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비대위, 비상계엄에 늦장 대응 논란
회장 후보들 맹공...박형욱 위원장 “단순 비판보단 신중한 검토 필요”
[의약뉴스] 의협 비대위가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상황에서 너무 늦게 대응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포고령에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인을 처단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음에도 불구하고 비대위의 입장 발표가 늦었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반국가세력, 종북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어 계엄사령부는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포고령(제1호)을 발령했다.
비상계엄은 국회의 발빠른 조치로 해제됐으나, 이 과정에서 의사들의 대표단체인 의협의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비상계엄 당일 의협 최안나 대변인 명의로 입장을 발표했지만,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박형욱)는 5일이 되어서야 입장을 발표한 것.
여기에 더해 탄핵 정국에서도 이렇다 할 활동을 보이지 않아 비대위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도 쓴소리를 내놓았다.
기호 2번 강희경 후보는 “당시 서울의대 비대위에서도 난리가 났었다”며 “계엄에 따른 국민적 저항이 있을 테고 다치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며 당장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오갔다”고 밝혔다.
이어 “계엄이라는 말이 안 되는 행태에 강력한 성명을 짧게라도 내자고 해서 즉시 발표하기도 했다”며 “힘이 없는 일개 의대 비대위에서도 그랬는데, 당연히 의협 비대위에서 계엄 포고령보다 더욱 강력한, 실질적인 것을 내놓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실례로 “변호사협회의 경우 계엄 직후 곧바로 성명을 내고 여의도 집회 현장에 헬프부스를 차려서 국민들을 지원했다”면서 "특히 계엄 포고령은 의료계가 지난 10개월 동안 당해온 것의 끝판왕으로, 온 국민이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힐난했다.
기호 5번 이동욱 후보도 “비대위가 더 강력하게 투쟁해야 한다는 의견을 드렸다”며 “심지어 위원장님한테 경기도의사회에 집회 장소도 마련됐고, 현수막이나 천막도 다 준비되어 있으니 활용하라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지금 마지막 시기로, 입시가 진행되고 있지 않아 강력하게 투쟁해야 한다는 의견을 드렸다"면서 "토론회장이나 회의에서도 이런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호 3번 주수호 후보는 “비상계엄과 같은 극단의 상황이 생길 줄은 몰랐던 것이 아닌가 싶다”며 “비상계엄 같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발생했지만, 계엄령이 선포되고 해제되는 순간까지 비대위로부터 어떠한 성명서나 입장 발표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러 루트로 전해 들었는데, 비대위원장이나 비대위원 한 명의 생각이 아니라 대부분 비대위원들이 즉각적인 반응보다는 지켜보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이런 반응이었다 들었다”고 전했다.
후보들 중에서는 비대위를 비판하기 보다는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합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기호 5번 최안나 후보는 “사실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때도 대응이 늦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전적으로 비대위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대위가 흔들리면 안 되고, 흔들어서도 안 된다”면서 “의료계 대표로서 한목소리를 내게 뭉쳐야 할 때로, 비대위가 회원들의 총의를 모으고 결단, 대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호 1번 김택우 후보는 “비대위에서 회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을 텐데, 비대위가 그런 목소리를 듣고 방치했겠는가”라며 “비대위 회의에서 그 다양한 목소리에 대한 내부 논의를 거쳐 가장 최선의 방책을 찾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만약 계엄 당시에 몇 시간 만에 해제가 되지 않았다면 비대위가 아니라 누구라도 다 달려나갔을 상황”이라며 “비대위에서 최선의 방책, 최고의 방책이 나오는 과정 중으로, 최고의 방책이 나왔을 때 모두 합심해서 같이 가자고 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비대위에 대한 비난 여론에 대해 박형욱 위원장은 “비상계엄 당시 상황을 보니 국회에서 계엄 해제를 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비대위원들에게 상황을 조금 지켜보자고 공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상계염을 비판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현재 빚어지고 있는 의료농단, 의대증원 문제와 어떻게 계엄 농단을 잘 설명할 것인가였다”며 “그래서 신중하게 검토해서 의견이 나가는 것이 맞겠다고 판단해 뒤로 미룬 것으로, 계엄 농단에 대한 단순한 비판이 어렵겠는가”라고 반문했다.