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혼합진료 금지정책 반대"
학술대회 및 정기총회...노인난청 선별검사 위한 청력검사 바우처 지원 제안
[의약뉴스] 이비인후과의사회가 정부에서 발표한 혼합진료 금지정책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편으로는 노화성 난청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조기검진 및 관리 사업을 주문했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회장 김병철)는 19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제26회 학술대회 및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1100명이 사전 등록했으며, 1035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특히 이번에는 사직 전공의들도 초청해 학술대회를 함께했다. 이비인후과의사회 회칙에 따르면 전공의들은 준회원으로 학술대회나 정기총회 참석 대상이 아니지만, 이번에 한해 전공의들도 초대해 학술대회를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학술대회 및 정기총회를 기념해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이비인후과의사회는 혼합진료 금지정책과 노인 난청 선별검사를 위한 청력검사 바우처 지원 사업 등에 대한 입장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2024년) 2월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과잉이 우려되는 비중증 비급여 진료는 혼합진료를 금지하고, 재평가를 통한 퇴출 기전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비인후과의사회는 비급여 진료가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병철 회장은 “혼합진료가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라며 “비급여 진료비의 재원은 국민건강보험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환자가 개인적으로 진료비를 부담하거나 또는 사기업인 보험회사의 보장항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연구자료들 중 비급여 진료의 확대가 전체 의료서비스 이용의 증가 또는 급여항목에 대한 지출 증가로 이어지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유의미한 수치를 통해 설명하는 자료는 없다”며 “비급여 진료비가 국민건강보험재정을 악화시킨다는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찾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오히려 혼합진료 금지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주체는 환자가 아니라 사기업인 보험회사라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비밸브재건술 등과 관련된 비급여진료비 지출은 민간보험사들이 가장 꺼려하는 부분인데, 혼합진료금지 정책은 그 부분을 해결해주기 의한 정책으로 보여진다”며 “실제로 혼합진료 금지를 지지하는 연구자들은 건강보험과 실손보험간 갈등을 촉발하기 때문에 다른 국가처럼 정부가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비급여 항목을 통제해야 한다는 등의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필수의료과 전문의가 전문과목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병ㆍ의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현재 급여수가로는 정상적 운영이 쉽지 않다”며 “그렇기에 비급여 항목을 늘리거나, 도수치료센터, 피부ㆍ성형분야 등 비급여로 구성된 별도 진료과목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혼합진료 금지는 세부 운용 기준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따라서 개원가에 극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정책”이라며 “의사와 환자의 선택권을 상당히 제한할 수도 있고, 비급여 진료 자체에 대한 규제에 박차를 가하게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정부에 노인 난청 선별검사를 위한 청력검사 바우처 지원제도를 제안했다.
의사회에 따르면, 노인성 난청은 노인 인구의 약 30% 정도에서 발견되는 흔한 질환이다.
지난 2019년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5%가 65세 이상으로, 이 가운데 약 30%가 노인성 난청이라고 가정할 때 국내에 약 230만 명 이상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인성 난청의 인구 비율은 65~75세가 25~40%, 75세 이상은 38~70%로 나이가 들면서 많아지고 난청의 정도도 심해진다.
인구구조가 고령화되면서 노인 질환에 대한 사회복지제도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중등고도 난청 이상의 노화성 난청의 경우 일상생활의 장애가 심각한 만큼, 사회적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비인후과의사회의 설명이다.
김병철 회장은 “노인의 청력 장애는 사회 심리 및 정서적 변화를 초래해 노인의 고독감을 유발하고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노인의 청력상실로 인해 초래되는 부적절한 대인 관계 및 상호작용의 저하는 가족이나 사회에서의 고립 및 고독감은 물론 자아존중감을 저하시켜 삶의 질에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의 경우 급속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성 질환에 대한 사회복지가 확대되고 있으며, 의치, 보철, 치매, 안검진 및 개안수술에 대한 사업은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그러나 노화성 난청에 대한 복지사업 및 혜택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현실”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우선적으로 노인 난청 선별검사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바우처 활용의 필요성을 공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바우처 활용을 위한 정책 제언 구체화 및 재정의 크기와 부담자, 서비스 제공자와 제공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정부에 감염병 위기관리 상설협의체 구성을 다시 한번 제안했다. 그 중심에 이비인후과의사회가 참여해야 한다는 것.
김병철 회장은 “정부는 의사의 진료권 보호와 감염병 위기관리 상설협의체 구축에 체계적인 지원과 협력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며 “협의체는 상호 유기적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복되는 감염병 위기 상황에 대한 의사단체와 정부기관 사이의 질병 예방과 선제적 대응을 위한 효율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의료기관간의 협력에 있어서 1차 의료기관, 2차 병원 및 3차 병원간의 역할 분담과 의료전달체계가 유지돼야 하며, 지역의 협의체는 의료전달체계가 유지되도록 최대한 협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지난 코로나19 대유행 상기도감염병 국가재난사태 발생 시, 이비인후과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며 “이비인후과는 감염병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며, 특히 상기도감염병의 게이트키퍼로서 중요할 뿐만 아니라, 호흡기 감염병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국가재난사태가 아니더라도, 최근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마이코플라즈마, 호흡기융합세포바이러스(RSV) 유행 시기에 상기도감염병 치료의 최전선에는 항상 이비인후과가 있었다”며 “이비인후과의사회는 국가 감염병 위기상황에서 정부와 함께 일하는 대표단체로 진료체계 구축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