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여파, 간암 진단 시기 늦어져 4기 진단비율 증가
대한간암학회 실태 조사....전체 진단 환자는 감소
[의약뉴스] 의정갈등의 여파로 간암 진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간암 진단 환자수가 줄어든 가운데, 4기에서 진단되는 비중이 늘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대한간암학회는 4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제19차 정기학술대회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의료계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간암 치료 분야의 선도적인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지식을 공유하고 협력을 강화하는 뜻깊은 시간이 됐다는 전언이다.
올해 학술대회 주제는 'Through Evidence, Moonshots for Liver Cancer'로 간암의 역학, 진단, 치료 예후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강의와 연구결과 발표가 이어졌다.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병리학과, 기초 연구 등의 다양한 간암 전문가들이 참여해 최적의 진료 및 연구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됐다는 평가다.
정기학술대회 첫 번째 세션인 Presidential Selection에서는 최근 우수한 간암 연구를 수행한 연구자들이 발표를 진행했다.
이어,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이하는 간암학회와 국제 간암학회(International Liver Cancer Association, ILCA)간 Joint Symposium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Future Directions in HCC Risk Stratification and Treatment를 주제로 국내외 유수한 연구자들이 강연을 펼쳤다.
오후에는 간암학회 연구위원회에서 간 절제술에 대한 전문가 합의안을 발표했으며, 세 번째 세션에서는 Perioperative Strategies for Enhancing Outcomes in primary Liver Cancer를 주제로 논의를 이어갔다.
Interactive Nexus 세션에서는 간암 최신 연구에 대한 포스터 발표를 진행했으며, 최근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간 조직 검사 관련 Workshop과 함께 간암학회 최초로 초음파 핸즈온 교육도 실시했다.
네 번째 세션에서는 간암학회 공식 저널인 Journal of Liver Cancer의 SCIE 등재 전략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가 이어졌다.
교육위원회에서는 변화하는 의료환경을 반영해 종양간호학회 등과 함께 Associates Course와 간암스쿨을 통합해 보다 포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신현필 교육이사(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는 “교육과정에서는 간암의 보험 및 정책, 간암의 연구, 진단, 최신치료법, 합병증 관리, 간호 및 연명의료 결정제도 운영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며 “이를 통해 간암을 공부하고자 하는 전임의, 전공의, 코디네이터 및 간호사들에게 실무적으로 유용한 핵심 지식을 제공하고, 의료현장에서 적용을 돕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간암학회 김경식 회장은 “앞으로도 국내외 간암 연구 및 치료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간암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와 삶의 질 향상을 제공하기 위해 연구와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학회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의ㆍ정갈등으로 인해 간암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고, 간 이식 치료 건수도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간암학회 김순선 보험이사는 수도권 8개 병원 대상으로 간암 진료 인력ㆍ초치료 변화 및 의료현실을 조사했다.
2023년과 2024년 간 비교를 통해 인력 변화, 치료 방식, 진단 환자 수 등을 분석한 결과, 진료보조인력(PA 등) 비율은 2023년 13%에서 2024년 26%로 2배 증가했다.
전공의는 사실상 대부분의 병원이 전무한 상황으로, 교수 인력의 비율은 증가했으나, 전공의 이탈로 인한 증가일 뿐, 절대 숫자는 단 3명이 증가한 것에 그쳤다는 전언이다.
간암 첫 진단 환자 수는 2023년는 1655명에서 2024년 1177명으로 약 29% 감소했다. 병기별 분포로는 4기 환자 진단 비율이 2023년 9.8%에서 약 12%로 2%p 정도 증가했다.
치료방식에 있어서는 병기별 치료법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간동맥 방사선 색전술 적용 비율은 증가했다. 2024년 7월까지 집계한 간이식 건수(생체+뇌사자 합산)는 이전 대비 약 20% 감소했다.
서울에서 진료 받는 간암 환자가 50%룰 차지했으며, 수도권 진료환자는 전체의 70%로 지역 간 의료격차가 여전했다.
김 이사는 “인력 감소에도 불구하고 의료질 유지를 위해 임상현장 의료진들이 노력 중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가운데 “허가초과 항암요법 사용시 사후평가 의무 등 행정적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구체적으로 “간동맥 화학 색전술(TACE)을 할 때 기존에 사용하던 아드라인마이신이 공급 문제로 인해 더 이상 사용이 불가능함에 따라 지난해부터 이다루비신을 허가초과(오프라벨)로 사용하고 있다”며 “다행히 환자 본인 부담률이 원래는 6%인데 5%까지 낮췄지만, 허가초과 항암요법의 경우, 사후 평가자료를 제출해야하는 등, 의료기관의 부담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