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영준 교수
폐렴구균 백신 커버리지, 넓힐 수 있으면 넓혀야
[의약뉴스]
추가 예방 효과 제공할 수 있는 백신,
국가 필수예방접종(NIP)으로 보장해야
프리베나7으로 시작된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의 역사가 20년째로 접어들면서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에 포함된 혈청형의 가짓수도 20개를 넘어서고 있다.
단백접합백신 도입 이후 지난 20여 년간 폐렴구균으로 인한 침습적 질병은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혈청형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 부담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 2022년 국내 연구팀이 Nature scientific report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4년 9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 가운데 3분의 2에 이르는 66%가 비(非)백신(nonvaccine type, NVT), 즉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혈청형의 폐렴구균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비백신 혈청형 중에서는 10A로 인한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이 12.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23A와 34가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화이자는 기존 13가 백신(프리베나13)에 7개 혈청형을 추가, 20가 단백접합 폐렴구균 백신 프리베나20을 출시했다.
현재까지 국내에 소개된 단백접합 폐렴구균 백신 가운데 커버리지가 가장 넓을 뿐 아니라, 비백신 혈청형 가운데 질병 부담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됐던 10A도 포함하고 있어 폐렴구균으로 인한 침습적 질병의 추가 예방에 기여할 것이란 평가다.
이와 관련, 의약뉴스는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영준 교수를 만나 폐렴구균으로 인한 질병 부담과 프리베나20을 중심으로 혈청형이 추가된 새로운 백신의 필요성을 조명했다.
◇폐렴구균, 백신 도입으로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유행 중
폐렴구균에 의한 감염은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특히 소아에서는 감염 관련 사망례 중 약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다섯 가지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그나마 국내에서는 영유아 대상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 국가예방접종사업이 시작되면서 소아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비백신 혈청형 폐렴구균으로 인한 질병부담이 여전한 가운데, 코로나19 대유행이 마무된 후 다양한 감염성 질환이 늘어나고 있어 보다 커버리지가 넓은 백신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최영준 교수는 최근 감염성 질환이 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감염병은 계절에 따라 유행하기도 하지만 3~5년 주기로 유행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지난 3년간은 면역이 떨어진 인구가 누적되고 사람간 접촉이 늘더라도 충분히 예측이 됐기 때문에 소아와 성인 모두 코로나를 포함한 감염병이 유행하지는 않았지만, 최근에는 2~3년간 잠잠했던 감염병들이 한 번에 터지면서 면역력이 취약했던 인구가 호흡기 질환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폐렴구균은 백신을 도입하고 시간이 꽤 흘렀기 때문에 전체적인 절대값(감염사례)은 20년 전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두 가지 요인으로 인해 여전히 유행하고 있다”면서 “첫째는 기존 백신이 대응할 수 없는 혈청형에 의한 폐렴구균이 증가하는 경우이고, 둘째는 다른 호흡기 감염병과 함께 폐렴구균이 자연발생적으로 증가하는 경우로, 이는 동시감염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또한 “호흡기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상재균으로 남아있을 수 있다”면서 “폐렴구균은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아이들 목 안에 남아 있는데, 그 균이 전파되고 실제로 감염을 일으켜 폐렴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우리 몸은 균으로 덮여 있어서 피부나 장은 물론 코 뒤쪽에도 상재균이 많이 존재한다”면서 “3세 미만 아이들의 경우 겨울철에 보균율이 50~60%까지 오르기도 하는데, 성장할수록 폐렴구균을 보균하거나 감염됐던 경험이 쌓이면서 면역력이 증가해 보균율이 감소하지만,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상재균이 지역사회, 특히 고령층에 폐렴구균을 전파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부연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폐렴구균을 침습성 감염에 한해 국가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중증 폐렴, 뇌수막염, 패혈증 등의 중증 감염은 정보 수집이 용이하지만, 중이염, 부비동염과 같은 경증 질환은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실제 감염 사례가 늘었는지 줄었는지 확실히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한계를 분명히 했다.
구체적으로 “폐렴구균 감염의 절대치를 전수조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절대적인 수가 줄었다는 것은 사실상 추론에 불과하다”면서 “1980~90년대까지는 폐렴구균 발견 비중이 가장 높았지만 현재는 백신으로 예방하지 못하는 황색포도알균, 사슬알균(연쇄상구균) 등에게 추월당해 상대적으로 감염이 줄었다고 추론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폐렴구균 환자들은 많다”고 강조했다.
