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모지훈 교수
듀피젠트, 비용종 동반 제2형 염증성 비부비동염에 효과적
[의약뉴스]
만성 비부비동염, 고혈압처럼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지난해 단국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모지훈 교수 연구팀은 만성 비부비동염과 상피-중간엽 전이(Epithelial-Mesenchymal Transition, EMT)의 상관관계를 정리한 리뷰 논문을 대한비과학회지 Journal of Rhinology에 게재했다.
유전적, 또는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EMT가 발생하면, 상피 세포가 간엽 세포로 변화하면서 상피의 결합구조가 느슨해지고 피부의 방어 기능이 약화돼 외부 물질이 조직 내부로 침투, 염증 반응을 유발한다는 것.
특히 비용종을 동반한 제2형 염증성 비부비동염 환자에서는 인터루킨(Interleukine, IL)-4와 IL-13을 EMT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앞서 사노피의 IL-4/13 억제제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는 비용종을 동반한 만성 비부비동염 치료제로 허가를 받아 기존 치료제에 잘 반응하지 않던 환자들에게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의약뉴스는 모지훈 교수를 만나 제2형 염증성 만성 비부비동염 환자에서 IL-4와 IL-13이 EMT에 미치는 영향과 듀피젠트의 임상적 가치를 조명했다.
◇만성 비부비동염, 환자에 심각한 불편을 초래
흔히 축농증으로 알려진 만성 비부비동염은 비강 및 부비동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안면통증, 압박감, 비강 분비물, 코막힘, 후각 감소 또는 소실을 유발한다.
특히 돌기 모양으로 튀어나온 비용종을 동반하는 경우, 증상이 더욱 심화돼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모지훈 교수는 “만성 비부비동염은 코 안에 위치한 부비동에 염증이 발생해 12주 이상 지속되는 질환으로, 환자에게 심각한 불편을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요 증상으로는 화농성 비루, 즉 코를 눌렀을 때 분비물이 나오는 증상과 심한 코막힘, 후각의 감소 또는 소실, 그리고 얼굴 통증이나 압박감 등이 있다”면서 “이러한 증상들은 단순한 감기나 급성 비염과는 다르게 지속적이고 만성적인 특성을 보이며, 염증의 정도와 위치에 따라 증상의 강도도 달라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또한 “만성 비부비동염은 환자의 증상과 함께 내시경 또는 CT를 통한 객관적인 소견을 확인해 진단할 수 있다”면서 “특히 염증으로 부비동 내부에 비용종이 형성된 경우 증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고 치료가 더 까다로울 수 있기 때문에 증상 분류와 치료 전략 수립에 중요한 요소”고 강조했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최근에는 병태생리를 기준으로도 만성 비부비동염을 분류하고 있다는 것이 모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과거에는 만성 비부비동염을 비용종 유무 등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소견에 따라 분류했으나, 최근에는 병태생리를 기준으로 한 내재형(endotype)으로 분류한다”며 “정밀의학의 발전에 따라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비부비동염 또한 세분화하고 치료 전략을 세우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재형 분류는 면역학적 메커니즘에 초점을 맞추며, 제2형 염증이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T-helper cell의 분류를 통해 Th1과 Th2로 구분해 염증 반응을 설명했지만, 최근에는 T-세포뿐만 아니라 다른 면역 세포들도 염증 매개 물질인 사이토카인을 분비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제1형 염증과 제2형 염증으로 분류를 확대했다”고 소개했다.
이 가운데 “제1형 염증은 주로 인터페론 감마(IFN-γ)를 분비하는 세포들에 의해 매개되며, 세균 감염 등과 같은 전통적인 염증 반응과 연관되는 반면, 제2형 염증은 인터루킨-4(IL-4), 인터루킨-5(IL-5), 인터루킨(IL-13)과 같은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는 세포들에 의해 발생하며, 알레르기, 천식과 같은 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서 “특히 제2형 염증은 비부비동염의 증상을 더 심화시키고 재발 가능성을 높이는 경향을 보이며, 또한 제2형 염증성 비부비동염은 천식 등 다른 제2형 염증성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부비동염의 내재형은 그에 따라 병의 양상, 치료 방법, 그리고 예후가 달라지기 때문에 특히 중요한 개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MT, 비부비동염 등 다양한 질환에 중요한 병태생리적 기전
이 가운데 모지훈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대한비과학회지에 만성 비부비동염과 EMT 상관관계를 정리한 리뷰 논문을 게재해 이목을 끌었다.
