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의대 증원에 가려진 의료현안에 우려 심화
문신사법ㆍ대체조제 활성화 논란...의협에 단절된 대국회ㆍ대정부 라인 회복 및 법안 저지 요구
[의약뉴스]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이어져 온 의과대학 정원 확대 논란으로 정작 의료현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현안들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대한의사협회장 탄핵과 올해 신임 회장의 선출까지 의료계가 내부적으로 혼란을 겪으면서 대정부, 대국회 업무에 공백이 컸다는 지적이다.
이에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협이 의대 정원 증원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다른 현안에 대해서도 대정부, 대국회 업무 역량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대체조제의 명칭을 동일성분조제로 변경하고, 사후통보 대상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추가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계속심사하기로 결정했다.
이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대체조제 사후통보와 관련한 약사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황이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의사가 특정 약품을 처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약사가 이를 변경할 수 있다면, 의사의 처방권과 진료 자율성이 제한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대체조제로 인해 환자에게 부작용이나 예상치 못한 결과가 발생할 경우, 책임의 소지가 불명확해질 수 있으며, 약사가 변경한 약품을 복용한 후 효과가 다르거나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의사의 처방에 대한 신뢰도 저하할 수 있다는 것.
이와 관련, 대한내과의사회(회장 이정용)는 “같은 성분의 약이라도 투약 횟수, 용량, 기간 등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조절해야 한다”며 “만약 약사가 임의로 대체조제를 시행하면 약화사고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는 책임 있는 자세로 국민 건강과 안전을 외면하지 말고, 근본적인 의약품 공급 안정 대책을 수립하라”며 “만약 의약품 공급 안정 대책 수립이 어렵다면 오히려 20년 넘게 운영되고 있는 현 의약분업 제도를 전면적으로 재평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더해 비의료인에 문신시술을 허용하는 문신사법까지 국회 복지위 법안소위 안건으로 상정돼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의사면허가 있어야 문신 시술이 가능하지만 문신업 종사자들의 강한 요구로 수년째 입법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의협과 머리를 맞대고 의대증원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고 약속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주민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문신사법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문신사법에 공감하고 있어 의료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국민의힘 간사인 김미애 의원은 법안소위에서 문신사법 합법화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에서도 문신사법 관련법 종합안과 별개로 비의료인의 문신합법화 관련 제도의 방향성을 일정부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은 “문신은 감염ㆍ면역질환ㆍ알레르기 및 쇼크ㆍ발적ㆍ통증ㆍ과민반응ㆍ이물반응ㆍ중금속의 체내 축적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MRI 영상의 부정확성 유발, 마취 연고로 인한 호흡곤란 발생 등 일반인이 예상하기 어려운 부작용 발생 가능성까지 수반하고 있다”면서 “영상의학 검사결과 판독을 방해, 유방암 등의 조기 진단을 방해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 만큼 피부 건강의 훼손을 넘어 인체에 위해가 되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이외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이나 병원 마약류 관리강화법안,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사로 입영해야 하는 의무장교 선발시기를 임의로 변경하는 국방부의 훈령 개정안 등 의료계와 관련한 다양한 법안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의료계 내에선 의협이 전략적인 대응을 통해 법안 저지와 수정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사들이 의대증원 반대에만 집중하는 사이 실제 진료환경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법안들이 줄줄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의대증원도 중요하지만 현실적 법안 대응도 조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대 정원 증원 문제로 정부와 대화가 단절됐고, 탄핵과 새 회장 선출이라는 혼란을 겪은 의협의 급선무는 대정부, 대국회 라인 소통 채널을 살리는 것”이라며 “그간 단절된 라인 회복과 의사회원들의 걱정을 종식시키기 위해 구체적 계획과 안심할 수 있는 메시지 전달도 필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