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유럽선 허가 실패 가능성
ARIA 부작용 문제 때문...재심사 요청 계획
[의약뉴스] 유럽의약품청(EMA)의 자문위원회가 28일(현지시간) 일라이릴리앤드컴퍼니의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키순라(Kisunla, 성분명 도나네맙) 판매 허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유럽의약품청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키순라의 치료적 이점이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으로 인한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사건의 위험성을 능가할 만큼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키순라는 뇌 내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가 확인되고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 치매가 있는 성인에서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늦추는 약물로 개발됐다.
릴리는 유럽에서 키순라의 판매 허가를 신청하면서 키순라의 사용을 아포지단백 E 유전자 ApoE4를 보유하지 않은 환자에 한정하는 것을 제안했다.
이 유전자 사본을 보유한 사람은 키순라처럼 아밀로이드 베타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 투여 이후 부종 및 출혈을 수반하는 ARIA 발생 위험이 높다.
앞서 CHMP는 작년 7월에는 에자이와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를 비슷한 이유로 권고하지 않기로 결정한 적이 있다.
이에 에자이는 재심사를 요청했고 이후 CHMP는 레켐비를 ApoE4 비보유자 또는 이형접합 보유자(유전자 사본 1개 보유)인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치료제로 허가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CHMP는 키순라의 경우 ApoE4 사본을 보유하지 않은 사람에서도 유익성이 위험성을 상회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릴리가 제출한 임상시험 데이터에 따르면 ARIA 발생률은 키순라 투여군이 36.8%, 위약군이 14.9%였다.
대부분의 사례에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키순라 투여군의 1.6%는 심각한 ARIA를 경험했고 이 중 3건은 사망으로 이어졌다.
ApoE4 사본을 보유하지 않은 사람에서 키순라 투여군의 ARIA 발생률은 24.7%, 위약군은 12%였다. 키순라 투여군의 심각한 ARIA 발생률은 0.8%였고 1건이 사망으로 이어졌다.
효능 측면에서 보면 임상시험에서 키순라 투여군의 통합 알츠하이머병 평가 척도(iADRs) 점수는 10점 악화됐고 위약군은 13점 악화됐다.
ApoE4 비보유자에서는 키순라 투여군의 점수가 14점 악화, 위약군은 16점 악화됐다.
CHMP는 ApoE4 유전자 사본이 없는 환자에서 임상 결과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장기 효능 데이터가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유럽의약품청은 ApoE4 사본이 없는 환자에서 키순라의 이점이 위험성을 상회할 만큼 크지 않다고 판단해 판매 허가를 거부할 것을 권고했다.
릴리는 이러한 CHMP 의견에 대해 재심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키순라는 미국에서는 작년 7월에 아밀로이드 병리가 확인되고 증상이 있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치료제로 승인을 획득했다.
이후 지난 9월에는 일본, 지난 12월에는 중국에서 승인을 받았다.
릴리 인터내셔널 사장인 일리야 유파는 “유럽에서 증상을 보이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환자 가족은 추가적인 치료 옵션이 시급히 필요한 상황이"이라며 "오늘 실망스러운 CHMP 의견은 이들이 계속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도나네맙은 미국, 일본, 중국 및 기타 시장에서는 심사 및 승인을 받았다. 릴리는 도나네맙의 안전성 및 효과와 증상이 있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에 대해 여전히 확신을 갖고 있다"며 "재심사 절차를 통해 당국과 논의를 계속하면서 이 끈질기고 치명적인 질환으로 고통 받는 수많은 유럽 사람에게 도나네맙을 제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