상피 세포가 간엽 세포로 변화하는 EMT 과정에서 점막의 방어 기능이 약해지며, 이로 인해 외부 물질이 내부로 침투해 염증을 유발한다는 것.
모 교수는 “EMT는 상피 세포가 간엽 세포로 변화하면서 상피의 결합구조가 느슨해지고 피부의 방어 기능이 약화되는 과정으로, 비부비동염뿐 아니라 아토피피부염, 천식, 암 전이와 같은 다양한 질환에서 중요한 병태생리적 기전으로 작용한다”면서 “연구를 통해 EMT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비부비동염을 염증성 질환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병태생리적 메커니즘으로 설명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상피는 우리 몸을 외부와 내부로부터 보호하는 구조로, 피부와 점막을 포함한다”면서 “피부는 외부를 감싸고 있는 방어막이며, 점막은 코, 구강, 소화기관(위, 대장, 소장), 생식기 등 내부 장기를 감싸면서 점액을 분비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상피의 가장 큰 특징은 세포 간 결합이 매우 단단하다는 것으로, 피부는 칼로 베어야 상처가 생길 정도로 견고하며, 점막 또한 세포 간 결합이 긴밀해 외부 물질의 침투를 차단하는 방어막 역할을 한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방어막이 약화되면 외부 물질이 세포 내부로 쉽게 침투하게 되고 이로 인해 염증 반응이 유발된다”고 부연했다.
상피 결합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는 것이 모지훈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상피 결합이 느슨해지는 데에는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그리고 염증을 유발하는 병원체와 같은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면서 “유전적으로 상피 결합이 취약하거나 염증 반응에 민감한 사람은 외부 자극에 노출되었을 때 쉽게 상피세포 간 결합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특히 “환경적 요인은 상피 결합 약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계절 변화에 따른 꽃가루, 미세먼지, 급격한 온도 변화 등이 대표적인 예로, 이러한 물질들이 코 점막에 들러붙으면 면역 체계가 과민하게 반응해 염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정상적인 면역 체계를 가진 사람들은 이러한 염증 반응이 자연적으로 줄어들지만, 알레르기 체질이거나 면역 조절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염증 반응이 지속되거나 악화되면서 상피 결합이 점점 더 느슨해지고, 점막의 방어막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뿐만 아니라 “염증 유발 병원체 또한 중요한 요인”이라며 “박테리아,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체는 상피세포에 직접적으로 손상을 가하거나 염증성 물질의 분비를 촉진해 염증 반응을 더욱 활성화하는데, 이러한 염증 반응이 누적되면 세포 간의 결합이 느슨해져, 외부 물질이 더 쉽게 조직 내부로 침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부연했다.
제2형 염증성 비부비동염 역시 이 같은 요인이 작용하며, IL-4와 IL-13을 차단하는 듀피젠트가 제2형 염증성 비부비동염에 효과를 보이는 것 또한 이 같은 영향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모 교수는 “제2형 염증은 유전적으로 알레르기 체질을 가진 사람에서 더 쉽게 발생할 수 있다”면서 “제2형 염증과 관련된 대표적인 질환은 아토피피부염,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등으로, 특히 천식과 비부비동염은 매우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며, 천식 환자들 중 제2형 염증성 비부비동염을 함께 동반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제2형 염증이 다양한 질환에서 공통적으로 중요한 병태생리적 기전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듀피젠트는 IL-4와 IL-13을 표적하는 생물학적제제로, 임상시험을 통해 비용종을 동반한 만성 비부비동염에서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면서 “아직 EMT에 미치는 효과를 직접적으로 규명한 연구는 없지만, IL-4과 IL-13이 EMT 발생과 연관이 있고, 이를 통해 질환을 악화시킨다는 논문이나 연구는 상당히 많아서, 듀피젠트가 IL-4와 IL-13의 신호 전달을 억제해 EMT 발생과 염증 반응의 악화를 막는 역할을 할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명확한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듀피젠트, 비용종 동반 제2형 염증성 비부비동염에 효과적인 옵션
듀피젠트는 비용종을 동반한 성인 만성 비부비동염 환자 총 724명이 참여한 SINUS-24 및 SINUS-52 임상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다.
SINUS-24 연구에서 듀피젠트는 투여 24주 시점에 비강 충혈 및 폐색을 기저시점보다 51% 개선했으며, 비용종의 크기도 24%를 줄였다.
