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회장 후보, 의대 정원ㆍ직역 갈등ㆍ의정 관계 격론

출입기자단 주최 설명회 개최...고광송 위원장, 공정선거 당부

2024-12-24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제43대 의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의대 정원 증원과 직역 간 갈등, 정부의 정책 파트너로서의 의협의 위상 제고 방안을 두고 격론을 벌였다.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은 23일 의협 회관에서 제43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후보자 합동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후보들은 공통으로 주어진 ▲2025년 의대 정원에 대한 대응 로드맵 ▲약사, 한의사 등 직역간 갈등 해법 ▲정부 및 정치권과의 관계 개선 등에 대한 질문에 답변했다.

▲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은 23일 제43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후보자 합동설명회를 개최했다. 

2025년 의대 정원에 대한 대응 로드맵에 대해서는 기호 1번 김택우 후보부터 답변했다.

김 후보는 “현 사태를 야기한 정부가 책임을 지고 사과를 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사과가 필요한 이유는 사태가 해결되고 난 이후, 5~10년이 지나서 의료대란의 책임소재를 이야기할 때 전공의, 의대생, 의료계에 책임이 있다는 말이 나와선 안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2025년도 정원을 재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를 만들자고 말씀했는데, 정치권 역시 정부가 2025년도 정원을 재논의하자는 태도를 취해야한다는 것을 1번으로 본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대안을 제시해선 안 된다"며 "저는 이 기조를 유지해갈 것이고,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회원의 총의를 모아서 방향을 설정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기호 2번 강희경 후보는 “2025년 의대 정원은 수시합격증을 받은 학생들이 스스로 이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그들의 합격증을 인정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우리가 무슨 권리로 그들의 합격 권리를 빼앗겠는가? 수능 점수로 자신이 원하는 학교의 합격권에 든 학생들을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2024학번 학생들이 돌아왔을 때, 2025년에 입학한 학생들과 함께 과밀화된 강의실에서 공부해선 안 된다”며 “그들이 제대로 교육 받을 수 있도록, 예를 들어 나중에 입학한 학생들은 등록은 나중에 한다던가, 수업을 나중에 듣는다던가, 복수전공 등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며, 이 대책은 교육부에서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호 3번 주수호 후보는  “2024학번들과 2025학번들이 한 학년 내에 한꺼번에 공부하게 될 상황이 초래될 것이기에, 우선 현재 군대에 가 있는 학생 수가 몇 명이고, 2025학년으로 들어올 학생들 중에서 바로 군대에 갈 사람들이 몇 명인지 파악해야한다”며 “그러면 한꺼번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받을 것인지 인원 파악이 될 것이며, 아마 3000명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전 학번들에게 우선권을 주고, 2025학번들은 2026년도에 수업받는 분위기를 자발적으로 만들고, 이후, 2027년부터 3년이나 5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해야한다”며 “중요한 것은 이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로, 전체 의사들의 통일된 행동으로, 조금씩 강도를 높여가면서 정부가 우리의 요구를 받을 수 있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호 4번 이동욱 후보는 “의대 정원 증원 사태가 장기화된 것은 의협이 소극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으로, 과거 김택우 비대위나 임현택 집행부의 기조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만약 제가 회장이 된다면 국정 책임자를 만나 담판을 짓겠다"며 "지금 제가 대표성이 없어 담판 못 지었지만, 공개적으로 담판 짓고 조속히 해결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위해 “2025년 정원을 이렇게 할 것인지에 대해 난상토론, 밤샘토론을 해서라도 의료계 단일안을 만들고, 이를 가지고 정부하고 협상하고, 안 되면 파업이라도 해야한다”며 “회장이 되면 출근길 투쟁, 서울역 앞 투쟁 등을 전국차원에서 진행하겠다”고 역설했다.

