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조건부 의대 정원 동결 제안 두고 갑론을박

일각 "자율적 복학 필요"...의협은 강경 일변도

2025-03-13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정부가 동맹 휴학 중인 의대생들의 복귀 여부에 따라 내년도 의대 정원을 동결하겠다고 하자 의료계 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할 의협이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 교육부 이주호 장관은 학생 복귀 및 의대 교육 정상화 관련 브리핑에서 “대학 총장들의 제안을 수용해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3058명으로 결정했으나, 3월 말까지 의대생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입학 정원은 지난해 정한 5058명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도 11일 국무회의에서 의대생 복귀를 촉구하면서 더 이상 학사 유연화 조치는 없다고 강조했다. 

최 대행은 “이제는 반드시 학교로 돌아와야 한다"면서 “이번 결정은 결코 의료개혁 후퇴나 포기가 아니며, 갈등을 줄여 의료개혁에 매진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협은 단순히 의대정원 논의만으론 의료정상화가 요원하다며 의료개혁을 중단하고 공론의 장에서 새로 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의협은 입장문을 통해 “정부에 24ㆍ25학번 7500명을 어떻게 제대로 교육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제시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했다”며 “발표를 보면 결국 각 의과대학에 교육의 내용을 맡겨 놓은 형국으로, 정부의 그동안의 발언이 공허했음을, 그리고 그 무능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힐난했다.

의협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 가운데, 의료계 내부에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한외과의사회 이세라 명예회장은 지난 9일 외과의사회 기자간담회에서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의대생들은 자유의사에 따라 소신껏 행동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학교로 돌아가 수업을 듣고 싶은데, 단일대오로 행동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에 “전공의, 의대생이 의견을 낼 때 눈치를 주지 않고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강경한 일부가 돌팔매질을 하겠지만, 지금은 의대생들의 자율적인 휴학, 복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고 피력했다.

한국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 이종태 이사장도 의대생의 복귀를 촉구하는 인터뷰를 했다가 의협 박단 부회장(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비난을 받았다. 

▲ 박단 부회장의 페이스북(왼쪽)과 박종혁 전 이사의 페이스북.

박 부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인터뷰 기사를 공유하며 “후배들 건들지 말라며 앞장서도 모자란 판에 처단하겠다는 자를 믿고 굴종하라 한다”며 “정작 학생들을 겁박하는 건 당신들”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징계위원회 출석하라, 제적시키겠다, 의사 괴기 싫냐는 게 학장들이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학생들은 철부지가 아니라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박 부회장은 연세의대에서 24일까지 의대생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제적할 것이란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며 “연세대 의과대학 최재영 학장이 교수들에게 지령을 내렸나 보다”며 “잘못을 저지른 윤석열 대통령에겐 찍소리도 못하면서 학생들에게는 제적시키겠다는 협박을 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또 “지난 수십년간 의료계의 부조리를 조장하거나 방조한 사람들이 그들 아닌가”라며 “이제와서 덮어두고 돌아오라고만 하면 문제가 해결되는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의협의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의협 박종혁 전 총무이사는 SNS를 통해 박단 부회장을 작심 비판했다.

박 전 이사는 “의협 부회장은 훈수질하는 자리가 아니라 일을 해결해야하는 자리”라며 “직업 선택의 자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누려야할 권리가 침해받고 있고, 의사들의 분노를 넘어 이를 해결하라는 자리가 의협 부회장”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이대로 3월을 넘기면 의대생 유급, 제적 등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본인이야 의사 면허도 이미 땄겠으나, 의대생들은 3월이 넘어가면 유급이나 제적이 반드시 발생하는데, 학장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행동이 겁박으로까지 치부되는 것이 옳은가”라고 질타했다.

이어 “군입대로 전공의 수련을 마치지 못하는 전공의가 생겼듯이 유급이나 제적 등으로 면허를 따지 못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의대생이 기꺼이 희생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확신하고 있나”라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의협 부회장으로 실천적 해결 방안은 무엇이고, 페북에 훈계하는 글 하나가 최선의 노력이라 생각하나”고 일침을 가했다.

또 “의대생의 유급, 제적 상황을 막아가며 투쟁을 지속하려 한다면 필요한 투쟁 동력으로 전국의사총파업이 최소한의 마지노선이라 생각한다”며 “전국의사총파업 수준 이상으로 투쟁 동력을 높이던지, 자신없다면 후퇴해 전열이라도 가다듬던지 해야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