또한 “주변에 폐렴구균 환자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폐렴구균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세균을 멸종시킨 것이 아니라 백신으로 억제시켜 발병률이 성인의 경우 10만명 당 1명으로 크게 줄어든 것일 뿐, 백신 접종을 중단할 경우 폐렴구균 감염이 폭증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실례로 그는 “영국, 스웨덴 등에서 백신을 바꿨을 때 폐렴구균이 다시 유행한 사례가 있었다”면서 “따라서 백신 접종을 계속해야 하고, 커버리지를 넓힐 수 있으면 넓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폐렴구균에 의한 소아 뇌수막염 부담 여전, 혈청형 커버리지 넓혀야
폐렴구균은 소아 세균성 폐렴, 뇌수막염, 패혈증의 주요 원인으로, 이 가운데 수막염의 경우 치사율이 약 10%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생존하더라도 난청, 실명, 지적 장애, 뇌전증, 마비 등의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어 예방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백접합백신이 개발되기 전에는 소아에서 예방 효과가 제한적인 다당질백신만 존재해 폐렴구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약 20년 전 최초의 단백접합 폐렴구균 백신 프리베나7이 개발돼 소아에서 폐렴구균 백신 접종이 시작됐고, 이후 프리베나13까지 혈청형이 확대되면서 폐렴구균으로 인한 수막염은 크게 줄어들었다.
최영준 교수는 “열이 나고 경기를 하거나 의식이 저하되는 아이들은 뇌수막염을 염두에 두고 뇌척수검사를 받게 한다”면서 “검사 결과를 보면 과거에는 5세 미만 소아는 폐렴구균이, 10대 청소년은 수막구균 비중이 가장 높았는데, 폐렴구균의 절대적인 수 자체가 많았기 때문에 소아 환자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감염사례가 많이 감소해 코로나 팬데믹 직전 5년간은 5세 미만 소아 폐렴구균 감염 환자가 연간 10~15명 정도로 줄어들었다”면서 “그 중 3분의 1 정도가 뇌수막염, 중추신경계 감염 등 중증 질환으로 분류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폐렴구균 예방백신의 예방 효과와 뇌수막염의 질병 부담을 고려하면, 이 정도의 발생률도 결코 적은 수치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는 “연간 10~15명도 많은 수치”라며 “폐렴구균 백신은 예방 효과가 매우 좋은 편으로, 커버리지에 포함되는 혈청형에 대해서는 95% 이상 예방이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폐렴구균은 단일 균종이 아니라 90여개의 균종이 있어서, 기존 7가 백신은 이 가운데 발병 사례의 70%를 차지하는 혈청형 7개에 대해서는 강력한 예방 효과를 보였으나 그 외 혈청형, 즉 비백신 유형에 대한 감염이 풍선 효과처럼 급증했다”면서 “그래서 소아과 의사들이 비백신 유형에 대응하도록 혈청형 커버리지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무엇보다 그는 “폐렴구균 질환 자체는 희귀병 수준으로 발병 건수가 많이 줄었지만 아이들이 폐렴구균에 감염되면 중환자로 취급된다”면서 “이 아이들을 폐렴구균으로부터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혈청형 커버리지가 확대된 백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2014~2019년 사이 국내 폐렴구균 소아 환자들이 감염된 혈청형 자료를 보면 현재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혈청형이 20가 단백접합백신에 가장 많이 포함돼 있다”면서 “기존 백신에 비해 추가적인 예방 효과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국가 필수 예방접종 차원에서 보장을 해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나마 소아는 국가필수예방접종을 통해 사망례가 크게 줄었지만, 성인에서는 여전히 폐렴구균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에 미국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에서는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물론,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을 접종하지 않았거나 예방접종 내역이 알려지지 않은 19~64세 성인에게도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백신의 커버리지를 고려, 20가나 21가 단백접합 백신은 단독으로, 15가 백신은 23가 다당류 백신과의 순차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최 교수는 “성인은 여전히 폐렴으로 인해 사망하는 비율이 암, 심장질환에 이어 3번째로 높다”면서 “20년간 백신을 접종하면서 소아 사망은 크게 줄었지만 성인은 아직 사망자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국에서는 소아가 백신을 접종하면 그 지역의 성인들까지 예방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실제 환자 수 추이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소아 백신 접종 전에 성인 발병률이 더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현재 성인을 대상으로 투여하는 폐렴구균 백신은 단백접합백신이 아닌 다당질 백신으로, 다당질 백신은 점막 면역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져 폐렴에 대한 예방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고, 패혈증 등 침습성 감염에 대해서는 효과가 더 낮은 것이 실상”이라며 “이런 한계를 반영해 미국에서는 다당질 백신보다 단백접합백신을 추천하고 있으며, 소아용 백신으로 쓰였던 단백접합백신이 성인용으로도 많이 쓰이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프리베나7의 유산, 프리베나20에 긍정적으로 작용
프리베나20의 등장으로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의 커버리지가 대폭 확대됐지만, 기존 백신을 더 신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백신 임상연구의 한계로 새로운 백신의 허가는 실제 예방효과가 아니라 대리지표인 면역원성을 근거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미 임상 연구 단계를 넘어 실사용(Real-World) 데이터까지 충분하게 갖춘 기존 백신을 더 신뢰한다는 것.
