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ㆍ아비나스, 유방암 치료제 특정 환자군에만 효과

최초의 PROTAC 분해제...ESR1 변이 환자 PFS 개선

2025-03-12     의약뉴스 이한기 기자

[의약뉴스] 화이자와 미국 생명공학기업 아비나스(Arvinas)의 유방암 치료제 후보물질이 특정 환자군에서만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 화이자와 아비나스의 경구용 PROTAC ER 분해제 벱데제스트란트는 임상 3상 시험의 전체 환자군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PFS 개선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화이자와 아비나스는 경구용 PROTAC(PROteolysis TArgeting Chimera) 에스트로겐 수용체(ER) 분해제 벱데제스트란트(Vepdegestrant)의 VERITAC-2 임상 3상 시험에서 긍정적인 톱라인 결과가 나왔다고 11일(미국시간) 발표했다.

이 임상시험은 이전에 사이클론 의존성 키나아제(CDK) 4/6 억제제 및 내분비 요법으로 치료 이후 질병이 진행된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2 음성(ER+/HER2-)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벱데제스트란트 단독요법과 풀베스트란트를 비교했다.

임상시험 결과 벱데제스트란트는 에스트로겐 수용체 1 돌연변이(ESR1m) 환자군에서 1차 평가변수를 충족했다. 풀베스트란트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의 무진행 생존기간(PFS) 개선 효과를 입증했고 사전 지정된 목표 위험비 0.60을 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전체 환자군(intent-to-treat, ITT)에서는 무진행 생존기간 개선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 시점에 전체 생존기간 결과는 미성숙했고 필요한 사건 수의 4분의 1 미만만 발생한 상태라고 한다. VERITAC-2는 주요 2차 평가변수인 전체 생존기간을 평가하기 위해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벱데제스트란트는 전반적으로 양호한 내약성을 보였고 안전성 프로파일이 이전 연구에서 관찰된 것과 일치했다. 화이자와 아비나스는 VERITAC-2 연구의 자세한 결과를 올해 열리는 학회에서 공개할 것이며 허가 신청을 위해 전 세계 규제당국과 공유할 계획이다.

벱데제스트란트는 화이자와 아비나스가 공동으로 개발 중인 경구용 PROTAC ER 분해제로 신체의 자연적인 단백질 처리 시스템을 활용해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특이적으로 표적으로 삼고 분해하도록 설계됐다.

앞서 작년 2월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내분비 기반 치료를 받은 ER+/HER2-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성인 환자의 단독요법으로 연구되는 벱데제스트란트를 패스트트랙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화이자 종양학 부문 임시 최고개발책임자 메건 오메라는 “진행성 ER+/HER2- 전이성 유방암 환자는 질병이 진행됨에 따라 치료 옵션이 제한되고 사용 가능한 내분비 요법에 대한 내성이 발생하는 등 심각한 임상적 문제에 직면한다”며 “VERITAC-2의 데이터는 종양에 ESR1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에서 풀베스트란트 대비 질병 진행 없이 추가적인 시간을 제공할 수 있는 벱데제스트란트의 잠재력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아비나스의 존 휴스턴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PROTAC 분해제에 대한 첫 번째 임상 3상 데이터 판독은 중요한 성과다. 이러한 데이터는 벱데제스트란트가 종양에 에스트로겐 수용체 1 돌연변이가 있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와 연구자에게 감사드리며 2025년 학회에서 임상 데이터를 발표하고 보건당국과도 공유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화이자와 아비나스는 2021년에 PROTAC 단백질 분해제의 공동 개발 및 공동 상업화를 위한 글로벌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임상시험 결과로 인해 벱데제스트란트가 광범위한 환자 집단을 대상으로 승인될 가능성이 낮아짐에 따라 향후 시장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임상시험 결과 발표 이후 아비나스의 주가는 50%가량 급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