기호 5번 최안나 후보는 “지금 분명한 것은 이미 수시합격자가 발표됐고, 2025년 의대 정원은 더블이 되는 것이 확정됐다는 것”이라며 “합격증을 취소하자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이미 합격됐으면 그들도 우리이고, 미래 의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 교육이 가능한지를 따져야 하고, 학생들의 교육권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논의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며 “만약 제가 회장이 되면 바로 논의를 시작할 것이고, 학생 교육권, 전공의 수련 들에 있어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전했다.

약사, 한의사 등 직역간 갈등에 대해서는 기호 2번 강희경 후보부터 답변했다.

강 후보는 “직역 간에 이해관계의 충돌이 많은데, 올해 간호법도 통과됐지만 일반 간호사들은 이를 환영하지는 않는다”면서 “결국은 의사들이 의료계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다른 보건의료직역들이 각자의 일을 안심하고 잘할 수 있도록 의사들이 노력하고, 리더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합의점을 찾기 위해서 정말 여러 차례에 걸친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성분명 처방을 예로 들면, 과연 국민이 원하는 것인가, 안전성이 담보되는 가에 대해 전부 오픈하고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공론의 장에서 확인하고 여론을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기호 3번 주수호 후보는 “2000년도 의약분업 과정에서 약사회가 정부에 요구한 보상이 성분명 처방이었고, 매번 시도하고 있다”며 “제가 의협회장이었을 당시에도 시범사업을 하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그때 정부와 국회를 만났을 때 자신 있으면 해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성분명 처방 문제는 의사, 약사 간 문제가 아니라, 의-정간 갈등이라고 본다"면서 "의료기기를 둘러싼 한의사와 의사 갈등도 마찬가지로, 의사가 아닌 직역이 해선 안 되는 행위들인데, 정부가 부추겨서 의사와의 갈등을 만드는 것"이라 주장했다.

이에 "직역역 간 갈등을 의정 갈등으로 말을 바꿔야하고, 포커싱을 갈등을 유발하는 정부에 맞춰야 된다”고 피력했다.

기호 4번 이동욱 후보는 “지금까지 의사회가 이런 문제에 대해 국민들에게 보였던 모습이 집단 이기주의, 의사들의 밥그릇 지키기였다”며 “국민들 앞에 밥그릇 지키기가 아니라 국민 건강을 위한 관점에서 공감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성분명처방은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최상의 치료를 방해한다는 부분을 우선해야하며,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은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한다고 설득해야한다”며 “과거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형사고발을 하는 식의 대응을 했었는데, 좀 더 지혜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하며,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국민을 설득해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기호 5번 최안나 후보는 “약사회가 성분명 처방을 주장하는 이유는 2가지로, 약의 낭비와 의사들의 리베이트 문제”라며 “의약분업이 절대 바꿀 수 없는 불문율은 아닌 만큼, 약의 낭비가 심하면 선택 분업을 하는 것이 옳고, 의사들의 리베이트가 문제가 된다면, 약사들의 리베이트 문제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먼저 줘야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의료비가 증가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한방 제도를 계속 둬야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면서 "만약 이대로 둘 것이라면 건강보험에서 한방을 분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기호 1번 김택우 후보는 “의정 갈등이나 직역 갈등은 기본적으로 시스템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논의해야한다”며 “2000년 의약분업이 시작되면서 약의 조제권을 약사에게 줬고, 대체조제, 성분명처방은 못하는 것으로 정리된 만큼, 이 시스템을 변화하려면 근본이 된 의약분업을 재검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의사와의 갈등에 있어선 의사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환자의 안전으로, 과연 최선의 치료를 받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라며 “이 문제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더 적극적으로 대국민 홍보, 연구 제안 등으로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정부와의 관계 개선에 대해서는 기호 3번 주수호 후보부터 답변했다.

주 후보는 “의협이 의료법상 대한민국 의사들의 유일한 법정 단체인데,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두 가지 관점이 있을 것”이라며 “하나는 의협이 의사들에 대한 리더십을 갖게 되면 정부가 힘드니까 폄훼한 부분이 있고, 다른 하나는 의협이 의사들의 의견들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하는 단체이기 때문”라고 전제했다.