프리베나20 역시 같은 틀에서 허가를 받았으나, 2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프리베나7과 프리베나13의 실사용 데이터가 프리베나20에 신뢰를 더하고 있다.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 개발된 만큼, 접종 오류나 백신간 상호작용은 물론 유통 과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수에 대한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최영준 교수는 “7가 단백접합백신 이외의 모든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들은 개량 백신”이라며 “이로 인해 백신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현장 연구(Field study)가 불가능하다”고 전제했다.
그 이유로 “특정 지역에 대해 일정 기간 임의로 백신 접종을 중단할 수 없기 때문으로, 이에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백신 효과를 평가한다”면서 “첫째는 면역원성에 대한 비열등성 시험이고 둘째는 백신 허가 이후의 실사용 데이터(Real-World Data) 관찰”이라고 설명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폐렴구균 백신은 면역글로불린 G(IgG) 농도 0.35㎍/mL 이상을 면역원성 기준으로 삼는다”면서 “다만, 이 면역원성 평가 기준(CoP)이 면역대리표지자의 역할을 100% 수행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면역원성을 중심에 두고 데이터를 계속 추적 관찰하는 것이 실사용 데이터로, 두 평가 방법은 용도가 다르며, 둘 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7가 백신은 1990년대부터 축적한 데이터이기 때문에 신뢰도가 있다”면서 “허가 임상 시험은 매우 이상적인 상황을 가정하고 백신의 성능을 최대치로 계산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 투여했을 때 접종오류, 콜드체인, 다른 백신과의 혼용 부작용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실제 현실 세계에서 백신이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관찰한 25~30년간의 경험은 분명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5세 미만 소아ㆍ65세 이상 노인ㆍ면역저하자 접종 권고
커버리지가 한층 넓어진 새로운 백신의 도입으로 폐렴구균 예방백신 선택의 셈법도 다소 복잡해졌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에서는 기존 단백접합 백신의 좁은 커버리지의 한계와 다당질 백신의 낮은 예방 효과를 극복하기 위해 두 가지 백신을 순차적으로 접종하도록 했으나, 다당질 백신 못지않게 단백접합 백신의 커버리지가 넓어져 일부 국가에서는 20, 21가 단백접합백신 하나로 선택을 좁히고 있다.
다만, 최영준 교수는 여전히 다당질 백신에만 포함되어 있는 혈청형이 있는 만큼, 이 같은 전략적 변화에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그는 “실제로 20가 단백접합백신으로 성인 접종을 대체하는 국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다만, 23가 다당질백신을 쉽게 버리진 못하는 건 사실”이라고 전제했다.
그 이유로 “국가마다 혈청형 분포가 다르고, 한 국가 내에서도 소아와 성인의 혈청형 분포가 다르다”면서 “20가 단백접합백신이 대응하지 못하는 혈청형 중 23가 백신이 예방효과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23가 다당질백신이 완전히 무용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소아에게도 예외적으로 다당질백신을 투여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예를 들어 신증후군 소아 환자는 콩팥으로 단백질이 다 빠져나가기 때문에 침습성 페렴구균에 대한 추가적인 보호를 제공하는 23가 백신을 투여한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최 교수는 5세 미만 소아와 65세 노인은 물론, 감염에 취약한 성인들도 폐렴구균 예방백신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폐렴구균 감염 위험 나이를 지나면 굳이 접종할 필요는 없다”면서 “원하면 접종해도 되지만 일반적으로 권고하지는 않는다”고 전제했다.
다만 “5세 미만의 소아, 65세 이상 노인들에게는 백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백신 미접종 시 감염률도 높고, 질환으로 발전할 부담이 가장 큰 두 연령군이기 때문에 백신 접종이 보편적으로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항암 치료 중인 암 환자, 후천성 면역결핍증(HIV) 환자 등도 위험군에 해당하므로 접종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