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법, 입원 환자 추락 사건에 의료진 주의위반 불인정

유족 손해배상 기각...“모든 환자 동선ㆍ행동 감시 불가능ㆍ부적절”

2025-01-02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알코올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환자가 추락해 사망한 사건에 대해 유족들이 의료진의 관리 소홀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광주고등법원은 최근 사망한 환자 A씨의 유족들이 B병원을 운영하는 B의료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들의 항소를 기각, 병원의 책임을 묻지 않은 원심을 유지했다.

▲ 알코올 전문병원에서 치료받던 환자가 추락, 사망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

A씨는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알코올 의존증후군, 중등도 우울에피소드로 B의료법인이 운영하는 알코올 전문병원인 B병원에 입원했다. 

A씨는 지난 2022년 3월 산책 후 폐쇄병동으로 돌아가다 5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참에 위치한 창문으로 추락했다.

이후, A씨는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틀 뒤 다발성 외상으로 사망했다.

이에 유족들은 병원 의료진이 A씨의 이동동선이나 복귀 여부를 제대로 관리해야할 주의의무를 위반했을 뿐 아니라, 관련 창문이 정신병원 건물로서 갖추고 있어야 할 안정성이 결여돼 설치ㆍ보존상 하자가 있다면서 손해 배상금 총 2억 2213만 6604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유족들은 A씨가 입원 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심했으며, 환시와 환청 증세까지 보여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등 돌발행동이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의료진이 관리에 소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유족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2심 재판부 역시 의료진 과실이 없다며 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알코올 전문병원 또는 그 의료진이 지는 보호관찰의무는 환자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가해할 위험을 방지하는 생활관계에 한한다”고 전제했다.

이 가운데 “A씨는 진정섬망 증상은 있으나 지각 능력에 문제가 없고 자살 위험성도 관찰된 바 없다고 평가됐으며, 사망 두 달 전 우울도 검사에서도 자살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면서 “알코올 중독 회복 과정과 자살 사이 관계가 일정한 패턴으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환자가 처방받은 아캄프로세이트정 투약군의 자살 비율도 0.1%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A씨는 병원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여했으며 다른 환자와도 큰 문제 없이 생활했다"고 부연했다.

이에 재판부는 “의료진으로서는 환자 A씨가 의료진의 관리와 통제를 피해 병원을 이탈하는 수준을 넘어 자신의 생명에 위해를 가할 것으로 예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더해 “병원은 망인의 보호자에게 산책 및 야외활동 중 이탈가능성을 설명하고 산책 및 야외활동에 관한 동의를 받았으며, 애초에 금단증상 등이 없어 산책이 가능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산책을 실시했고, 알코올중독 환자의 경우 다른 정신질환자에 비해 자살 등 돌발적인 행동을 할 위험성이 높다고 볼 수 없다"면서 “A씨와 같이 산책 등 야외활동이 어느 정도 자율적으로 가능한 환자에 대해서까지 모든 동선과 행동을 감시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병원이 추락 방지를 소홀히 했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문제의 창문이 위치한 계단이 평소 환자들의 통행로로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창문은 그 하단이 지면으로부터 약 158㎝ 높이에 위치하고 있어 벽면에 설치된 핸드레일(보행자용 안전손잡이)을 밟고 올라서지 않는 한, 이를 통해 추락할 위험성이 높다고 볼 수 없기에 통상적인 안전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B병원은 알코올 전문병원으로 환자 대부분이 중증정신질환자에 해당하지 않기에, 폐쇄병동 밖에 있는 계단참에 설치된 창문까지 탈출이나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잠금장치 또는 차단봉 등을 설치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창문이 알코올 전문병원의 시설에 관한 기준을 위반했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