SINUS-52 연구에서도 듀피젠트는 투여 52주 시점에 비강 충혈 및 폐색을 기저시점 대비 54%, 비용종 크기는 37%의 개선해 지속적인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여기에 더해 듀피젠트는 52주 투여 후 전신 스테로이드 투약과 수술의 빈도를 위약군 대비 76% 줄였고, 후각 인지검사(UPSIT score) 결과도 기저시점 대비 71% 개선했다.
모지훈 교수는 “감기나 알레르기 비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 비부비동염은 대개 12주 이내에 호전되며, 항생제, 항히스타민제 등으로 치료가 가능한 반면, 만성 비부비동염은 12주 이상 지속되며 항생제나 항히스타민제 치료로도 개선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만성 비부비동염 환자 중 비용종을 동반한 제2형 염증성 비부비동염은 염증이 심하고 재발이 잦아 치료가 어려운데, 듀피젠트는 이처럼 비용종을 동반한 제2형 염증성 비부비동염 환자에게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재발 위험이 높거나 알레르기 소인이 강한 환자들에서 듀피젠트는 수술 없이도 효과적으로 염증을 감소시키고 재발을 예방할 수 있는 중요한 치료 수단”이라며 “수술 후에도 듀피젠트를 사용하면 염증을 줄이고 재발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비용종을 동반한 제2형 염증성 만성 비부비동염 환자들은 대개 천식을 함께 동반하고 있으며, 염증이 심하고 재발이 잦아 기존 치료로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수술 후에도 재발 위험이 높아 2~3회 이상 수술을 받은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러한 환자들은 기존 약물 치료나 수술만으로 관리가 어려워 듀피젠트와 같은 생물학적 제제가 중요한 치료 옵션”이라고 역설했다.
모 교수는 만성 비부비동염은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아직까지 듀피젠트는 만성 비부비동염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지속적인 치료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만성 비부비동염은 고혈압처럼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듀피젠트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치료 효과를 유지하는 데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며 “듀피젠트는 염증 매개 물질을 억제해 만성 부비동염의 증상을 조절하고 재발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사용할수록 치료 결과가 더 안정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비용종을 동반한 만성 비부비동염에는 듀피젠트의 급여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초기에 듀피젠트를 사용하다가 치료를 중단하거나 약물 사용을 주저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특히 제2형 염증성 비부비동염 환자의 경우 재발하기 쉬워 듀피젠트를 권하기도 하지만,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사용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듀피젠트는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약물로, 2주 간격으로 투여해야 한다는 점에서 환자들에게 상당한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한다”면서 “반면, 수술은 1회성 비용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비용 부담을 우려하는 환자들은 수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만성 비부비동염, 적극적인 치료로 삶의 질 개선해야
모지훈 교수는 만성 비부비동염이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키는 만큼, 가볍게 여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기를 당부했다.
그는 “비부비동염은 단순히 코막힘 정도로 가볍게 여길 질환이 아니다”라며 “심한 환자들은 코가 완전히 막혀 코로 숨을 쉬지 못하고, 만성적인 두통과 불편함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증상은 질환 부담이 높아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킨다”면서 “반면, 치료를 통해 코로 숨을 쉬게 되면 환자들은 ‘새로 태어난 것 같다’거나 ‘세상이 달라졌다’고 표현할 정도로 일상에서 큰 변화를 경험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보다 많은 만성 비부비동염 환자들이 적극적인 치료를 받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울러 수술에 대한 오해와 듀피젠트의 접근성이 만성 비부비동염 치료의 허들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수술 후 재발과 관련 “제2형 염증성 만성 비부비동염 환자의 경우, 특히 비용종이나 천식을 동반하면 재발 가능성이 높은 사례가 일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모든 비부비동염 환자들에서 재발이 잦은 것은 아니다”라며 “과거 비부비동염의 병태생리 기전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부분의 환자에게 수술을 권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당시 일부 환자들, 특히 제2형 염증 환자들에서 수술 후 재발 사례가 흔히 보고되면서 비부비동염에서 수술이 효과가 없다는 잘못된 인식이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비부비동염 수술은 아프다는 인식도 치료 방식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며 “과거에는 수술 후 제거해야 했던 패킹이 제거 과정에서 고통을 유발했지만, 요즘에는 흡수되는 소재를 사용하면서 환자들의 불편함도 크게 줄어들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듀피젠트의 보험 급여 등을 통해 경제적인 부담이 해소되어서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좀 더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