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투석환자 늘어났지만, 복막투석은 감소 중
1인 노인가구서 자가관리 어려워 혈액투석 선호...신장학회, 복막투석 활성화 방안 마련해야
[의약뉴스] 우리나라도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신장(콩팥)이 망가져 신부전으로 투석까지 받는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고령 투석환자들이 집에서 자가관리가 가능한 복막투석을 선호하지 않고, 의료진마저도 손해를 보면서 해야 하는 구조라 활성화가 되지 못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실제 국내 말기콩팥병 환자는 2010년 5만 8860명에서 2023년 13만 7705명으로 2.3배 증가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신부전 환자들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투석치료를 받아야 한다. 대표적인 방식으로는 병ㆍ의원에서 의료진이 시행하는 혈액투석과 환자가 집에서 직접 시행하는 복막투석이 있다.
과거에는 병ㆍ의원을 자주 방문하기 부담스러운 환자의 경우 집에서 자가 관리가 가능한 복막투석을 선호했지만, 최근 대부분 환자들은 의료진이 관리해주는 혈액투석을 선택하고 있다.
실제로 20여년 전 투석환자 중 복막투석은 30%에 달했으나 최근 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의료계 일각에서 복막투석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의료진 교육과 정책적 지원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복막투석은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하고, 혈관 손상이 적어 신장 기능이 잔존하는 초기 단계에서 효과적인 투석 방법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대한신장학회(이사장 박형천)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간담회를 열고 재택의료 시대 말기콩팥병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복막투석 활성화 방안 마련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박형천 이사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 고령화와 당뇨, 고혈압 등 대사증후군의 증가로 말기콩팥병 증가율이 세계 1위”라며 “특히 만성콩팥병 환자들의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말기콩팥병으로 넘어가는데 5년, 10년, 15년 등 투병 생활을 하게 되면 경제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질환은 물론 사회경제적으로도 이중고를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말기콩팥병 환자는 10만명 정도로 10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고 총진료비는 2021년 기준 2조 1647억원으로, 환자수는 전체 인구에 비하면 굉장히 작지만 건강보험 재정 7~8% 가량을 쓰고 있는 실정”이라며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지금 막지 못하면 10년 후에는 4조~5조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박 이사장은 의료비 급증 문제의 심각성과 의료자원 고갈의 위험성을 고려할 때 경제적 효율성과 환자의 삶의 질과 예후 개선을 동시에 고려한 신대체요법은 재택의료의 한 축인 복막투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복막투석은 최근 혈액투석 대비 초기사망위험도가 낮고, 신이식 후 치료결과가 더 양호하여 환자의 의료적 예후를 개선할 뿐만 아니라, 환자가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을 유지할 수 있어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의 복막투석 환경은 손해를 보면서 해야 하는 구조라 활성화가 되지 못하고 있다”며 “복막투석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행위수가를 신설하고 의료기관들이 복막투석 교육 시설을 설치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하는 한편, 환자와 보호자를 전문적으로 케어할 수 있는 전담 인력이 양성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의료계 일각에선 병ㆍ의원이 수익적 측면에서 혈액투석을 유도해 복막투석이 줄었다는 의견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선 반론도 만만치 않은 게, 환자들도 복막투석에 대한 이점을 알고 있지만, 핵가족화에 따른 노인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자가 관리에 대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것,
즉, 집에서 스스로 장비 등을 관리하는 불편함보다는 접근성이 좋아진 병ㆍ의원에 방문해 편리하고 보다 안전ㆍ안심한 치료를 원하는 환자가 늘어난 것이 복막투석이 급격하게 줄어든 이유라는 지적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복막투석은 환자가 스스로 투석액을 교환해야 하고 감염 위험도 높아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고령 환자들은 자가 관리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이유로 의료진이 직접 치료하는 혈액투석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복막투석은 배에 삽입한 도관(카테터)을 통해 투석액을 교환하는 방식이어서 복막염(감염) 위험이 크지만, 혈액투석은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시행되므로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
인공신장실을 운영 중인 한 원장은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이 각각의 장단점을 가진 만큼 환자의 상태에 맞는 투석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의료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환자들이 복막투석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마치 병ㆍ의원들이 수익적 이득을 위해 혈액투석으로 유도하는 것처럼 폄훼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