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연 “실손보험 개선, 비급여 관리ㆍ통제는 해법 아니다”

"의료공급자ㆍ이용자 위한 정책 부족"..."방향 재설정 해야"

2025-02-01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정부가 최근 비급여 관리 방안의 하나로 실손의료보험 개선방안을 발표했지만, 근본적인 개선책은 아니라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료공급자나 의료이용자를 위한 정책이 부족해,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원장 안덕선)은 최근 '실손의료보험 현황과 개선연구'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2월 말 기준 전체 실손보험 보유계약 건수는 약 3579만 건으로, 이 가운데 2세대 보험계약 비율(45.3%, 1621만 건)이 가장 높았다. 

연령별로는 고령일수록 가입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양상을 보여 70대는 26.5%, 80세 이상은 1.1%로 매우 낮았다.

실손보험 청구 건수는 2023년 약 1억 6614만 건, 지급 금액은 약 14조 원으로, 이 가운데 비급여 보험 지급금이 약 8조로 56.9%를 차지했다.

비급여 실손 보험 지급금이 가장 많았던 항목은 비급여 주사료, 근골격계 질환 치료(도수치료 등)였다. 

실손보험 부지급 건수는 2023년 기준 7만 563건으로, 총액은 215억 원이었다.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는데 2024년 기준 126.1%에 달했으며, 3세대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이 156.3%로 가장 높았다. 

이 가운데 정부는 지난해 실손의료보험 개선방안을 포함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료개혁 실행방안은 발표했다.

보험가입자와 의료공급자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과잉 의료이용을 지적하며 비급여 관리 및 통제를 요구한 민간보험사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것이 연구팀의 평가다.

연구팀은 “비급여는 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해 의학적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고, 비용효과성과 같은 재정적 이유 등으로 급여, 즉 공보험의 보장항목에 들어오지 못한 의료서비스”라며 “미래 의료를 책임질 신의료기술이므로 의학적 안전성과 유효성이 없는 비과학적인 의료로 치부되어서는 안 되는 정당한 의료의 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와 보험사는 비급여를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의료행위로 사회적 인식을 몰아가면서 종국에는 없어져야 할 것으로 폄훼하고 있다”며 “보험가입자와 의료공급자를 통제하는 방안들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연구팀은 실손의료보험에 대한 의사 대상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813명중 66.2%가 실손의료보험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고, 59.3%가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실손의료보험의 건강보험 재정 악화 영향 여부에 대해 55.8%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실손의료보험 가입 여부를 환자에게 질문한 경험 여부에 대해 53.5%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고, 반대로 환자로부터 실손의료보험 보장 가능 여부에 대해 질문 받은 경험에 대해서는 87.9%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환자로부터 실손의료보험 보장이 가능한 진단서 발급 요구 경험에 대해 79.1%가 그렇다고라, 응답한 629명 중 49.6%가 환자가 요구한 대로 써주었다고 답변했다.

실손의료보험 가입 환자 진료 시 겪는 어려움으로는 36.3%가 실손의료보험 청구 가능한 진단서 요구, 25.4%가 실손의료보험 청구 가능한 진료 요구라고 응답했고, 실손의료보험 관련 환자와의 갈등 경험 여부도 58.2%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보험사의 진단서에 대한 소명 공문 혹은 합의 요청 경험 여부에 대해서 62.7%가 그렇다고 응답했고, 응답자 294명 중 68.0%가 진료기록을 더 자세히 써서 보냈다고, 그렇게 대응한 이유로 41.2%가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의사입장에서 실손의료보험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20.1%가 민간 보험사의 진료권 침해가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답했고 14.8%가 환자의 요구로 인한 진료권 침해라고 응답했다.

지난해 8월 발표된 의료개혁 실행방안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항목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실손보험 개선방안에 대해서는 30.4%가 의사의 진료권 침해 상황에 대한 민원 금지 등 진료환경 개선, 23.0%가 실손의료보험 관련 비급여 항목의 기준(가이드라인) 명확화라고 응답했다. 

비윤리적 의료행위를 하는 의사에 대한 규제 필요성에 대해 76.0%가 필요하다고 했고, 규제 방식으로는 59.8%가 의사단체의 자율규제라고 답변했다.

이에 연구팀은 의료보험의 문제점을 ▲제도적 문제점 ▲정책적 문제점 ▲의료공급자 입장에서의 문제점 ▲보험가입자 입장에서의 문제점 등 4가지로 나눠 도출했다.

연구팀은 “제도적 문제점으로는 제도 도입 목적에 반하는 잘못된 제도 정착과 정부 관리 미흡, 보험상품의 구조적 설계 문제, 신뢰하기 어려운 손해율 문제, 비급여 진료에 대한 인식 왜곡, 도덕적 해이 유발 컨설팅 업체 문제 등이 있다”며 “정책적 문제점으로는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의 과잉진료에 대한 의사에게 책임 전가, 의사단체 배제 및 비급여 관리 및 통제 정책의 법적 타당성 결여 등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의료공급자 입장에서 문제점으로 의사의 진료권 침해 문제, 상대적 박탈감과 사회적 이미지 실추, 의료기관 운영 환경 악화로 인한 일차 의료기관 붕괴 문제 등이 있다”며 “보험가입자 입장에서는 실손보험 상품에 대한 설명부족 및 과잉 가입 유도, 보험사의 손해율을 보험가입자에 전가, 보험금 지급 거절 및 지급 금액 축소,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비급여 항목 급여 전환 후 발생한 이익에 대한 미환급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 실손의료보험 정책 변화 주요 내용.

이에 더해 연구팀은 실손의료보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개선방안으로 ▲제도 및 정책적 측면 ▲의료공급자 측면 ▲의료이용자 측면에서의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연구팀은 “공사보험의 역할 및 관계 정립을 위한 정책 방향을 재설정하고, 실손의료보험에 대한 당사자들의 역할 분담과 관리 기전을 개선하는 한편, 실손보험 제도 변화에 따른 관리 기전이 마련돼야 한다”며 “비급여 항목 진료에 대한 의사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보험사와 가입자로부터의 의사의 진료권 침해 방지 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밝혔다.

또한 “의료인 보호를 위한 자율 규제 시스템과 비급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한다”며 “의료이용자들을 위해 상품 개발과 운영을 개선하고, 보험 가입 과정을 개선하면서 관리를 강화해야한다. 보험가입자 피해 구제 시스템을 마련해야한다”고 제안했다.

다른 한편으로 연구팀은 “지금까지 정부가 실손보험 개선을 위해 시행한 정책들을 살펴보면, 의료공급자와 의료이용자를 위한 정책들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며 “제도ㆍ정책적으로 큰 그림에서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개선방안들은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금처럼 일부 문제에만 초점을 맞춰 실손보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문제는 더 악화되고, 그 피해는 보험사, 의사, 보험가입자를 넘어 국가의 의료시스템에 미칠 것”이라며 “거시적으로 실손보험 문제를 들여다보고 제안된 개선방안에 대한 시행 로드맵을 마련,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간과해선 안 되는 것은 실손보험은 사적 계약이기에 원칙적으로 의료서비스 이용자와 공급자를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방법인 비급여 통제ㆍ관리는 잘못됐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공공부분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신중하게 정책을 계획하고 집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실손의료보험은 의료와 관련된 것이기에 실손보험과 관련된 정책의 의사결정 프로세스에서 의료공급자와의 긴밀한 논의 및 협의가 필요하다”며 “공보험과 사보험의 역할 분리 및 급여에 대한 저수가 문제를 해결, 비급여로 인한 실손의료보험이 공보험의 역할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