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지역의사회 출신 의협회장, 당선 이유는?

김택우 회장, 압도적 지지 얻어...박명하 전 회장ㆍ박단 위원장 조력도 큰 몫

2025-01-13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임현택 전 회장의 불신임으로 잠시 혼란에 빠졌던 대한의사협회가 8일, 새 수장을 선출하면서 전열 재정비에 나섰다.

선거권을 가진 회원 절반 이상이 투표에 참여한 제43대 의협회장 선거에서 김택우 회장이 선출됐고, 그를 지지한 회원은 60%를 넘었다.

제43대 의협회장 선거는 기호 1번 김택우 후보, 기호 2번 강희경 후보, 기호 3번 주수호 후보, 기호 4번 이동욱 후보, 기호 5번 최안나 후보 등 총 5명의 후보가 출마해 각축을 벌였다.

1월 2~4일까지 치러진 1차 투표에서 김택우 회장은 8103표(27.66%)를 얻어 1위를 차지했고, 7~8일 진행된 결선투표에서도 1만 7007표(60.38%)를 얻어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 고광송 선관위원장(왼쪽)과 김택우 회장.

결선투표에서 김 회장이 받은 표는 1차 투표의 2배에 달했는데, 함께 결선투표에 오른 주수호 후보와의 표차는 1차 투표에서 437표(1.4%)에 불과했지만, 결선에선 5847표(20.76%)로 크게 벌어지며 말 그대로 압승을 이뤄냈다.

1964년생인 김 회장은 1990년 경상의대를 졸업했으며, 지난해 2월 의대증원 계획 발표로 의정간 갈등이 고조됐을 당시 의협 비대위원장을 맡아 투쟁 선봉에 섰던 인물이다.

춘천시의사회 회장, 강원도의사회 부의장을 거쳐 2021년부터 강원도의사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김택우 회장은 주수호 후보와 더불어 유력한 당선 후보로 분류됐다.  지난해 강원도의사회 회장 연임에 성공했고, 지난해 2월 의대 증원 저지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의 회장까지 역임, 유력한 의협회장 후보군으로 분류됐다.

다만, 지역의대 및 지역의사회장이라는 한계점이 있었고, 지난 2월 비대위원장으로 중앙무대 진출 후 인지도를 얻어 비대위 활동 종료 이후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회장이 됐지만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아 인지도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도 있었다.

이로 인해 이번 결선투표 과정에서 처음부터 김택우 후보의 압도적 승리를 점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지난 한 달 동안 진행된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김 회장이 유독 조용한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타 후보들이 SNS를 통해 연일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선거유세를 펼친 것과 달리 김 회장은 SNS 게시물은 물론 보도자료도 거의 배포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함께 결선투표에 오른 주수호 후보가 탄탄한 확실한 고정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어 주 후보의 당선을 점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결선투표 결과, 회원들의 선택은 김택우 회장에게 집중됐다. 지방의대로는 제41대 이필수 회장(전남의대), 제42대 임현택 회장(충남의대)에 이어 세 번째, 지역 의사회 출신으로는 이필수 회장(전라남도의사회)에 이어 두 번째로 의협회장에 당선된 것.

회원들이 김 회장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스스로 지난 25년 동안 한 번도 회무를 쉰 적이 없다고 자부할 정도로 맡은 직무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크게 어필했다는 평가다.

‘프로 비대위원장’이라고 자평할 정도로 의료계의 중요한 순간마다 구원투수로 나섰는데, 대표적인 예가 2023년 간호법 저지 비상대책위원장과 2024년 의대 정원 저지 비상대책위원장이었다. 

여러 비대위를 맡아 큰 문제 없이 유연하게 이끌며 문제 해결에 나섰고, 특히 의대 정원 저지 비대위를 이끌 당시 정부로부터 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것이 회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김 회장에겐 당선을 도운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는데, 바로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전 회장과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박단 위원장이다.

박 전 회장은 이번 선거운동 기간 내내 김택우 후보와 동행하며 러닝메이트를 자처했는데, 서울시의사회장과 간호법 저지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의료계에 널리 이름을 알린 인사가 김 회장과 함께 다니면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는 평가다.

김 회장도 “박 전 회장은 워낙 회무와 의료 현안에 식견이 깊고 오랫동안 의견을 나누며 콤비 역할을 해왔다”고 말한 바 있다.

박단 위원장의 조력도 김 회장 당선의 원동력 중 하나라는 평가다. 회원에게  젊은 의사를 품었다는 것을 각인시켰다는 분석이다.

김 회장은 의대 정원 저지 의협 비대위원장 시절부터 전공의 및 의대생과 원활한 소통을 보여왔다.

이 가운데 전공의 사직을 교사했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는가 하면 3개월 면허정지라는 행정처분을 받기도 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스스로를 사직 전공의의 아버지라 자처하며 문제 해결 의지가 누구보다 강하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전공의를 부회장으로 임명하고 의대생을 준회원 자격으로 받겠다는 공약도 발표했다.

박단 위원장과는 여러 의료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면서 1년 가까이 돈독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후보 시절 의협 출입기자단이 주최한 합동설명회에서 “박단 위원장에 대한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였기에 이 위기를 버텼다고 보고 있다”며 "박 위원장의 외롭고 힘든 길을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박 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