는 마취과 의사의 수가 부족해지면서 외과의 마취과 구인난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산부인과는 그 특성상 시간을 다투는 응급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고, 늦은 밤시간에도 마취가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은데 마취과에서는 산부인과 마취를 꺼리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최근 2-3년 사이 마취료가 거의 두 배 이상 인상됐지만, 야간수술시 마취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 이 원장의 설명이다.
이에 이 원장은 "분만 인프라를 살리기 위해선 왜곡된 분만 수가를 정상화해 분만 병원의 도산을 막아야 하며, 분만수가 현실화와 함께 마취 초빙료 역시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면서 “환자이송 전달체계를 복귀하고, 분만 중 발생한 불가항력적인 사고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더해 산부인과의사회는 산부인과 분만 의료 인프라 위기가 심각하다면서 정부가 대책울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회에 따르면, 국내 출생아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고위험 산모가 증가하면서 조산아, 저체중아, 다태아 비율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
이에 고위험 분만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지만, 분만 의료 인프라는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전국적으로 분만 의료기관이 줄어들었으며, 의료진의 고령화와 신규 인력 부족 문제도 심화되면서 안정적인 분만 의료체계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국내 분만 의료기관 감소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 의사회측의 지적이다. 2021년 기준 분만 병원이 전무한 지차제가 63개 지역에 달하며,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는 의료 접근성이 더욱 낮아지고 있다는 것.
산과 의사 역시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전언이다. 최근 서울 주요 병원들이 분만실에서 일해본 경험이 많은 개원가 산과 전문의를 긴급 수혈받고 있는데, 그 이유는 야간에 병원으로 실려오는 고위험 산모는 많지만, 이들을 진료ㆍ수술할 산과 인력은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저출산 등으로 인해 빅5 병원 산과 전임의 수는 2007년 20명에서 올해 9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고,지난해 의정 갈등이 불거지면서 전공의들마저 병원을 떠났다.
이런 가운데 분만을 전문으로 하는 산과 교수가 빠지면, 동료 의사들도 당직 등 부담이 가중돼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전국의 산과 교수는 현재 158명에서 2032년엔 125명, 2041년엔 59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산과 기피 현상으로 수도권 환자가 지방 대학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저출산 외에도 낮은 수가와 과도한 소송 부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산부인과 전문의의 고령화 역시 문제로, 현재 산부인과 전문의의 평균 연령은 54.4세에 달했고, 3명 중 1명은 법정 정년인 60대 이상이었다. 반면, 30대 이하 전문의는 708명으로 전체의 11.6%에 불과했다.
지역별 산부인과 전문의의 평균 연령은 경북이 60.8세, 전북 59.6세, 전남 59.1세 순으로 높았고, 전국 평균인 54.4세보다 낮은 지역은 대구(54세), 경기(53세), 서울(51.8세), 세종(51.5세) 4개 지역에 그쳤다.
이에 의사회는 산부인과 전문의 수 부족에 대한 대책으로 고령의사의 산부인과 재취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을 주문했다.
또 고위험 산모ㆍ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사후보상 참여기관을 고위험 산모ㆍ신생아 통합치료센터 뿐아니라 분만 병원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도 제안했다.
김재연 회장은 “고위험 산모ㆍ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사후보상은 고위험 산모ㆍ신생아 관련 진료 인프라를 강화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진료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의료적 손실을 보상하는 사업”이라며 “사후보상의 경우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에 이미 적용한 바 있기 때문에 고위험 산모ㆍ신생아 통합치료센터외에 지역 분만병원까지 확대하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지역 기반 의료기관 협력체계 구축과 의료진 인센티브 확대, 의료기관 간 연계 강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례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학술지에 게재된 주요국의 임산부 및 신생아 진료협력체계 구축 현황 비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은 의료기관 간 연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의료서비스 질을 개선하고 있다”면서 “가까운 일본의 경우, 지역 기반 의료기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의료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동관리 수가를 신설해 운영, 이를 통해 의료기관 간 진료 연계를 원활하게 해 보다 안정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협력체계 구축이 미흡한 만큼, 의료기관 간 협력체계 강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며 “의료진 인센티브 확대와 의료기관 간 연계 강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