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환자 대상 설명의무, 모든 의료행위에 필요하진 않아"

이재경 교수, 의료법학지 기고..".환자 자기결정권 실현 의심될 때 동의능력 판단 요구" 

2025-01-31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최근 미성년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내려져 의료현장에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재경 교수는 친권자에 대한 설명이 환자의 자기결정권 실현에 의심될 경우에 미성년환자의 동의능력을 판단해 설명해야 한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 교수는 최근 대한의료법학회에서 발간한 의료법학지에 '미성년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의사의 설명의무'라는 제하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 최근 미성년자에 대한 설명의무가 필요하다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친권자에 대한 설명이 환자의 자기결정권 실현에 의심될 경우, 미성년환자의 동의능력을 판단하고 설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앞서 대법원은 미성년자에게도 설명의무가 필요하다고 판결했다. 

지난 2016년 6월경 당시 12세의 미성년자인 A씨는 모 병원에 내원, 뇌 MRI 검사 결과 모야모야병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다. 

이에 A씨는 같은 달 C대학병원에 내원해 모야모야병의 수술적 치료를 받기로 하고 수술에 앞서 뇌혈관 조영술을 시행 받았다.

그러나 의료진은 당시 A씨의 부모인 B씨에게만 조영술에 관해 설명, 시술 동의서에 서명을 받았다.

하지만 A씨는 뇌혈관 조영술이 끝난 후 입술이 실룩거리고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을 보였다.

이에 C대학병원 의료진은 뇌 MRI 검사를 진행했으며, 좌측 중대뇌동맥에 급성 뇌경색 소견을 확인해 중환자실로 옮겨 집중치료를 시행했다.

A씨는 간접 우회로 조성술을 받은 후 퇴원했으나 영구적인 우측 편마비, 언어기능 저하 등 후유장애가 남았다. 

시술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미성년자인 A씨에게 조영술 시행과정이나 시행 후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 설명하더라도 미성년자에 전달되지 않아 의료행위 결정과 시행에서 미성년자의 의사가 배제될 것이 명백한 경우나 미성년자 환자가 의료행위에 대해 적극 거부의사를 보이는 경우처럼 의사는 미성년자 환자에게 의료행위 관해 설명하고 승낙을 받을 필요가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의사는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에 대한 설명만으로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며 “미성년자인 환자에게 직접 의료행위를 설명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에 대해 이 교수는 “대법원 판결은 미성년자에게 동의능력이 인정되면 의료행위에 대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그러면서 미성년자의 자기결정권이 반드시 미성년자 본인에 대한 설명을 전제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확인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이 판결은 모든 의료행위에 앞서 미성년자의 동의능력을 개별적으로 판단하거나, 설명과 동의의 절차를 정하거나, 친권자를 통한 간접설명이 원칙이고 미성년환자에 대한 직접 설명이 예외라는 것을 밝히고 있지 않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판결을 살펴보면, 미성년자에게 동의능력이 인정되면 미성년자는 단독으로 의료행위에 대해 결정할 수 있지만, 미성년자는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상태로 동의능력이 인정되지 않아 친권자를 통해 미성년환자의 복리와 자기결정권을 실현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전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친권자를 통한 결정이 미성년자의 자기결정권 실현에 기여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환자 본인에게 설명하고 환자 본인으로부터 동의를 받아야 한다”면서도 “이때에도 환자 본인에게 동의능력이 인정되지 않으면 환자 본인에 대한 설명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으므로 그러한 설명은 요구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형식적 의미에서 설명의무를 위반했더라도, 그 결과로서 자기결정권이 침해됐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판단을 요구한다”며 “이 판결은 미성년환자의 동의능력을 의료행위에 앞서 환자가 설명의 상대방이 되는지를 판단하는 적극적 요소가 아니라 친권자에 대한 설명으로 미성년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소극적 요소로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교수는 “미성년자는 기본적으로 정신적, 신체적으로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친권을 통해 보호된다”며 “이는 의료침습으로부터 환자의 신체적 법익을 보호하거나 의료행위에 있어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전제했다.

이에 “친권자로부터 설명을 전해 들은 미성년자가 반대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혹은 친권자가 환자의 의사를 배제하거나, 환자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했다는 의심이 들지 않는 한 의사가 미성년자에 대한 모든 의료행위에 있어 환자의 동의능력 유무를 개별적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다라”며 “친권자를 통해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실현되는지 의심이 가는 경우에 환자의 동의능력에 대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친권자에 의해 미성년환자의 결정이 배척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미성년자의 동의능력을 엄격하게 인정해 친권자가 미성년자에 대한 의료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미성년자 보호에 적합하다”고 밝혔다.

또 “현실적으로는 미성년자녀에 대한 의료행위에 대해 설명을 듣고 동의한 친권자가 의료행위 후에 미성년자 본인에게 직접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성년자녀를 대리해 의료소송을 수행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피할 수 있다”며 “이때에도 친권자의 독단적 결정에 기초해 미성년자에 대한 침습적 의료가 행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환자의 자기결정권과는 별개로 침습적 의료에 대한 거부권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