이어 “후자에 대해선 제가 회장이 되면 대의원회와 상의해 의협 정관을 상당 부분 수정, 의협이 의사들의 대표단체일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내겠다”며 “정부가 의협을 폄훼하는 부분에 대해선 앞으로 의협을 통해서만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분명히 요구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호 4번 이동욱 후보는 “의협이 대표단체로 인정받지 못한 것은 의협이 역할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라며 “올해 의대 정원 증원 사태 때 정부는 의협을 협상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야당조차 전공의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대화에 의미가 없다는 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의협이 정부의 정책 파트너가 되고, 권위를 세우기 위해선 솔선수범해야하고, 방관적인 자세를 취해서는 안 된다”며 “만약 제가 회장이 된다면 솔선수범하는 의협으로, 전공의와 의대생이 피 흘릴 때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인정을 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기호 5번 최안나 후보는 “모든 것의 시작은 정부에 있는데, 수가협상을 하면서 병원급의 수가는 병협이, 의원급 수가를 의협이 하는 식으로 진행하는 등 수많은 정부 회의에 의협 외에 여러 단체들을 불렀다”며 “순기능도 있었다고 보는데, 의협을 통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각 직역, 병원 단위별로 의견을 낼 수 있었다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나 “이제는 변화해야한다"면서 "그동안 의료계의 모든 목소리가 의협으로 모아, 우리 안에서 정리해서 정부에 명확한 입장을 주고, 종국에는 정부와 협의하고 이룰 수 있는 모습을 의협이 보여야 하며, 이에 결과를 내야할 때 의협을 중심으로 모두의 의견을 모아 한 목소리를 내는 집행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기호 1번 김택우 후보는 “국민을 위한 정책은 서로 존중하는 가운데에서 나와하며, 이러한 기본전제가 깔려있지 않다면 함께 할 수 없다”면서 “우리 스스로 의협의 위상을 낮춘 점을 인정해야하고, 대표성을 가지려면 전체 의사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필요한 의견을 모으기 위해 회장, 부회장, 상임이사들이 발이 불어터질 때까지 다니겠다”며 “이에 더해 정책개발과 근거 생산에 중점을 두고, 훌륭한 정책과 대안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을 갖춰, 의협의 대표성을 정부가 인정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기호 2번 강희경 후보는 “의협은 이제 발전적인 해체를 거쳐서 정부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정책 연구, 홍보 등을 담당하는 각 지역의 연맹이 돼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선 의원들의 단체, 교수들의 단체, 봉직의 단체 등을 만들어, 지금까지 의협이 가지고 있던 이익단체로서의 기능을 이관하고, 의협은 그 연맹을 아우르며 정부나 타 단체와 협상하는 위치를 구축해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의료정책연구원이나 KMA Policy 등 지금까지 해왔던 것에 더해, 창고 속에 숨겨져 있는 정책들을 잘 발굴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먼저 주장해야 한다”며 “우리가 먼저 주장하고, 국민들이 동의하는 분위기를 만들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왼쪽부터) 김택우 후보, 강희경 후보, 주수호 후보, 고광송 위원장, 이동욱 후보, 최안나 후보.

한편, 합동설명회에 참석한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광송 위원장은 각 후보와 회원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후보들에게는 “지금까지 몇 번 클레임이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큰 문제 없이 선거가 후반부에 이르렀다”며 “후반부에 이를수록 선거가 거칠어지고, 여러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공명선거의 의지를 끝까지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회원들에겐 “이번 회장 선거 유권자가 약 5만 8000여명인데, 선거인 명부를 열람한 회원이 30% 정도”라며 “선거권이 있는지 확인해 주고, 휴대전화 등 개인정보 변동사항이 있으며 선관위에 연락을 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회장 선거는 의사의 앞날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선거이고, 다섯 후보 중 한 분이 앞으로 의협회장으로서 의사를 이끌 지도자가 된다”며 “누가 회장이 되더라도 회원들을 이끌어가기 위해선 많은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기에, 회원 모두 참여해 의료계의 단결된 힘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