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코리아 패싱으로 수면장애 치료 어려워”
대한수면연구학회 토로..."한국인 평균 수면 시간, OECD 평균보다 18% 부족"
[의약뉴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6명이 수면 문제를 경험하고 있지만 수면장애 치료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와 이목이 쏠린다.
글로벌 제약사의 코리아 패싱으로 일부 치료제는 국내 공급이 중단됐으며, 기존 치료제조차 높은 비용으로 인해 충분한 치료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토로다.
대한수면연구학회(회장 신원철, 경희대 신경과)는 4일 서울 올림픽 파크텔에서 2025 세계 수면의 날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은 현대인의 수면 부족이 건강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한국인의 수면실태 및 국내 수면장애 치료 현황을 공유하고자 마련했다.
신원철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수면문제는 비교적 쉽게 진단할 수 있고 관리 및 치료가 가능하며, 평소에 적절히 관리하면 다양한 심각한 질환을 예방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며 “그러나 방치할 경우 개인의 건강에 치명적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손실이 상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국가적 차원에서 건강을 관리하는데 수면을 항상 포함하고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며 “학회는 국민의 수면 건강을 위해 선도적,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 회장의 개회사에 이어 김혜윤 홍보이사(가톨릭관동대 신경과)가 '2024 한국인의 수면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글로벌 수면 인식 설문조사, 2024 Garmin Connet 데이터, 2024 한국 웰니스 보고서, 2025 이케아 수면 보고서의 자료를 종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58분으로 OECD 평균보다 18% 부족했다.
취침과 기상 시간은 각각 평균 오후 11시 3분과 오전 6시 6분이었고, 수면의 질과 양에 만족하는 비율은 글로벌 평균의 73% 수준이었다.
특히 매일 숙면을 취하는 비율은 7%로 글로벌 평균(13%)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응답자의 60%가 수면 문제를 경험했다.
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와도 일치하는 결과로, 수면장애 및 불면증으로 진료받는 환자가 2010년 약 27만 8000명에서 최근 67만 8000명으로 약 140% 증가했다는 것이 김 이사의 설명이다.
수면 부족과 장애의 양상은 성별, 연령별로 차이를 보였는데, 남성은 수면 시간 부족을, 여성은 수면장애를 더 많이 호소했고, 젊은 층은 수면부족, 고령층은 수면장애를 더 많이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숙면을 방해하는 요인은 ▲심리적인 스트레스(62.5%) ▲신체적 피로(49.8%) ▲불완전한 신진대사(29.7%) ▲층간 혹은 외부 소음(19.4%) ▲신체적 통증(19.2%) 등으로 나타났으며,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개인적인 불안(35%) ▲불면증(32%) ▲호흡곤란(15%) ▲비만도 15%) 등이 지목됐다.
이처럼 수면장애 및 불면증 환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김혜윤 이사는 “응답자의 64%가 수면문제와 관련해 의료진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고, 전문의 상담은 25%로 글로벌 평균은 절반 수준이었다”며 “수면 교육 및 인식 개선과 함께 전문가 상담 접근성 향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건강한 수면은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며 “개인과 사회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전진선 홍보이사는 '대한민국 수면장애 치료의 현주소'라는 발제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의 코리아 패싱과 보험제도의 사각지대를 지적했다.
먼저 전 이사는 불면증, 하지불안증후군, 기면병, 림수면행동장애 등 다양한 수면질환에서 최신 치료제가 도입되지 않거나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 이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의 약 20~30%가 만성적으로 경험하는 불면증의 경우, 주로 벤조디아제핀 및 비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수면제를 사용하지만, 이들은 의존성, 기억력 저하, 주간 졸음 등 부작용으로 장기간 사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최근 주목받는 DORA(Dual Orexin Receptor Antagonist) 계열은 의존성이 적고 정상적인 수면 구조를 회복시킨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치료제로 평가받고 있다.
실례로 지난 2019년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렘보렉산트은 단ㆍ장기 치료 모두 비교적 우수한 효능과 안전성을 보여, 기존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의 단점을 일부 보완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국내에선 허가 및 보험 적용이 이뤄지지 않아 환자들은 기존 치료 옵션에 의존해야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불안증후군의 경우, 장기 사용 시 알파 2 델타리간드 제제인 프레가발린과 가바펜틴을 1차 치료제로 권장하고 있지만,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으며, 기면병 치료제 중 하나인 와킥스는 지난해 9월 16일부로 국내 공급이 중단된 가운데 대체할 동일 성분 약물도 없어 치료 공백을 겪고 있다.
렘수면행동장애의 치료에는 클로나제팜과 멜라토닌이 주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중 클로나제팜은 고령 환자에서 낙상, 인지기능 저하 등 부작용 위험이 높아 멜라토닌 제제 사용이 권장되고 있지만, 멜라토닌 제제는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높은 비용으로 환자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전진선 이사는 “국내 수면장애 치료를 위한 보험 적용은 제한적이고, 환자들은 필수적인 치료를 받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글로벌 제약사의 코리아 패싱 현상으로 인해 일부 치료제는 국내에서 공급 중단되거나, 기존 치료제조차 높은 비용으로 인해 환자들이 충분한 치료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가 치료제에 대한 보험 적용을 확대하고 환자들이 치료를 중단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수면장애 치료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신약 접근성 확대와 보험 급여 확대가 시급하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