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범위 외 의료행위 고발 권한, 복지부로 한정해야”

서울시립대 신권철 교수,...직역간 이해관계 조정 담당할 중립적 위원회 제안

2024-12-26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의료인 직역간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는 면허범위 외 의료행위에 대해 고소ㆍ고발권한을 면허를 담당하고 있는 복지부로 한정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 발 더 나아가 중립적인 위원회를 구성해 직역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담당하도록 해야한다는 지적이다.

▲ 면허범위 외 의료행위에 대한 고소ㆍ고발권한을 복지부로 한정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신권철 교수는 최근 대한의료법학회에서 발간한 의료법학지에 '의료인의 면허범위와 의료행위'라는 제하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의료행위 외부의 경계를 설정하는 것(의료행위의 문제)과 내부의 경계를 설정하는 것(면허범위의 문제) 모두 지난 50여 년간 대부분 법원의 판결로 해결해 왔다.

그러나 이처럼 범죄로 기소되거나 무면허로 인한 행정처분을 기다려 의료행위인지 여부, 어느 유형의 의료인에게 속한 의료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의료나 기술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 신 교수의 지적이다.

이에 신 교수는 의료인의 면허 내 업무범위의 설정과 조정절차를 마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의료행위 여부가 면허를 가진 의료인과 면허가 없는 비의료인의 행위범위를 확인하는 경계선이라면 면허범위의 결정은 면허권자가 설정하거나 조정하는 것이 가능한 영역이라 할 수 있다”며 “이는 면허권자인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면허범위의 설정과 조정에 관한 권한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의료인이나 의료기사 사이의 업무범위에 관한 복지부의 유권해석 건수는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1년부터 3년 6개월 간 분쟁이 많은 분야는 ▲간호사와 의료기사 간(216건) ▲의사와 간호사 간(150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113건)으로 간호사를 중심으로 분쟁이 발생하고 있었으며, 이는 간호사가 가진 진료보조 업무의 범위가 불분명해 의사와 의료기사, 간호조무사 사이에 서로 충돌과 갈등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복지부 유권해석이 이뤄지면 어느 한 의료인력의 무면허 의료행위로 귀결, 고소나 면허정지 등의 처분대상이 될 수 있다”며 “최근 의료인이나 의료기사의 면허범위 내외의 행위에 대한 고소, 고발이 행정관청보다 이해관계가 있는 직역단체나 의료기관에 대한 불만이 있는 직원 등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는 의료정책이나 기존의 의료관행과 무관하게 민간에서 이뤄지는 경쟁과 갈등이어서 행정관청의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신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한 방안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고발권한을 보건복지부로 한정, 민간에서의 무분별한 고소ㆍ고발을 통제하는 것”이라며 “쟁점이 된 행위에 대한 임시적 허용여부를 복지부가 안전성(위험성) 등을 고려해 업무조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하는 절차를 법령에 두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다른 부처에서는 이미 이 같은 사례가  존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례로 민간에서는 친고죄로 특정 피해자에게만 고소 권한을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공적 기관 중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장ㆍ지방국세청장ㆍ세무서장, 지방출입국ㆍ외국인관서의 장이 전속고발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는 “전속 고발권한을 부여한 이유는 공정거래사건의 경우 경쟁기업체나 민간에서 무분별하게 상대기업을 고소ㆍ고발해 사법피해를 입히는 것을 막고, 수사 과정에서 범죄에 대해 전문성이 있는 기관이 관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신 교수는 복지부 내에 특별사법경찰관리를 둬서 의료인과 의료기사의 면허범위 외 의료행위에 대한 조사나 수사를 담당하도록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지난 2017년 개정된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의료법에 규정된 단속사무를 특별사법경찰관리가 맡을 수 있도록 했다”며 “특별사법경찰관리로 전문성을 확보해 의료인의 면허범위 외 의료행위에 대한 조사를 맡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행위는 원래 의사의 전유물이고, 그 이유는 사람의 신체를 침습하는 위험한 행위를 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전문적 기술과 훈련이 필요한 사람에게만 허용될 수밖에 없었다”며 “이러한 관점은 이후 진료보조를 하는 의료인력에게도 필요한 사항이 되어 간호사와 의료기사에게도 그 업무에 대한 면허와 업무범위가 설정됐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의료인과 의료기사의 업무범위에 대한 수백 건의 복지부의 유권해석이 권위를 가지기 어려운 이유는 법원의 최종적 해석권한이 남아 있다는 점도 있지만 복지부 내부 부서에서 자체적으로 해석한 기준이기 때문”이라며 “시기와 사람에 따라 부적절하게 회신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외부에 공개되지도 않아 이해관계인들이 참조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식적인 심사절차를 거치고, 이해관계인의 의견과 주장을 듣고, 중립적인 제3자 위원회(합의체) 기관에서 해석과 판단을 하도록 해야한다”며 “외부에 공개해 따를 수 있게 하는 절차와 심사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나아가 “의료직역 간의 분쟁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중립적 위원회가 대립되는 해당 의료직역의 이해관계인을 조정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분쟁이 격화되지 않기 위해선 면허범위 외 행위여부에 대한 행정관청의 전속적 고발권한을 확보, 분쟁이 된 행위의 면허업무 범위를 결정하기 전까지 임시로 의료행위의 활용을 보류하거나 유지하도록 하는 조치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