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학회 "약가참조국된 우리나라, 뇌전증 신약 코리아패싱"
서울의대 김재림 교수 “미출시된 약제들, 적극 도입해야”
[의약뉴스] 선진국 반열에 든 우리나라가 약가참조국이 되면서 일부 뇌전증 신약의 도입이 늦어지는 코리아패싱이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뇌전증학회는 10일 세계뇌전증의 날을 기념해 삼성서울병원 중강당에서 심포지움형식의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뇌전증은 뇌신경세포의 과도한 전기적 방전으로 인해 갑자기 경련, 의식 소실 등 다양한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만성질환이다. 현재 뇌전증 환자는 남녀불문 증가하는 추세이며, 특히 고령층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서울의대 신경과 김재림 교수는 뇌전증 환자의 치료 및 최근 현안을 공유했다.
김 교수는 “뇌전증 환자의 약 2/3에서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발작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그 중 일부는 완치될 수 있다”며 “다만, 3분의 1은 약물난치성 뇌전증을 앓고 있는데, 이는 적절한 두 가지 이상의 항경련제를 충분한 용량으로 복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작조절이 안되는 뇌전증을 말한다”고 밝혔다.
이어 “약물난치성 뇌전증 환자에게 많은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대부분 환자들은 약물을 통해 뇌전증 조절이 되지만 약물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은 약을 추가하거나, 수술이나 식이요법 등의 다른 치료를 병행하고, 기본적으로 생활 관리가 돼야한다”고 전했다.
약물난치성 환자들은 발작의 종류에 따라 뇌수술, 케톤식이요법, 카카나비노이드, 미주신경자극술 등 다양한 치료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항경련제는 여러 기전을 통해 뇌의 전기신호를 조절하는데, 흥분을 감소시키고 억제를 늘리는 기전으로 작동한다”며 “초반에는 약이 드물게 개발됐지만, 현재 점차 많은 약들이 개발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신약을 선호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고령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신약은 기존에 복용하고 있는 약물에 대한 상호작용이 적기 때문이라는 것.
뿐만 아니라 기존에 사용한 약물에 반응이 없는 뇌전증 환자의 경우 신약으로 치료하는 것이 큰 효과를 볼 수 있어 새로운 옵션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Cenobamate(엑스코프리), Brivaracetam(브리비액트), Fenfluramine(핀테플라) 등 우리나라에 출시되지 않은 뇌전증 신약들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김 교수는 일부 신약 도입이 늦어지는 코리아 패싱 현상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아시아에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면서 우리나라에 공급되는 약제가 다른 나라에 공급할 때의 약가에 참고가 되는 약조참조국이 됐다”며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의약품 최저가 정책을 펼치고 있고, 회사와 타협되지 않는 경우 도입이 지연되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뇌전증학회 및 뇌전증협증에서 정부에 공문을 보내는 등 해결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적극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김 교수는 “뇌전증 환자에 맞는 약물치료, 수술, 식이요법 등 여러 치료방안을 적용하고, 생활관리는 필수 병행해야한다”면서 “미출시된 약제들의 적극적인 도입이 필요하며, 약제들이 도입되면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세계 뇌전증의 날은 뇌전증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리고 부정적 인식을 개선해 전 환자의 권익신장을 도모하고자 지난 2015년 국제전증협회(IBE)와 국제뇌전증퇴치 (ILAE)가 매년 2월 두 번째 월요일로 제정한 기념일이다.
올해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130여개 국가에서 공동으로 세계 뇌전증의 날 기념식 행사를 개최하며, 대한뇌전증학회의 슬로건은 '뇌전증 편견을 넘어서 함께하는 세상으로'다.
3월 26일은 퍼플데이로 역시 뇌전증의 인지도를 올리고자 지정된 날로 뇌전증 환우 및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ㆍ그림 공모전을 시행하여 수상자를 시상할 예정이다.
또한 뇌전증의 사회적 인지도를 높이기 오콘의 다양한 캐릭터를 활용하기로 오콘과 협력하기로 했다.
대한뇌전증학회 서대원 이사장은 “뇌전증이 뇌졸중, 치매, 편두통과 함께 흔한 4대 만성뇌질환의 하나로 어느 연령에도 발생할 수 있고 최근 고령연령 증가로 더 늪은 연령별 발생률을 보이는 질환”이라며 “뇌전증 환우가 안전하게 살기 위해서는 약물과 수술의 적절한 치료 외에도 사회에서의 뇌전증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